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朴은 죽을 맛, 손-노 ‘요즘 살맛나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이 속담이 요즘 딱 들어맞는 곳이 정치권이다. ‘황제 테니스’ 파문과 ‘최연희 성풍’, 공천시비 등으로 인해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가 시달리고 요즘 손학규 경기지사와 노무현 대통령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한나라당 ‘빅 3’가운데 가장 처져 있던 손학규 지사는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가 휘청거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 파문 이후 지지율이 40%대까지 올라서는 등 ‘따뜻한 봄’을 맞고 있다.
잘 나가는 손학규 지사
요즘 손학규 지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강력한 경쟁자로 손학규 지사의 표를 잠식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이 테니스 파문으로 휘청댐에 따라 손 지사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명박 시장이 낙마라도 하게 되면 이명박 시장이 갖고 있던 표 가운데 상당수가 손학규 지사에게 자연히 옮겨 올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자동으로 박-이 대결구도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남성우월주의가 여전히 당 안팎을 지배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손 지사가 오히려 박 대표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요즘 박근혜 대표 역시 리더십 문제를 놓고 당 안팎의 눈총을 받고 있어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손 지사 캠프는 지금 최대의 호기를 만난 상황이다.
손 지사 측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지방선거 때가 다가오면 손 지사보다는 박근혜 대표에게 뉴스의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 대 박의 대결구도는 더욱 굳어진다. 그래서 손 지사는 지금 부지런히 움직여 빅 3구도에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키워가야 하는 것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손 지사 측도 잘 알고 있는 듯 최근 손 지사는 부지런한 지지율 쌓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22일 손 지사는 파주 영어마을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가졌다. 손 지사는 파주 영어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 영어마을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공교육 모델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또 손 지사는 일본 첨단기업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근 일본을 다녀왔다. 손 지사를 대표로 하는 경기도 투자유치단은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명박 감싸는 손학규 … 의리있는 정치인 인상주기 위해?
한편 손 지사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적극적으로 감싸고 나섰다. 23일 KBS라디오 방송프로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한 손 지사는 "열린우리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황제 테니스 선거'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다"면서 "폭로정치로 시종일관하는 열린우리당 지도부, 특히 정동영 의장을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정치의 가벼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손 지사는 "(열린우리당의 대응은) 이해찬 총리가 골프 파문으로 물러나면서 떨어진 지지도를 정치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이전투구"라며 "정치적인 공세를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간다면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와 불신만 가중시켜 결국 부메랑이 돼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손 지사는 "이 시장의 '황제 테니스'에 문제는 없다고 보는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이 시장이 의도적으로 공짜 테니스를 했겠느냐. 워낙 (운동을 할) 시간이 없어서 부하직원들이 (테니스장을) 확보해 놓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손 지사는 열린우리당이 이 시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 문제가 국정조사 대상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반대했다.
그렇다면 손 지사가 이 시장 편을 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 이유는 ‘이 시장의 불행은 곧 손 지사의 행복’이란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장을 지원함으로서 의리있는 정치인의 인상을 주고 반사이익에 대한 한나라당 안팎의 반감을 줄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손 지사는 지금의 형국에 대해 화장실에서는 깔깔 웃을 수 있을지 몰라도 공개석상에서는 이 시장과 한나라당의 어려움에 대해 굳은 표정을 유지해야 하는 처지란 이야기이다.
조용히 잘 나가는 노 대통령
한편 손 지사 말고 요즘 화장실에서 박장대소할 인물은 한 사람 더 있다. 그 인물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이 40.5%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초에는 높았다가 임기 말이 될 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임기 말이 된 지금 다시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현재 상황으로 볼 때는 노 대통령이 특별히 지지율을 깎아먹을 이유가 없고 선거가 연이어 있는 까닭에 경기도 차츰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등의 관계로 앞으로도 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행진은 계속 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대략 이렇게 분석할 수 있다.
① 국민들을 놀라게 하는 ‘돌출언행’이 없어졌다는 것
②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지방선거와 대선, 총선이 계속 이어지는 관계로 선거철 특수 탓에 경제가 꾸준히 회복될 것이란 심리가 널리 퍼지고 있 는 것
③ 이해찬 전 총리 사임 문제가 해결된 것
④ 이해찬 전 총리 문제 등 여권 내부 문제가 이명박 시장의 테니스 파문 으로 묻혀져 버린 것
⑤ KBS 용태영 기자가 빠른 시일 안에 무사귀환한 것
노무현 대통령, 킹메이커로서 자신감 회복
한편 이와 같은 노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은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여권의 킹메이커로서 역할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해줄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로 빠져 들 경우 당과 청의 상호 권력 견제 기능은 무너지고 급격하게 정동영 의장의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여권이 움직일 수 있었는데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안정을 찾아가게 됨으로서 여당과 청와대의 안정적 균형이 다시 자리를 찾아가고 있어 노 대통령이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선거 관계로 경제가 호전되고 정권 재창출 때문에 청와대가 여론과 마찰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노 대통령이 요즘처럼 ‘조용하게 있는 것’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는데는 ‘최선의 방책’이란 농담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의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수면 아래서 손과 발을 바삐 놀려야 할 처지다. 이것 때문에 현재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직계들을 특히 주의깊게 보고 있다. 향후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노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관심이 쏠리고 있는 사람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재미있는 것은 유시민 장관 역시 ‘튀는 언행’을 줄이고 요즘 ‘얌전하게’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유시민 장관이 조용히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 역시 ‘먼 앞’을 내다 본 행동으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를 위한 준비라는 예측.
유시민 대통령 경선 후보 등장할 듯
정치권 주변의 인사들은 현재로서는 ‘유시민 대통령 경선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가능한 모든 인력을 ‘징발’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흥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 유시민 장관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시민 의원을 장관에 까지 기용한 이유는 바로 차기 대선을 위한 포석이란 이야기이다.
이들은 심지어 한명숙 의원의 총리 기용 문제도 대선 포석이라고 이야기한다. 중량감있는 인물이 적은 열린우리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명숙 의원을 총리로 기용해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내보낸다는 것이다. 역시 후보 경선의 흥행을 극대화하기 위한 카드다.
만일 유시민 장관이 열린우리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 나온다면 ‘노심’은 은근히 유시민 장관의 손을 들어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복제인간’이라고 불릴 정도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 입장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이인제 의원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동영 의장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 의장 입장에서는 서울과 광주광역시, 그리고 전북은 반드시 건져내야 한다. 아니 모두 실패하더라도 엄청나게 열심히 뛰었다는 인상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 그것이 정동영 의장의 살 길이다.
화장실에서 웃을 여유도 없는 정동영 의장
강력한 경쟁주자인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의 불행을 보며 정 의장 역시 화장실에서라도 웃을 법도 한데 정 의장에게는 그럴 여유조차 없다. 고향 전북에서는 고건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있고 지방선거가 그리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테니스 논란과 최연희 성풍과 같은 호재가 잇달아 터지기는 했지만 기성세대들이 주로 투표하는 지방선거의 특성 상 열린우리당이 바짝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의장이 서울과 광주광역시, 전북을 건져내면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승리한 것이다.서울과 전북을 건져도 내용상 열린우리당의 승리다. 물론 정 의장이 광주광역시-전북만 건져내도 이럭저럭 본전은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정도는 해야 최소한의 체면이 선다.
그러나 전북만 간신히 건지거나 전북도 못 건져도 정 의장이 열심히 뛰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정 의장으로서는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만큼 열린우리당의 인기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의장이 안정적으로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기 위해서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정 의장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여당 지지성향의 기성세대들에게는 안정감,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노선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처지니 정 의장은 앞으로도 계속 머리를 싸매고 고심을 해야 할 처지다. 정 의장은 몸 못지 않게 머리도 고생을 해야 할 판이다.
정 의장 못지 않게 머리를 굴려야 할 사람은 또 있다. 바로 손학규 지사가 그렇다. 손 지사는 지금 불어오고 있는 훈풍에 만족할 게 아니라 이 참에 이-박을 근접 추격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이 급하다. 지금의 지지율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손 지사가 차차기를 생각하며 2007년 대선에 그리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는 말도 나오지만 차차기를 생각한다면 이번 경선에서 더욱 선전해야 한다.
손학규 지사, 이명박 시장과의 차별화 전략에 최선
그렇다면 손 지사가 교두보 확보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모두들 이명박 시장과의 차별화에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손 지사는 오랜 민주화 운동 경력 등 이 시장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과 유사한 행보를 하고 있어 이 시장과 다른 점이 없어 보이고 그래서 표들이 이 시장에게 몰려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손 지사의 개성을 따라 모이는 표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략 현재 대권기상도는 明 -비옴, 朴-흐림, 손/노-구름 약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정동영 의장의 경우에는 ‘흐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곳이 정치권이다. 손학규 지사와 노 대통령도 각별히 몸조심을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화장실에서 웃다가 턱 빠지는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