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납품업체에 판매 강요’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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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납품업체에 판매 강요’ 물의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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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부진 탈피 위해 차 판매 강제 할당 논란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기아자동차가 자사 관리 직원에 이어 현대차 그룹 계열사에게까지 판매량을 강제 할당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환율하락과 내수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탈피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으로 보이는 이번 할당 조치는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

2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관리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판촉행사를 실시한 데 이어 그룹의 일부 계열사들도 부서나 개인별로 기아차를 직접 구매하거나 구매자를 연결토록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기아차가 각 계열사에 로체와 그랜드카니발 등에 대해 구체적인 판매치를 할당했다” 고 설명하며 “회사별로 판매 목표는 다르게 할당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회사는 판매에 따른 보상 문제로 인해 일선 부서에 지침을 내리지 않고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열사들은 기아차의 이 같은 판매 지침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보상 기준도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판매 목표치를 할당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면서 “그렇다고 계열사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판매를 ‘유도’한 것이지 강제성은 없었다” 고 설명했다.

사실 기아차가 이처럼 강제성을 띤 할당이라는 무리수를 둔 가장 직접적 원인은 무엇보다 판매량이 부진하기 때문.

기아차는 지난 1월에만 내수판매가 전달대비 35.2% 급감했고 수출도 13.6% 감소했다.

특히 2천700억원을 투자해 야심차게 내놓은 중형 ‘로체’의 판매량이 갈수록 부진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로체는 2월 판매량에서도 경쟁모델인 현대차의 쏘타나, 르노삼성 SM5, GM대우 토스카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5%로 전년보다 크게 악화됐고, 1월 총판매량에서도 GM대우차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기아차는 지난해 8~11월 판매량에 있어서도 GM 대우에 뒤진 바 있어 국내 자동차 업계 2위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기아차는 사내 관리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리차 판매 캠페인’이란 이름의 사내 판촉행사를 실시하고 연말까지 차장 이상 16대, 과장 8대, 사원. 대리 4대 등을 판매할 것을 독려하면서 판매실적이 우수한 사원은 포상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키로 한 바도 있다.

그런가 하면 기아차는 최근 일부 납품업체들에게도 차 구매를 할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기아차 측에서 차 구매 요구를 받았고, 납품업체 입장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납품단가 부당인하 여부 조사에 들어간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업체에 자동차 구매를 강제 할당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체가 납품업체에 자동차 구매를 강제 할당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지만 그동안 이 문제로 제재를 받은 자동차업체는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납품을 이유로 자동차를 판매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업계에서 종종 이런 소문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납품업체들이 사정 상 강제 할당을 받았다고 시인하는 경우가 없어 제대로 된 확인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 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납품단가 부당 인하 여부 조사가 실시되는 만큼 차 구매 할당 의혹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납품업체에 강제적으로 판매를 할당한 일은 전혀 없었다” 면서 “다만 회사 사정 상 납품업체에 차 판매를 요청했을 수는 있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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