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장난으로 성폭행 했다?”
"우리 딸 당할 때 국회는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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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장난으로 성폭행 했다?”
"우리 딸 당할 때 국회는 뭐했나"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6.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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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할머니, 아주머니 치마 들추거나 가슴 만지는 일 목격”
[매일일보=김호준 기자] <주민들, 제2 제3의 허양 또 있다 증언 잇따라> <살인사건 터진 다음날 버젓이 가게 문 열고 태연히 장사>

지난 17일 서울용산에서 실종되어 18일 경기도 포천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된 초등학생 허양(11)의 살해용의자의 행각이 우리사회에 큰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11살짜리 아동을 무참히 살해한 용의자는 평소 허양이 잘 다니는 동네 신발가게 주인아저씨로 밝혀졌다.

허양은 17일 저녁에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비디오테이프를 갖다 주러 나왔다가 비디오가게 맞은편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에게 납치돼 살해당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고 나오던 허양에게 접근 호떡과 신발을 꽁짜로 주겠다며 가게로 불러들여 셔터문을 내리고 허양을 성추행했다. 그 과정에서 허양이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갖고 있던 칼로 허양의 목을 찔러 살해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김 씨는 마침 가게를 들른 아들을 끌어들여 허양의 시신을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포천에 가지고 가서 아세톤을 붓고 불에 태웠다고 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매일일보>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서울시 용산구 용문시장을 찾아 베일에 가려진 김씨의 행각과 허양 이외 다른 여성들을 상대로도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소문의 진상을 추적했다.

기자는 지난 19일과 21일 두 번에 걸쳐 사건 현장을 방문해 형사들과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김씨의 범행일지와 그간의 행각에 대해 밀착취재했다. 취재 과정에서 김씨를 둘러싼 충격적인 증언들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19일 시건 검증이 있던 날 사건 현장인 김씨의 신발가게 주변에는 주민들과 취재진이 북새통을 이뤄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일부 주민들이 김씨를 향해 쏟아내는 분노에 찬 욕설과 행동들 때문에 피의자 김씨와 그의 아들은 한참동안 차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한 주민은 차를 밟고 올라가 난동을 피워 눈길을 끌었다.

분노에 찬 주민들 오열

주민들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에도 항상 인근 동네사람들과의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주민 배 모씨는 “김씨가 장사에는 관심이 없고 항상 출근해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 부르며 추태를 부렸고 인근 가게 사람들에게도 자주 씨비를 걸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어 “이번 허양 성추행살인 뿐 아니라 틈 만나면 신발을 거져 주겠다는 미끼로 어린아이와 아줌마 뿐만 아니라 할머니들에게 까지도 추행을 일삼았다”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한 김씨는 항상 뒷주머니에 칼을 휴대하고 다녔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엔 옆 가게 사장과의 다툼과정에서 휴대하고 있던 칼을 던지기도 했다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배씨는 “(김씨는) 얘고 어른이고 할 거 없이 여자들에게만 유독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끔 유도했다”며 “그 얘(허양)도 엄마랑 같이 신발 사러 (김씨 가게에) 종종 들른 아이였다. 그런 아이한테 천하의 몹쓸 짓을 하다니 그게 인간이야? 김씨의 성추행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민 이 씨는 “김씨가 신발을 고르는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의 치마를 들추거나 가슴을 만지는 일들도 주민들에게 많이 목격됐다”고 밝히고, “피해자 허양은 사고가 발생한 신발가게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부모님과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허양의 아버지는 중견기업 부장이고, 어머니는 교사로 재직 중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다 보니 허양은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이씨는 “그 얘는 정말 착하고 귀여운 아이였어요. 항상 웃으며 동네사람들에게 인사성도 밝고 그래서 다들 이뻐한 아이였다”면서 “그런 아이를 데려다가 말이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장검증이 있던 날 허양의 외할머니는 범인 김씨 부자를 보고 오열을 하며 쓰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너무도 태연하게 범죄 행위를 그대로 재연해 내는 김씨 부자의 행동에 동네 주민들도 울분을 터트렸다.

“저런 인간은 죽어야 돼” “살려주면 또 다시 사람을 죽일 거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분노에 찬 주민들의 목소리가 기자의 귀가를 계속해서 맴돌았다.

현장검증이 끝나고 이틀 뒤인 21일 기자는 용문시장을 다시 찾아가 보았다.
현장검증이 있던 날보다 많이 진정 된 모습이었다. 김씨의 신발가게는 굳게 닫혀있었다. 간간이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김씨의 가게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런 모습은 용문시장 내의 다른 곳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건현장에서 만난 한 부류의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기가 무섭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주민 한 모씨는 “김씨는 부인과 함께 서울 미아리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부인도 있고 자식도 있는 사람이 정신병자가 아니면 동네 꼬마아이에게 그럴 수가 있겠어?”라며 김씨를 정신이상자로 취급했다.

한씨에 따르면 김씨는 매일 부인, 아들과 함께 미아리 집에서 용문동 가게까지 출퇴근을 했었다.
한씨는 “김씨의 부인은 참한 여자지. 하지만 김씨가 매일 술만 퍼 먹고 행패를 부리고, 전과자라는 사실을 동네사람들이 알게 된 얼마전부터는 창피한지 요즘은 통 안 보인다”면서 “아들도 엄마 못지않게 착했어.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과 마찰이 생길 때 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하고 정말 성실하고 착한 청년이었는데 아버지가 아들인생을 망친거지 뭐.”라고 말했다.

또한, 인근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인근 사람들은 김씨와 상대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히고, “하지만 김씨 가게 앞에 미용실 사람이 그래도 측은하게 여겨 음식도 나눠주고 잘 대해줬는데 그런 사람한테 까지도 행패를 부렸다”면서 “사건이 터진 다음날도 버젓이 가게 문을 열고 태연히 노래 부르며 시끄럽게 굴던 모습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난다.

사건이 터진 후 언론에서는 인근 사람들이 김씨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나오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거의 다 안다. 사건이 터진 후에도 주위사람들은 다 김씨를 의심했다. 하여간 사람도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현재 용문동 일대에서는 김씨가 할머니를 성폭행 했다는 등의 괴담이 떠돌고 있다. 경찰은 주민들의 증언과 이 일대 성폭행 피해자들을 상대로 김씨의 추가 범행을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조상현 형사는 “피의자 김씨는 지난해에도 5살 된 여자아이를 자신의 가게에서 성추행한 혐으로 기소되어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고 풀려 난 뒤 5개월 만에 또다시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당시 김씨가 전과가 많이 있었지만 성추행 쪽의 전과는 없어서 피해자부모와의 합의와 공탁금 등으로 사건이 일단락됐었다”고 말했다.

조 형사는 또 “아동 성폭력범들의 재발성향이 커서 동일 전과자를 탐문 수사하던 중 김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아동 성추행범의 특성상 (김씨가) 신체적으로 성적인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울 뿐 인 관계법령과 늦장대응

한편, 이번 용문동 초등학생 성추행 살인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성범죄범에 대한 처벌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이다.
13세 미만 아동성추행 사건은 2004년 400건, 2005년 700건이 발생했을 정도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김씨의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범 특히 아동상대 성폭력범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북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관대한 우리나라의 성폭력 범죄처벌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동 성폭력범은 우리나라의 경우 초범이 7년 인데 반해 선진국은 15년으로 형량이 높다. 일부 국가에서는 성폭력범의 형량을 25년으로 늘로기 위해 입법을 제정중이다. 심지어 일부 선진국들은 아동성범죄를 아이들의 영혼까지 팔아먹는 중죄라고 보고 종신형제도 도입까지 추진 중이다.

또한 성폭력범의 몸에 전자발찌나 집 앞에 팻말을 부착하는 등 아동 성폭력범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김씨의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동 성폭력 사범에 대해 특수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전과 등 양형만을 따지는 소극적인 처벌에 그치고 있다.

초범이거나 추행정도가 미약하다고 판단되면 집유나 벌금형으로 풀려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집유판결을 내릴 경우 부가할 수 있는 관리감독 차원의 ‘보호관찰’이나 ‘수강명령’ 등 재범방치 처분도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불과 작년에 있었던 김씨의 유아 성추행 사건에서도 동일전과가 없었다는 이유와 사건이 미미하다는 판결로 집행유예로 풀려나 또다시 이 같은 엄청난 범죄를 야기 시켰다. 때문에 보다 확실한 법제정과 관리가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사건이 터지고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현재 국회에 아동성폭력과 관련해 모두 8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상습 성폭력자의 몸에 전자장치를 부착해 위치를 확인한다는 일명 ‘전자팔찌’ 법안은 인권침해와 이중처벌 논란으로 발의된 지 6개월 동안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계류 중인 법안에는 13세 미만 여아에게 강간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한 성교행위를 한 자에게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수위를 대폭 강화한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또한, 현재 7년인 청소년 성범죄자 공소시효를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청소년위원회는 최근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과 관련, 청소년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 관련법 개정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이와 관련, 해바라기 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사법기관이 아동과 성인의 성폭력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장은 "미성년자 성추행 가해자의 특성을 보면 교화가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며 "교화 자체가 불가능한 병적인 사람은 거의 반드시 재범하는 만큼 가해자를 구분해 처벌,교화 할 수 있는 과학적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최 소장은 이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성폭력을 당한 경우 상당수가 커 갈수록 심각한 우울증세와 정신적 고통들로 인해 인격형성에 큰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히고, “성범죄자들의 교육프로그램 뿐 만 아니라 피해아동의 교육프로그램도 다각도로 마련되어야 할 것 이다”며 국가와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우리사회에 아동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린 이번 초등학생 성추행살인사건을 계기로 하루빨리 관계법령을 정비하고 이번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또 다른 아동 성폭력범죄가 재발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발 벗고 나설 때라고 최 소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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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김모씨 인터뷰>
"술에 취해 장난으로 성폭행 했다”

-왜 허양을 죽였는가?
▲ 정말 관계를 갖지는 않았다. 만지는 와중에 그 얘가 소리를 치는 바람에 당황스러워서 그랬다.

-초등학생인 허양을 꼭 죽이기까지 해야 했는가?
▲ 허양 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처음에는 술에 취해 장난으로 그런 것이다. 모든 게 내 잘못이다.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 박스에 시신을 넣어서 경기도 포천까지 들고 가서 태우는 치밀함을
보였는데 술에 취해 그랬다고 하기엔 너무 계획된 것이 아닌가?
▲ 일단 너무 당황스럽고 정신이 없어 아들을 설득해서 시신부터 처리하고 보자는 심정이었다. 반성한다.

-왜 아들에게 까지 범죄를 동조하게 만들었는가? 아들에 대한 죄책감은 들지 않나?
▲ 내 아들은 아무 잘못 없다. 아들은 자수하자고 했지만 내가 우겨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아버지로서 마음이 너무 무겁다.

-이 사건이 있기 전에도 5살짜리 꼬마아이를 추행하다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그 때 반성하지 않았나?
▲ 그때일은 피해자 부모와 합의가 다 끝 난 문제이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도 많이 반성했다.

-아동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한가?
▲ 아니다. 단지 술을 먹어 그런 것이다. 부인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으며 문제가 없다.


<김씨의 아들 김 모군 인터뷰>
"아버지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평소에 아버지가 어린아이들을 추행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나?
▲ 그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그런 면들이 있는 거 같았다. 하지만 술을 드시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시고 올바른 사람이다. 물론 저번 성추행 사건으로 어머니와 제가 많이 실망했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믿고 어머니와 제가 잘해 보려고 노력했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 왜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고 범행에 동조하였는가?
▲ 그 당시 아버지와 가게 안에서 많이 다퉜다. 하지만 일단은 그 상황을 수습하고 싶었고 아버지의 뜻대로 도와드리고 싶었다.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래도 저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분인데 절대 미워하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고 제가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벌을 달게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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