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이달 초 경제사령탑인 박남기 조선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시켰다는 설이 탈북자 사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라디오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자 지난 주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남기 부장을 평양에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송은 대북소식통을 인용, "권력층 내부에서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 부장이 모든 책임을 진 채 3월 초 총살됐다는 소문이 평양에서 지방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도)화폐개혁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킨 뒤 그 성과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 김정은에게 돌려 후계체제를 굳힌다는 복안이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자 애매한 박 부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남기 부장은 2007년 박봉주 전 내각총리가 평안남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된 이후 북한 경제를 총괄해왔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함께 제5차 화폐개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부장은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북한 실세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다음으로 얼굴을 내밀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는 1월4일 김 위원장의 희천발전소 건설현장 현지지도와 같은 달 9일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종업원 궐기모임에 참석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온 게 전부다.
이후 박 부장은 지난 1월 말 평양에서 열린 화폐개혁 보고대회에서 공개 비판을 받고 현장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에 아사자가 대규모로 발생하자 서관희 전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를 공개처형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계획경제를 지향해 왔던 박남기를 처형한 북한이 향후 경제 정책에서 어떤 변화를 보일 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 이후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하고 중국에 나진항 10년 사용권을 주는 등 개방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가 통제 수단을 강화하는 등 모호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화폐개혁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고 개혁과 개방을 지향하는 그룹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북한 정책이 중국식 개방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박남기 부장 총살설과 관련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