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한국인 조종사 차별 파업 방지 대책’ 비난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아시아나 항공의 기장석이 자격조건도 채 갖추지 못한 외국인들로 채워지고 있어 국내 조종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조종사노동조합의 파업이 마무리된 뒤 약 6개월 동안 외국인 기장 30여명을 뽑은 데 이어 최근까지 해외 인터넷 조종사 구인구직 사이트나 항공잡지 등에 기장 후보를 모집 중이다.
반면 같은 기간 내 한국인 부기장 가운데 기장이 된 사례는 10건도 채 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아시아나 조종사 880여 명 중 외국인 기장은 100여명 이상이고, 최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조종사 30~40여명을 새로 채용, 사내 규정에 따라 기장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부기장으로 비행하고 있는 한국인 조종사 가운데 기장 자격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들을 훈련시켜 기장으로 만드는 것이 정상적인데 파업 이후 내국인 가운데 기장이 된 사람은 5~6 명에 불과, 나머지는 전부 외국인들로 채우고 있다” 고 설명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 들어 채용이 증가하고 있는 이들 동남아 조종사들의 경우 비행시간, 전문지식 등 기장으로서 필요한 자격조건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들을 훈련시키는 교관조차 “한심한 지경” 이라고 말한다는 것.
노조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항공 등 일부 항공에서는 필리핀 조종사들이 비행경력 등을 엉터리로 기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아예 기장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면서 “그런데도 아시아나는 아무렇지 않게 채용하고 있다. 심지어 작년에는 최종 훈련 결과 합격점을 받지 못한 일부 조종사까지 다시 훈련시켜 억지로 기장으로 승격 시켰다” 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행시간 5000~6000시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한국인 부기장에 비해 비행시간과 항공관련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동남아 조종사들이 기장으로 채용되면서 항공기 운항의 전권을 쥐고 있어 조종실 팀워크의 문제 뿐 아니라 안전운항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
이 같은 외국인 위주의 기장 영입에 대해 조종사 노조 측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아무리 낮은 급여를 책정할 수 있는 동남아 조종사들을 선호한다지만, 훈련비용, 체류비용 등을 생각하면 한국인 조종사에 비해 결코 낮은 비용이 아니다. 이는 경제논리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결국 파업에 대비한 회사 측의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면서 “사측의 마구잡이식 채용으로 인해 항공기 안전에 큰 결함이 생겼다” 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외국인 기장 채용은 회사의 조종사 수급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유동적인 것” 이라면서 “동남아권 조종사 채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회사의 인사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자세한 설명을 꺼렸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채용된 외국인 조종사 가운데 자격에 미달되는 사람은 없었다” 며 “노조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채용 과정 상 문제가 있었던 일은 전혀 없다” 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파업 당시 노조 측은 ‘외국인 조종사 채용 시 노사합의 및 채용 동결 등을 주장한 내용의 단협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사측은 이에 대해 회사의 고유 권한인 인사, 경영권을 침해한다며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이 중단되면서 이 문제는 타협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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