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족들, "총리 아무런 해명없이 위령제 불참" 맹비난 정운찬, 오후에 4대강 정비사업장 방문…현 정권 홍보
[매일일보=서태석 기자]“지난 61주년 4·3위령제에도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가 위령제를 뒤로하고 경기 일산에서 열린 서울 모터쇼에 참가했다가 야당과 시민단체, 도민들로 부터 4·3희생자를 모독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도…”'62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참석이 예정됐던 정운찬 국무총리 마저 불참했다.이 때문에 현 이명박 정부가 4·3사건을 사실상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제기되고 있다.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는 이명박 정부를 대표해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참가했다.당초 이 대통령을 대신한 자격으로 정운찬 국무총리가 참석해 도민들의 아픔을 같이 나눌 예정이었으나 정 총리는 천안함 실종자를 구하다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정 총리는 이후에는 4대강 사업장을 방문했다.결국 이날 희생자 위령제에선 4·3관계자와 유족들로부터 4·3홀대가 아니냐는 항의가 이어졌다.홍성수 제주4·3유족회장은 위령제 인사말을 통해 "정 총리의 불참에 대해 유족들의 불만이 많다"며 "권 총리실장은 돌아가서는 이 자리에 나온 유족들의 한 맺힌 절규를 반드시 전해달라"고 분노했다.
4·3유족회 청년회원들과 유족들도 권 총리실장이 4·3평화공원에 도착하자 "당초 국무총리가 오기로 했는데 해명조차 없이 불참을 할 수 있냐"며 "4·3홀대가 너무 심하다"고 거세게 반발했다.한 유족은 "정부가 말로는 4·3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이 잊혀지지 않도록 4·3의 진실을 밝히고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위령제 참가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데 그들(정부)의 약속이 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꼬았다.앞서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2일 논평을 통해 천안호 침몰 사태로 인한 사정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불참을 전하면서 도민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대신한 자격으로 정운찬 총리가 대신 참석해 같이 아픔을 나눌 예정임을 밝힌 상태였다.더욱 논란이 되는 대목은 정 총리가 이날 경남 창녕군 함안보와 양산시 물금취수장을 방문해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이날 정 총리의 방문은 서해 해군함정 침몰사고와 민간 어선 전복사태, 고 한 준위 영결식이 엄수된 날 이뤄져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현 정권의 역점사업을 위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사정이 이렇자 야 3당은 각자 이명박 정부의 4·3사건 진실규명 노력을 촉구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62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이 정부는) 과거사문제 다루는데 필요한 직원이나 위원을 임명하고 있지 않다"며 "(이 정권은) 과거사를 제대로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 들어 전방위적으로 자행된 역사왜곡으로 4·3 영령들의 명예회복이 사실상 중단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와 뉴라이트 진영의 역사왜곡은 4·3영령을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유가족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상처를 남기는 '제 2의 만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3 항쟁의 진실규명 작업이 중단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4·3항쟁의 올바른 진실규명과 국가기념일 제정 등 4·3정신을 기리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가운데 국가 원수 중 처음으로 4.3 위령제에 참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