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백선 기자]올해 우리나라는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뼈아픈 과거의 의미를 상기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지향하자는 결의가 한·일 양국에서 쏟아지있다. 하지만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긴 세월 과거 침략전쟁에서 비롯된 문제들로 두 나라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한일 양국 간의 역사에 대한 시각차는 이미 1951년 10월 20일 분명하게 드러났다.당시 일본 내 미점령군사령부(SCAP) 회의실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1차 회담에서 일본 측은 “한국이 일본에 재산청구 권리가 있다면 일본도 식민지 시대 한국에 있던 일본인의 재산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양국의 생각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이런 이견차로 14년이란 세월이 지난뒤인 1965년에서야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됐다.이같은 인식을 좁히기 위해 한·일 양국은 2002년 이후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2차례에 걸쳐 활동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를 도출하진 못했다.특히 ‘강한 일본을 되찾자’라는 슬로건 내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간 관계 역시 별다른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한일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위안부 문제를 의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두 지도자간 정상회담도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여기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전격 강행에 이어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소유권 주장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정부는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시각차는 광복 70주년, 한일수교 50주년이 지난 지금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지난 6월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열린 양국 대사관 주최 기념식에 교차 참석, “올해가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원년이 돼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일본이 최근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가 자국영토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국관계는 다시금 급냉모드로 돌아선 상황이다.특히 오는 15일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 초안에 ‘식민지배와 침략’이나 ‘사죄’ 등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로부터 미흡하다 지적받아온 일본 정부의 과거사 사죄 발언보다 훨씬 후퇴한 수준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양국간의 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물론, 이러한 과거사에 얽매여 양국관계가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정부가 역사문제와 정치외교를 분리 대응하는 등 이원화된 접근법을 적절히 구사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일본과의 관계에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과제를 말끔히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일제 강점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식이 바로잡혀야 한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 강제병합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하고, 식민지 지배가 원천 무효임을 받아들일 때 궁극적으로 양국 간 남은 과제들이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뉘른베르크 제1조 원칙을 보면 “국제법상의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를 한 모든 사람은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또한 처벌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원칙은 분명 일제가 식민지배 과정에서 저지른 침략전쟁이나 전쟁범죄, 인도(诸法)에 대한 죄 등 잔혹한 행위들도 대상으로 한다.이에 대해 현 정부는 그 책임을 명확하게 추궁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공식적 구제조치의 확약을 받아내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광복 70주년을 맞은 우리 국민에게도 ‘과거사 청산’이라는 가장 뚜렷한 지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