[매일일보 민경미 기자] 새누리당이 ‘거부권 파동’으로 인해 내홍에 휩싸이면서 김무성 대표의 ‘2기 체제’의 당직 인선이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대표가 내년 총선을 겨냥해 단행하려던 당직개편은 이번 거부권 파동으로 인해 더더욱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당초 당내 의견이 엇갈려 쉽게 단행하지 못했던 당직개편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 지도부의 운명까지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그 시점을 조율하기 어려워졌다.
당내에선 재신임됐지만 사실상 청와대의 불신임을 받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버틴다면 친박계의 지도부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집단사퇴 한다면 지도체제 존립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당직 개편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거부권 정국’이 현실화되기 전인 지난 16일 이군현 사무총장과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이 “이제는 총선 체제로 가야하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당직을 개편했으면 한다”며 자진사퇴했다. 또한 대변인 등도 잇따라 사의를 표했지만 보름 가까이 2기 체제를 갖추지 못해 사의를 밝힌 당직자들이 당무를 이어가는 불편한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28일 “김 대표는 취임 1주년을 맞는 내달 14일 이전에 2기 체제 당직개편을 마치고 6월 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총선 준비에 돌입하려는 구상이었으나, 국회법 변수가 생겨 인선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만일 거부권 정국이 오래갈 경우 향후 김 대표의 인선 개편 내용에도 변화가 따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대비한 공천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사무총장 자리와 김 대표 취임 후 1년 가까이 공석이었고 역시나 공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배경으로 당을 국정운영에 협조할 수 있는 구성원들로 채우고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핵심 당직을 임명할 때 청와대 입김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당초 김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당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수도권 선거를 대비해 비영남권 출신 3선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적임자를 물색해왔다.
그동안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 속에 신상진, 진 영, 정두언, 황진하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친박 또는 비박 어느 한쪽에서 거부감을 보이며 반대 의견을 내 동안 인선을 미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