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수익성 정체로 생존 위기 놓인 대기업 ‘속출’
경제 차지 비중 높아…대기업 위기는 국가 위기 직결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대기업들도 위기를 겪고 있다.과거 고성장 가도를 달리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대내외 경기여건 악화로 수익성과 성장성이 정체되고 후발주자와 글로벌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 및 견제가 이어지면서 생존을 고민해야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수익성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최근 재벌닷컴 조사에 따르면 자산 순위 30대 대기업 그룹(공기업 제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7조5600억원으로 2008년의 60조1700억원보다 4.3% 감소했다.30대 그룹의 영업이익은 2010년 88조25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1년 82조3900억원, 2012년 76조1600억원, 2013년 70조4000억원에 이어 지난해까지 4년간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었다.영업이익률도 2010년 7.9%에서 지난해 4.3%로 4년 새 거의 반토막이 났다.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환율 방어와 내수 살리기 등 정책으로 2012년까지 호황을 누리다가 최근 3∼4년간 수출과 내수의 동반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더욱이 정보기술과 자동차 등 국내 대표 수출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회복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상장기업 중에도 부실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좀비기업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대기업 중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빠르게 증가했다. 조선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1%에서 지난해 18.2%로 5년 사이에 12.1%포인트 늘어났고, 운수업 한계기업은 같은 기간 13.3%에서 22.2%로 비중이 커졌다.조선 외에 건설(2009년 11.9%→2014년 13.9%), 철강(2009년 5.9%→2014년 12.8%), 섬유(2009년 9.8%→2014년 13.4%), 전자(2009년 11.5%→2014년 13.2%) 등 대부분 업종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959억2000만달러(223조9000억원)로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액(GDP)인 1조4169억달러(1691조원)의 13.83%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비율은 한국과 GDP 규모가 비슷한 호주, 스페인과 비교하면 2∼3배 수준이다.삼성전자와 국내 2위 업체인 현대차(5.98%)의 매출액 비율을 합치면 한국 GDP의 20%에 육박한다. 따라서 대기업의 부실은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그룹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사업구조 만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고 계열사간 합종연횡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문제는 개별 기업의 자구안 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관계당국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상시법화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출범은 각각 법원, 은행권의 반대로 늦어지거나 원안과 달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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