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가정신 지수, 세계 44개국 중 28위…중국보다 낮아 현실안주보다는 도전·혁신 중시하는 기업가정신 재무장 필요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저성장·저소비로 압축되는 ‘뉴노멀시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재계 안팎으로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한국 경제 태동기에 과감한 도전정신과 혁신으로 기업을 일으켜 세우며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1세대 경영인들의 정신을 계승받아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3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뉴노멀시대 극복의 방안으로 기업가 정신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재계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이란 ‘열정, 도전, 창조, 혁신’ 등으로 요약된다.과거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창업에 뛰어들어 대를 잇는 글로벌 기업을 키워낸 호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 아산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 등이 기업가 정신의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꼽힌다.호암은 1938년 28세의 나이에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열었고, 향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며 80여년이 흐른 지금 매출액만 300조원대(2013년 기준)의 글로벌 기업 ‘삼성그룹’을 일궜다.아산 역시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특유의 도전정신과 불굴의 개척자정신으로 오늘날의 현대그룹을 일궈냈다. 특히 아산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영인 최고 어록으로 꼽힌다.이 같은 1세대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현재 한국인의 기업가 정신지수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웰니스(건강·행복) 기업 암웨이는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을 맞아 최근 미국 워싱턴 상공회의소에서 ‘2015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정신 리포트’(AGER)를 발표했다.보고서는 한국,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44개국의 총 4만9775명을 대상으로 ‘창업 도전의향’, 자신의 창업 준비상태에 대한 판단결과인 ‘실현가능성’, 주변의 반대에도 창업을 하겠다는 ‘의지력’ 등을 평가해 ‘기업가정신 지수’(AESI)를 만들었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의 AESI 점수는 44점으로 44개국 중 28위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점수는 세계 평균인 51점, 아시아 평균인 64점에 뒤처진다.한국인 응답자의 88%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스타트업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답해 세계 평균(70%)이나 아시아 평균(82%)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두려움 중에서도 파산에 대한 공포가 59%로 가장 컸으며, 경제적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48%, 가족들의 실망에 대한 걱정이 35%로 뒤를 이었다.이런 가운데 이번 평가에서 일본은 19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 불황과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문제, 청년 취업난 등이 겹친 사회환경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인데,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기업가 정신의 재무장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인식이다.최근에는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교육이나 행사 등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달 중순 청년기업가재단과 중소기업청이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행사를 개최한데 이어,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생산기술연구원, 산업정책연구원도 업가정신주간 행사를 열었다.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저성장, 저소비 등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뉴노멀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기업가정신”이라며 “위축돼 가는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은 혁신과 열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정부와 사회는 실패를 자산으로 삼아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