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창원 기자] 정계를 은퇴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4일 당내에서 제기되는 ‘손학규 역할론’에 대해 답변을 피하면서도 현안에 대해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계은퇴 후 카자흐스탄에서 첫 외국 강연을 마치고 귀국한 손 전 고문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학규 역할론’에 대해) 상관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으며, “새정치연합의 내년 총선 전망이 좋지 않다”는 질문에는 “그런(정치적) 얘기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답변을 피했다.
밝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온 손 전 고문은 몰려든 취재진의 질문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또박또박 답변을 이어갔다. 과거 질문 자체를 만류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을 한사코 꺼리던 종전 태도와 달리 역사교과서, 통일 문제 등에 대한 질문에 소신껏 답변하며 회피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2일 손학규계 인사들이 손 전 고문의 정계은퇴 선언 후 처음으로 회동한 것과 연결해 손 전 고문의 달라진 행보를 정계복귀를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손 전 고문은 10·28 재보선 결과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 현안과 관련해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질문에는 “정치는 국민을 통합하는 일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키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게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은 편향되지 않은 역사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고 기성세대는 그런 환경을 담보해야 한다”며 “역사교과서는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집필할 수 있게 맡겨줘야 한다. 국가는 그런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북한문제와 관련, 손 전 고문은 지금 일부에서 북한의 급변 사태를 통한 통일론이 나온다고 지적한 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인한 통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그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마중나온 측근들과 함께 공항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정계은퇴 후 머무는 전남 강진의 토담집으로 향했다.
그는 향후 외부행보에 나설지 묻는 질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절에 밥 먹으러 나가는 것도 외부행보인지 모르겠어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강진에 언제까지 머물 것이냐’는 질문에는 “강진이 좋으니까. 강진의 산이 나에게 ‘아유, 넌 더이상 지겨워서 못있겠다. 나가버려라’ 하면…”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키맵대학 방찬영 총장의 초청으로 지난달 27일 부인 이윤영씨와 함께 출국했고, 강연을 마친 뒤 옛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키르기스스탄 남부도시 오쉬 등을 방문하고 이날 귀국했다.
이날 공항에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송태호 이사장과 김병욱 사무처장, 강석진 전 언론특보 등이 마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