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기반, 색깔 없어-변해야 산다
[매일일보=곽호성 기자] 김근태 의원의 행보가 부산하다. 김근태 의원도 대권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지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런 것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근태 의원의 지지도는 왜 낮을까? 이제부터 하나씩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김근태 의원의 지지도가 낮은 이유
정치권 주변의 인사들은 김 의원의 지지도가 낮은 이유를 보통 이렇게 제시한다.
① 대중들이 김 의원을 잘 모른다
② 대중과 친숙하지 않다
③ 뚜렷한 지역기반이 없다
④ 김 의원만의 뚜렷한 색깔이 없다
대중들이 김 의원을 잘 모른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시장, 박근혜 대표나 같은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보다 인지도가 낮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최근 고건-강금실과의 연합을 모색하고 당 의장 선거에 나서는 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지만 아직도 일반 유권자들은 그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다음에 지적되는 문제는 대중과 친숙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중들은 그를 알더라도 막연하게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것, 중도 좌파 성향의 정치인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정도의 지식은 대중들로 하여금 그를 선뜻 선택하도록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음은 뚜렷한 지역기반이 없다는 약점이다. 정동영 의장 같은 경우는 전북이라는 지역기반이 있지만 김 의원은 뚜렷한 지역기반이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김 의원만의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김 의원의 성향이 중도 좌파 성향이기는 하지만 특히 보수적인 유권자들 중심으로 원래 열린우리당이 중도 좌파 성향인 것으로 인식되어 있는 탓에 김 의원의 개성이 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성향과 관계없이 ‘김근태’ 하면 떠오르는 뚜렷한 ‘무엇’이 없다는 평가다. ‘민주화운동’이나 ‘고문 피해자’ 등의 이미지는 이제는 너무 식상했다는 것.
너무 엄숙한 김 의원
많은 이들은 아직도 김 의원의 인상이 ‘너무 엄숙하다’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대중 정치인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동영 의장의 인상을 생각할 때 ‘웃는 얼굴의 방송국 앵커’가 생각나는 것과 달리 김 의원을 생각하면 ‘굳은 얼굴의 운동권 투사’가 생각난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공희준은 그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국민들은 김 의원님을 80년대의 박제된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김 의원에게는 이것이 넘어야 할 벽이다. 김 의원에게는 정동영 의장이나 고건 전 총리가 최대의 경쟁자가 아니다. 바로 김 의원 스스로가 바로 최대의 경쟁자이다. 김 의원은 김 의원 스스로를 바꾸려는 노력에서 승리해야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김 의원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처리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고 그 해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① 인상을 개선하라
아직도 딱딱한 인상이다. 대중은 재미있는 정치인, 유머감각있는 따뜻한 정치인을 원한다.
② 진보 이념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아직 한국 사회에는 ‘진보’에 거리감이나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많다. 진보이념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같은 측면에 대해 명쾌한 논리와 대중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
③ 김 의원을 사랑하는 세력들을 결집시켜라
노무현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연상해 보라. 노무현 후보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사이에 많은 지식인들이 있었다. 지식인들이 ‘노무현 붐’을 일으켜 줌으로서 노무현 후보는 이인제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그 강력한 ‘펜’의 힘으로 노무현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이 된다. 마찬가지다. 김 의원 진영에서는 이런 강력한 조직 건설에 박차를 가할 때다.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 안아라
그리고 한편에서는 김근태 의원이 노 대통령을 끌어 안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다. 사실 김근태 의원과 노 대통령은 일종의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다. 김근태 의원이 ‘엘리트 운동권’ 이미지라면 노 대통령은 ‘서민 민주화 투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판이하게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물과 기름’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이 대통령이 되려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받아야 유리하다. 한마디로 임기 반환점을 돌고 서서히 레임덕으로 빠져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노 대통령의 세력을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뚜렷한 지역 기반이 없는 김근태 의원의 입장에서 정동영 의장의 호남세와 맞서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 그리고 중도-진보진영 내부의 비 호남세를 연합시켜 김 의원의 지지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의 ‘조용한 후원’이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현재 정동영 의장은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중도적인 위치를 선점해 가고 있다. 정 의장은 의장직 수락연설에서 ‘성장’과 ‘복지’의 두 날개가 모두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정 의장은 최근 서울대 계층할당제, 지방정부 심판론 등을 제기하면서 발빠르게 이슈 선점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빠른 몸놀림은 김 의원이 열심히 배워야 할 부분이다.
정동영 의장의 약점
그러나 정동영 의장에게는 약점이 있다. 바로 그 어중간한 중도적 스탠스이다. 최근 정 의장이 열심히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내에서 패권을 잡고 싶다면 소위 열린우리당과 중도-진보진영에서 이야기하는 ‘개혁적’ 색깔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색깔을 대중들에게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개혁’ 카드를 계속 던져야 한다.
그 개혁카드에 열광하는 이들이 소수라도 굳게 뭉쳐야 제 2의 노사모 같은 조직이 탄생할 수 있다. 어차피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중도 좌파 성향에 가까운 386세대의 철저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
정동영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호남 지역 지지세는 그 숫자로는 많지만 그리 역동적이지는 못한 단점이 있다. 한마디로 정 의장이 갖고 있는 지지세는 그리 높게 평가할만한 것이 못 된다.
그리고 정 의장의 주요 약점 가운데 하나는 고건 전 총리와 지역기반이 겹친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혹은 중도-진보진영이 새로운 반 한나라당을 이루어 대권후보 경선을 할 때 정 의장은 고건 전 총리 때문에 적지 않은 손실을 보게 되어 있다.
고건 전 총리는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이나 보수진영의 대권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나라당이나 보수진영 내부에서 호남세가 워낙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고건 전 총리는 반 한나라 연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그러자면 국민중심당과 같은 충청세력을 안고 들어가는 것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고건과 정동영 사이에서 어부지리 노려라
왜 국민중심당 같은 충청권 세력을 안고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중도-진보진영 내에서 고건 친위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며 충청권이 대선에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중도-진보진영과 고건 전 총리가 힘을 합친다 해도 고 전 총리는 어차피 보수성향인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친위세력을 제대로 갖춰 놓지 않고서는 자신의 입지를 안정시킬 수 없다. 그래서 고 전 총리는 ‘반 한나라 연합’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를 기다리며 대기중인 것이다.
여기서 김 의원은 고 전 총리와 정 의장과 ‘반 한나라 빅 3 구도’를 만들어 놓고 고 전 총리와 정 의장이 치열한 싸움을 벌일 때 어부지리를 노리면 되는 것이다. 고 전 총리나 정 의장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진보적이지는 않다. 그러니까 중도-진보진영 가운데 활동력이 뛰어난 절대 다수의 진보주의자들은 김 의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이 활동력이 뛰어난 진보주의자들의 지원만 제대로 이끌어 내면 김 의원은 고 전 총리와 정 의장 간의 대결 속에서 어부지리로 열린우리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고 전 총리와 정 의장 간 대결에서 호남표가 분열될 것이며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인 후보 2명과 중도 진보성향인 김 의원의 대결이므로 상대적 보수성향 표가 분열되어 김 의원이 이득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덧붙여 설명하면 김 의원은 적극적으로 당내 계파들을 끌어 안을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중도 진보성향의 ‘반 정동영 연합노선’만 이뤄내고 거기에 노 대통령과 노 대통령 직계까지 끌어 안을 수 있다면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대선주자가 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갈 길이 먼 김 의원
그러나 김 의원이 이런 일들을 성공시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일 것이다. 김 의원이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고 많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의 길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난 다음에는 본선에서 김 의원의 진보노선을 맹렬히 공격할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어야 한다. 그것 역시 김 의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임에 틀림없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진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나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심각한 사회 문제인 양극화 속에서 대중들은 ‘확실한 변화’를 수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대중들의 변화를 향한 열망을 끌어내고 그 열망을 이뤄 줄 인물이 바로 김 의원이라고 믿게 하는 과정이 김 의원의 대권행보 가운데 핵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