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에 흔들리는 교보생명 신창재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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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에 흔들리는 교보생명 신창재 호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3.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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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vs 임원 내부 갈등설 왜?’
교보 ‘갈등설 근거 없어, 악의적 소문’
일각 ‘신씨 일가 친족 간 지분 경쟁 점화'

▲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경영철학은 ‘변화와 혁신’으로 압축된다. 그러나 변화가 너무 과도했던 것일까.

최근 업계에서는 교보생명 신 회장과 경영진의 마찰, 지분을 둘러싼 친족간의 갈등설, 신 회장의 경영권 위기론 등 온갖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교보생명은 박성규 대표이사 부사장의 사표제출을 시작으로 임원진 집단 사의라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사태를 놓고 그동안 누적된 내부 갈등과 경영 불안 요인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교보생명 측에서는 “경영 목표 달성 미흡에 대한 임원들의 책임의식에서 비롯된 일일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경영방식에 대한 경영진의 ‘반발’이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번 사태는 일단 지난 3일 박 부사장과 신유삼 전무 등 핵심 경영진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일단락됐지만 교보생명과 신 회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오너인 신 회장의 지분이 경영권 방어에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분석과 함께 지분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갈등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0명의 임원진 집단 사의 표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목표한 경영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경영의 의미로 사표를 낸 것뿐”이라며 “신 회장과의 갈등설은 말도 안된다. 심지어 ‘항명’이라고까지 표현하는데 회사가 무슨 ‘정당 조직’도 아니고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박 부사장의 사표 수리 역시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교보생명 측에서는 하루빨리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듯 보이지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내부 갈등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임원진 가운데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몇 명은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신 회장을 둘러싼 내부 갈등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 회장 리더십에 빨간불 켜졌나

신 회장은 창립자인 신용호 전 회장의 장남으로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의사 출신이다.

지난 96년부터 경영에 참여하다가 98년 회장직에 올랐고 99년 이사회 의장으로 보직을 바꿨다.

이후 2000년 5월 회장에 복귀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 외부컨설팅을 통해 ‘윤리경영’ 등의 새 전략목표를 수립하고, 조직과 기업문화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기 시작했다.

신 회장의 새로운 경영스타일은 대외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한국능률협회 등으로부터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의 이런 경영방식은 경영진과의 마찰, 잦은 임원 교체와 실적 부진 등 내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신 회장과 전문경영인과의 충돌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신 회장의 고객 최우선 윤리경영 방침은 회사의 수익성을 중시하는 전문경영인과 충돌을 빚어왔다.

일례로 경영진들은 회사 수익에 부담을 주는 ‘고금리 저축성 보험’에 대해 해약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신 회장은 이것이 ‘고객의 이익에 반한다’ 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표가 수리된 박 부사장 역시 신 회장과 경영 코드가 잘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게에 따르면 특히 최근에는 보험상품의 위험률차(생존률-사망률)에 대한 시각차가 컸다는 분석이다.

보험 계약자들의 생존률과 실제 사망률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위험율차손익률은 교보생명이 7.1%로 경쟁사인 삼성생명 23.2%, 대한생명 14.7%에 비해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교보생명이 이익규모에 비해 보험금지급이 많았다는 얘기가 되고, 전문가들은 “이것이 영업을 중시하는 보험사 경영 측면에서 본다면 상당한 문제점이 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잦은 임원 교체는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처음 회장직에 오른 98년 이후 최근까지 교보생명은 4차례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신 회장이 회장으로 복귀할 당시에는 이만수 사장과 권경현 부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는데, 5개 월 만에 이 사장이 물러나고 권 부사장이 사장에 올랐다.

또 다시 1년6개월 뒤 지난 2000년에는 장형덕 부사장이 권 사장을 대신해 사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창립자 신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권 사장을 교체하고 장 사장을 승진시키면서 신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확립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장 사장 역시 취임 10개월 만에 경질됐고, 신 회장은 오익환, 정병돈, 최동석 3명의 부사장을 선임해 집단경영체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의 부사장이 외부인사로 수혈되면서 한때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이후 2004년 2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 부사장 역시 최근 사표가 수리되면서 물러나게 됐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변화와 혁신’ 추구의 일면"이라며 “회사를 모범적으로 발전시키고, 국제적으로 키우기 위한 신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렇게 잦은 임원 교체가 회사 경영의 불안정을 가져왔고, 결국 영업 부진 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교보생명 실적 부진, 도대체 얼마나?

1980년대 교보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했다.

이후 삼성생명, 대한생명과 함께 ‘빅3’를 형성하며 생보업계 대표주자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업계 3위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교보생명의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보자면 교보생명의 상황은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다.

1년 초과 보험계약 유지율을 나타내는 13회차 유지율은 지난 2000년 60%에서 작년에는 83%로 크게 증가했고, 총 자산 역시 2005년 12월 현재 38조 2천494억원을 기록, 신 회장 취임 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최근 몇 년 사이 보험 판매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2004 회계연도 교보생명의 수입 보험료는 8조8천889억원으로, 신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2000년(11조4천70억원)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

당기 순이익 역시 2004년 회계연도 3천800억원 수준에서 2005년에는 절반도 채 안 되는 1천5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척도의 중요한 지표인 지급여력비율(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을 놓고 본다면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

현재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68.2%(2005년 12월 기준). 금융감독원 규정 상 지급여력비율이 100이하이면 시정조치를 받는데, 수치상 100을 넘고 있으니 그렇게 문제시될 것은 없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업계에서 자꾸 재무건전성 취약 얘기가 나오는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면서 “2003, 2004년 연속으로 AA+ 신용등급을 받아 재무건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입증받았다” 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삼성이나 대한생명처럼 거대 그룹의 지원, 또는 공적자금의 투입 없이도 꾸준히 잘 해왔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168.2%는 푸르덴셜이나 ING 등 300%를 훌쩍 웃도는 외국계 생보사들의 수준과는 한참 차이가 나고 국내 생보 업계 1위인 삼성생명(300%) 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자를 해야 하지만 대주주인 신씨 일가측이 증자 여력이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교보생명은 수천억원대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교보생명은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부실자산비율 역시 높은 편이다.

부실자산은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으로, 그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올라가 고객 부담이 늘어날 소지가 크다.

2005년 금감원이 발표한 자산건전성 현황을 보면 교보생명은 동양, 삼성에 이어 부실자산비율이 세 번째로 높았다.

신 회장 지분 경영권 방어 취약, 가족 간 갈등?

한편 전문가들은 교보생명의 이런 내부갈등이 실은 신 회장의 지분을 둘러싼 경영권 위기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캠코(자산관리공사)로 돼 있다.

캠코는 담보로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24%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지분 11%, 신 회장이 고 신용호 명예회장 타계 후 상속세로 납부한 지분 6.5% 등을 포함해 총 41.26%의 교보생명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대주주인 신 회장은 관계사들 주식수를 포함해 지분 37.26%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특수 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작은 아버지 신용희씨와 그의 아들 신인재씨의 지분을 합쳐 58.25%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당초 45%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고 신용호 명예회장 사후 상속세로 6.5%를 납부하고 자식들에게 7.7%를 상속하면서 지분이 줄어든 상태.

문제는 각각 8%와 5.27%를 소유한 신용희 씨와 신인재씨가 적절한 가격에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여의도 소재 비상장 주식 중개브로커에게 이들 지분 일부가 매각 의뢰된 상태로, 희망 매각가격은 주당 12만5천원 정도라고 한다.

당장은 신 회장의 만류로 매각이 보류된 상태기는 하지만 적정가격만 제시된다면 언제든 매물로 나올 가능성 있어 신 회장에게는 잠재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교보생명 지분을 둘러싼 신 회장 일가의 ‘친족 간 갈등’ 얘기까지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캠코 역시 공적자금의 조기 회수를 위해 교보생명 지분 41.5%를 일각 매각할 계획이다.

캠코는 “교보생명의 지분 매각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면서 “매각 시기는 교보생명의 상장 여부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대규모 투자자나 컨소시엄이 자산관리공사 지분과 함께 신씨 일가 지분(신용희+신용재) 13.27%까지 한꺼번에 인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다면 54.53%로 단숨에 최대주주로 부상, 신 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교보생명 관계자는“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통상 재벌 총수가 가진 지분의 2~3배가 된다” 면서 “경영권 위협이니 친족간 갈등이니 하는 얘기들은 전혀 근거가 없는 ‘소설’ 에 불과하다” 고 일축했다.

신 회장 경영 능력 평가 현재 진행형

교보생명 측의 거듭된 해명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이끄는 교보생명의 현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신 회장의 경영방식이 ‘이상’적으로는 뛰어날 수 있지만 ‘현실’을 중시하는 전문경영인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며 “분명한 것은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고 지적했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취임 이후 거둔 성과를 지나치게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교육보험 하나로 커온 교보생명의 낡은 이미지를 바꾸는데 신 회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 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신 회장은 ‘단기’ 성과 보다는 ‘장기 전략’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을 펼쳐 왔음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당장 회사의 볼륨을 키우고, 눈에 띄게 실적을 올리는데 치중하기 보다는 고객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질적 성장을 해 왔다는 것.

실제로 교보생명은 대형사로는 처음으로 주력 판매채널인 FP(자산설계사) 채널의 영업조직 을 선진형 점포인 FP지점 체제로 단일화시켜 영업조직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기도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업계에서 나도는 근거 없는 소문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교보생명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얼마나 잘 해왔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 당부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신 회장 취임 초반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외환위기 당시 기아, 대우 등 부실채권을 갖고 있었던 이유가 컸다” 면서 “이후 조직개편과 질적 개선을 통해 실적 또한 점차 개선돼 갔다” 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문가는 “현재 업계에서 신 회장의 리더십과 교보생명의 미래에 회의적 시각이 많은데, 분명한 것은 신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 봐야 한다” 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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