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한나라는 날개가 없다
상태바
추락하는 한나라는 날개가 없다
  • 곽호성 정치전문기자
  • 승인 2006.03.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 지지율 부진 진단과 해법
추락하는 한나라는 날개가 없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최근 계속 하강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최근의 최연희 성풍논란, 이명박 시장의 황제 테니스 논란,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당내 논란들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 원래 한나라당이 갖고 있던 문제점들이 대중들이 바라는 만큼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이 높은 지지율을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한 요인이다.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최근 부진 이유를 짚어보고 한나라당이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흔들리는 한나라당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연구소가 조사한 여론조사 자료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31.5%를 기록해 2주 전 같은 기관에서 벌인 조사에 비해 2.8% 떨어졌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21.5%로 지난번 조사에 비해 불과 0.2% 하락하는 정도에 그쳐 한나라당과의 격차를 10% 정도로 줄였다.

여기서 의미심장하게 봐야 할 부분은 타 정당들의 지지율이다. 민주노동당은 9.6%를 기록했고 민주당은 5.1%를 기록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는 실제 선거에서 대중들의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해 민주노동당 지지층이나 민주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열린우리당에 투표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민주당을 합친 반 한나라 세력이 31.5%의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압도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어디에서 많이 떨어졌을까?

한나라당 지지율은 인천·경기(-11.3%P), 대구· 경북(-8.2%P), 50대이상(-9.4%P), 저소득층(-8.1%P)에서 특히 많이 떨어졌다. 지지율 하락의 최대원인은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과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파문.

실제로 ‘최근 고위공직자·정치인 관련 파문중 가장 문제가 큰 것 ’을 묻자 ▲최연희 의원 성추행파문 41.9% ▲이해찬 전 총리 골프파문 34.7%▲이명박 서울시장 (황제)테니스파문 10.0% 등으로 답변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45.2%가 성추행파문을 1순위로 꼽았으며, 여성층의 한나라당지지율이 4.1%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의 정국 상황은 결코 한나라당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아직 ‘황제 테니스’논란의 여파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고 현대차 그룹 비자금 수사와 같은 사안은 민주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에 의해 구 정치세력의 대표주자로 낙인찍혀 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열린우리당 열성 지지층의 재벌혐오증 선동이 반 한나라 정서의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인천-경기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고 저소득층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는 것, 그리고 여성 지지층이 빠르게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열린우리당 측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한 자료다.

열린우리당의 기본 전략은 한나라당을 ‘악의 세력’(수구세력)으로 규정하고 반 한나라 세력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결집시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에게 공격의 명분을 많이 주는 실수를 범했다.

당장 ‘최연희 성풍 파문’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 너무나 뻔하다. 한나라당에 실망한 여성표들이 강금실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는 형태로 한나라당에 대해 공개경고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근본적 문제 해결하지 못한 한나라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현재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지금까지 대략 30%에서 40% 미만을 왔다 갔다 해왔다. 40% 내외까지 다가섰던 일도 있었으나 대개 그런 때는 여당과 청와대에 실망한 수요가 한나라당에 집중되었을 따름이었다. 지금 한나라당 지지율이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한나라당 지지율 안에 거품이 상당부분 끼어 있었음이 드러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본질적 문제점은 뭘까? 정치권 주변 인사들은 아직도 한나라당이 대권탈환에 필수적인 부동층 5%의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변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목사는 30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개혁적인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라는 칼럼에서 "지난 1년여 동안 보수 우파에 속한 뉴라이트운동에 참여해 오면서 우리 사회의 보수 우파가 지닌 약점들을 느끼게 됐다"며 "이런 약점들을 스스로 개선 극복해 나가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보수세력은 미래의 역사를 주도해 나갈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보수세력이 제 몫을 감당하려면 그간에 이룩해 놓은 값진 것들을 지키면서도 그릇된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고쳐 나가는 자기혁신이 있어야 하거늘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며 "보수세력이 누렸던 태평성대가 마냥 계속될 것으로만 착각하고 있다가 어느 날 안방까지 빼앗기는 낭패를 당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이나마 이 땅에 보수세력이 살길은 오직 한길뿐"이라며 "(그 길은) 뼈를 깎는 마음으로 자기혁신을 이루어 나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이어 비판을 한나라당으로 돌렸다. 그는 "한나라당의 지금 형편이 어떠한가"라고 묻고, "며칠 전 어느 분이 내게 말하기를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잘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야당인 한나라당이 내일에의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기에 자기는 이민 가고 싶노라 했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편 김 목사가 본 보수세력의 두번째 약점은 '경륜과 비전의 부재(不在)'.

그는 "이 나라의 보수세력은 국가경영 내지 민족경영의 경륜과 비전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진보세력이 그러하지 못한 점은 새삼 언급할 나위조차 없으려니와 보수세력 역시 국가경영의 경륜이 부족하고 국민에게 미래의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그리고 '대안 부재'를 보수세력의 세번째 약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 땅의 보수세력은 겨레의 운명을 판가름할 만한 여러 정책에 대해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비난과 거부를 되풀이하고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교육개혁과 통일정책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명했다.

그는 "사학법 개정안의 경우만 하더라도 국민의 다수가 개정된 사학법이 어디가 잘못된 내용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며 "이는 야당을 위시한 보수세력이 국민을 설득하는 일에 실패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문제점과 대안

김진홍 목사가 지적한 한나라당의 문제점은 대개 정확하다. 김 목사의 주장을 간추려 보면 한나라당 자체가 대중들이 바라는 만큼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쉽게 말해 A라는 자동차 회사와 B라는 자동차 회사가 경쟁한다고 가정하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A라는 자동차 회사보다 B라는 자동차 회사가 더 좋고 B라는 자동차 회사가 생산하는 자동차가 A회사의 차량보다 더 좋다는 확신이 들어야 B회사의 자동차를 구매한다. 마찬가지로 아직 한나라당이 내놓고 있는 정책이나 철학은 아직 국민들의 마음을 잡기에 부족하다는 이야기이다.

당장 김 목사가 주장하는 대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변화’다. 김 목사의 표현을 빌리면 ‘개혁’이다. 한마디로 변화와 개혁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다. 이는 곧 뒤집어 말하면 한나라당의 정책과 철학이 국민들의 행복을 가져온다고 보다 많은 이들이 믿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보다 많은 대중이 한나라당을 믿고 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국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바꿀 수 있는 개혁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막연한 이야기 대신 구체적으로, 그리고 사회 구석구석 개혁의 손길이 필요한 곳 모두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나라당과 보수사회는 지금까지 여당보다 인재가 많다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정작 소출은 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지적이다.

정리하면 현대 정치에서 철학과 대안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철학과 대안이 있어야 열성 지지층이 형성되고 그 열성 지지층이 자발적으로 한나라당의 지지율 확장을 위해 주변의 사람들을 설득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금 뚜렷한 논리와 철학, 대안이 부족하고 대중들과의 스킨십도 부족하기 때문에 지지율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여전히 2030 젊은세대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결국 2030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너무 적거나 설령 늘고 있더라도 그들이 워낙 소극적이고, 단순히 여당에 대한 반대심리에서 한나라당을 선택하고 있을 뿐이라 주변에 한나라당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득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나라당이 지지율 30% 내외를 넘어 40% 이상으로 훌쩍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 ‘2030’의 산이다. 그러나 아직도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뚜렷한 2030 문제 해결 대안이 없다.

결국 한나라당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 타개책은 한나라당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돌아봐야 할 기본은 한나라당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대중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싫으니 한나라당을 지지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슨 뚜렷한 목적을 위해 한나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앞서 강조했던 대로 한나라당은 나름대로의 철학과 사회 개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눈높이에 맞는 철학과 사회 개혁 대안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대권창출을 위해 끌어들여야 할 전체 선거인단 가운데 5%의 부동층을 만족시킬 만한 대안과 철학이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07년 대선에서도 패배하게 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면 한나라당은 부동층 5%가 한나라당의 입맞을 맞춰 주길 기대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이 부동층 5%의 입맛을 맞춰 줘야한다. 이것이 한나라당 대권승리의 열쇠인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