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하늘길 막혀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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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하늘길 막혀 '전전긍긍'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4.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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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터키로 가는 길 연달아 대한항공에 밀려
아시아나, ‘형평성 잃은 정부, 행정소송 불사’
업계 ‘정부 노선배분 급급보다 시장개척’ 지적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대한항공과 함께 항공업계 양대 산맥인 아시아나 항공이 노선 획득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조종사 파업으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아시아나는 올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창립60주년을 맞아 CI를 교체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각오를 단단히 해왔다.

그 포석을 위한 것이 바로 파리노선 복수취항과 터키노선 배분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한국과 프랑스 항공회담에서 파리노선 복수화에 대한 협상이 별다른 결과없이 하반기로 연기됐고, 며칠 후 터키노선마저 대한항공에 배분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통분을 금할 수 없다”고 격앙하며 터키노선 재분배를 위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건교부 측도 대한항공 측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아시아나는 더욱 애가 타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올 초 목표로 삼았던 매출액, 영업이익 등 성장률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파리와 터키노선 획득 실패가 영업이익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아시아나 측은 설명했지만 업계의 시각은 이와는 다르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수익성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갈수록 성장한계점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노선 획득의 실패는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배분하는 노선에만 연연해 할 것이 아니라 아시아나 스스로 시장개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달 7일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올해 파리 취항을 반드시 이뤄내 런던과 프랑크푸르트를 포함한 유럽 3대 관문을 모두 운항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업설명회 자료에서도 “오는 2010년까지 유럽 노선의 비중을 현재 5.4%에서 9.2%까지 끌어올리겠다” 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아시아나의 이런 야심찬 꿈은 지난달 21일 한국과 프랑스 정부간 항공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현재 파리노선은 지난 1973년부터 30년 넘게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취항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파리노선 복수취항을 프랑스 정부에 계속해서 제시해 왔지만 프랑스 정부는 자국 항공사 보호의 명분을 내세워 이를 거절해 왔다.

현재 한국을 취항하는 프랑스 항공사는 에어프랑스 한 곳 뿐이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역시 파리노선 복수 취항을 강력히 주장한다는 계획이었다.

건교부는 복수취항이 단순히 항공사간의 노선 문제가 아니라 양국의 교역 확대를 비롯한 다양한 경제적 문제가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는 입장이었다.

아시아나 측 역시 정부의 이런 의지에 낙관적 결과를 예측하고 있었다.

아시아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에서도 이번 회담만큼은 관철시키겠다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 좋은 결과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면서 “그러나 프랑스 정부에서 워낙 고압적 자세로 나와 복수취항 문제에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프랑스 정부는 한국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연간 40만 명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야 복수취항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별 다른 성과 없이 회담을 끝냈다.

이처럼 또 한차례의 파리 복수취항 기회가 좌절되자 아시아나 측에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같은 유럽 국가인 독일은 수송실적이 22만일 때인 1995년에, 영국은 16만일 때인 1990년에 복수취항을 허용했는데, 현재 33만명에 달하는 파리노선에 대한 복수취항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불만을 털어놓으며 “더욱이 파리노선의 경우 탑승률이 80% 가까이 달하는 데도 프랑스 정부에서 계속 그런 식의 고압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한항공 측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에서는 현재 복수취항의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인데, 여력이 되고 안 되고는 파리정부에서 판단할 일이다” 면서 “또한 파리 노선의 경우 연간 2~3만명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2년여 정도면 자연스레 복수취항이 성사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실 아시아나와 건교부는 이번 회담에서 파리노선을 복수화시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그런데도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아시아나는 정부가 복수취항에 대해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억지를 부렸다” 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시아나는 회담이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담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난 것은 우리 정부의 의지 부족과 범정부적 대응 미흡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터키노선마저 대한항공에, 아시아나 ‘통분할 일’

이런 상황에서 같은 달 31일 아시아나는 또 한번 실패의 쓴 맛을 봐야 했다.

2년6개월 여의 지루한 싸움을 해왔던 터키 이스탄불 노선 배분에 대해 정부가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지난 3월31일 터키 노선 운수권(주간 왕복 4회)을 대한항공에 배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항항공은 이르면 이 달 말 혹은 5월 초에 터키 이스탄불에 정기편 항공기를 띄울 수 있게 됐다.

반면 아시아나 항공은 그동안 터키항공과 공동운항을 통해 판매하던 항공권을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아시아나 측에서는 “통분할 일”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파리노선 획득 실패 때보다 한층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터키노선은 아시아나 항공이 지난 97년 첫 취항을 했지만 IMF 위기 하에서 극심한 수요 부족으로 인해 98년 10월 운항을 중단했다.

이후 터키 항공만이 주 2~3회 운항, 터키를 비롯한중동 지역 여행객들이 불편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2003년 11월부터 정부에 운수권을 배분해 달라고 촉구해 왔다.

한편 아시아나가 운항을 중단하자 이 노선은 항공법에 따라 6개월의 노선운휴와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1년 4월 7일 정부에 최종 환수되는 것이었다.

아시아나 측은 2001년 4월 시점까지 재취항을 위해 운수권을 다시 배분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는 운수권을 다시 배분받을 수 있었음에도 재 취항하지 않았고, 때문에 대한항공에 배분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측은 “운수권 환수 시점 이전인 2000년 5월 15일부터 터키항공과 좌석을 공동으로 판매하는 코드쉐어를 맺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터키 운항을 해왔다” 면서 “코드쉐어는 실제적으로 자사의 운항 편명으로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직접 운항편에 준하는 취항 형태이다” 고 주장했다.

아시아나 측은 또 “더욱이 건교부 측에서는 운수권을 환수한다는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운수권은 현재 당사가 자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는 “97년부터 지금까지 이스탄불 시장 개척과 활성화를 위한 공로가 아시아나에 있는데도 정부가 운수권을 빼앗아 대한항공에 터키노선을 배정한 것은 부당하다” 고 강하게 주장하며 건교부의 노선배분에 형평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결국 아시아나 측에서는 정부의 노선 배분 형평성에 의의를 제기하며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해 결과를 원점으로 돌려놓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아시아나 한 관계자는 “건교부의 이번 조치가 즉각 시정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반드시 노선배분 효력정지를 시키겠다” 며 “부당한 대우를 바로잡고 자유시장경제체제의 공정경쟁 환경을 만들 것이다” 고 격분했다.

업계 ‘시장개척 통해 성장한계 상황 대처 필요’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측의 이런 반응에 별반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행정소송을 준비한다는데, 어차피 소송에 간다해도 이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면서 “운수권 자체가 없었던 상황에서 대한항공측이 노선을 뺏었느니 하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솔직히 아시아나에서도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향후 다른 노선 배분에서 얻어낼 것이 없을까 해서 징징거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이 관계자는 “그래도 소송을 불사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오히려 대한항공 측에서는 소송을 통해 깔끔하게 해결했으면 하기도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도 아시아나가 98년 10월 터키노선 운항을 중단한 이후 건교부가 2002년 4월까지 운항 재개 기회를 줬는데도 가만히 있다 이제 와서 노선 배분에 항의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때문에 아시아나측이 터키노선 배분에 불복해 소송까지 제기하게다는 것은, 하반기 파리노선 복수취항 획득을 비롯 향후 다른 노선에 대한 분배에서 건교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외용 압박 카드 외에도 실제로 아시아나측은 상반기 파리노선 취항 좌절과 터키노선 획득마저 실패하면서 경영상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다.

일단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선 여객이 큰 성장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더욱이 고유가 흐름에 따라 원유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매출이 주춤한 상태다.

물론 아시아나 측에서는 “파리노선과 터키노선을 배분받지 못한 것이 수익석 측면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태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의 주력 노선은 중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고, 또 수익성 역시 장거리인 유럽 노선보다 중 단거리가 높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실 파리나 터키 노선이 특별히 흑자노선이기 때문에 취항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면서 “승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항공사 규모에 걸맞는 위상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가 수익성이 높은 중, 단거리 노선에 주력하고 있어 당장의 영업이익에는 큰 영향이 없을지 모르지만 곧 성장한계점에 도달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면서 “건교부에서 배분하는 노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개척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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