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적’ 삼흥그룹 김현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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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적’ 삼흥그룹 김현재 회장
  • 한종해 기자
  • 승인 2006.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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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양털을 뒤집어 쓴 새까만 늑대’
헐값에 매입한 땅을 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속여 파는 수법으로 2백억원을 챙긴 국내 최대 기획부동산 업체의 삼흥그룹의 김현재 회장이 구속기소 됐다. 김씨는 이른바 기획부동산 사기로 212억원을 챙기고 회삿돈 245억원을 횡령하는 한편 법인세 89억원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또 10일, 김씨가 열린 우리당 소속 의원 6명에게 모두 299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한 것을 확인 했다.

기획부동산의 원조로 통하던 김현재 삼흥그룹 회장이 회삿돈 24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부동산(發) 정치권 로비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전남 영암 출신인 김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일부 여권 인사들과 폭넓게 교제했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작년까지만 해도 열린 우리당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정치권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횡령액 중 215억원은 세금, 계열사 지원 등 개인적인 용도에 쓰였지만, 30억원은 양도성 예금증서(CD)를 구입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나 최종 수혜자가 누구냐에 따라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본격적으로 CD를 사고 팔았다.

김씨는 자신이 거느리던 5개 기획부동산업체가 2001년 256억원, 2002년 696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때도 CD는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갑자기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CD에 눈독을 들였다.

CD는 무기명인 데다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 현금 못지않게 거액의 정치자금, 뇌물 용도로 사용됐다.

검찰 관계자도 “돈 세탁 냄새가 난다”며 용처 수사를 확대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김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다수의 여권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냈고, 호남 출신 기업인이나 지방자치단체 고위 관계자들과도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대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정치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적도 있다.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은 2004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선자금 수사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김씨가 대표로 있는 삼흥 그룹도 노 캠프에 영수증 없이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자료가 있다”고 폭로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다른 기업들도 이름을 거론했지만,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되기도 했다.

김씨는 2004년 초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면서 탈세, 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조사를 받고 영장까지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는 바람에 풀려난 전력도 있다. 김씨는 구속 직전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 11월에는 전라남도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열었을 때 중견 기업인들과 함께 주요인사로 초청돼 많은 의혹을 남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회의원 개인 후원금 납부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2004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자신의 명의로 300만~79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대상 의원은 문학진(경기 하남), 박영선(비례대표), 영동연(광주 서갑), 유선호(전남장흥-영암), 이계안(서울 동작을), 김한길(서로 구로을) 의원이다. 이 가운데 문학진, 유선호 의원에게는 2004년과 2005년 2년간 전달했다. 박영선, 염동연, 이계안 의원은 2004년에만, 김한길 의원은 2005년에만 후원금을 각각 받았다.

그러나 이 후원금은 합법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이것만으로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검찰 관계자도 “검찰이 압수한 자료는 2004년 이전 것들로, 의원들에 대한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가성이 있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관련계좌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한길 의원 측은 “김씨가 민주당 시절부터 출입한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 없이 온라인으로 후원금을 낸 것 같다”고 밝혔고, 이계안 의원 측은 ”열린 우리당 재정위원이었던 김씨가 관례에 따라 소액의 후원금을 지급했을 뿐“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검찰은 김씨의 약속 일정을 적은 탁상용 달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는 김씨가 만난 사람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하지만 “관련성 여부는 조사하겠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국회의원 명부 등 거물급 인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이 구속기소한 삼흥그룹 김현재 회장은 전남 영암 출신으로 1980년대 중반 부종산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일정 구역의 토지를 한꺼번에 구입해 이를 잘게 쪼개 다수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이른바 ‘기획부동산’ 사업 방식을 고안했다.

그는 10년전부터 사업을 급격히 키워 부동산업계 1위에 올랐으며, 산업기계 제조업체인 (주)삼흥을 경영하는 등 사업영역을 넓혀 현재 삼흥인베스트, 삼흥에스아이, 삼흥피엘, 삼흥센추리, 삼흥에프엠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김 회장은 대규모 텔레마케터를 이용해 특정 지역 개발 정보를 위장해 지가를 상승시키고 되파는 방식으로 50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김 회장은 이 때문에 기획부동산업계의 ‘창시자’, ‘대부’로 불렸으며 김씨에게 기획부동산 비법을 전수받은 삼흥의 전 임직원들은 앞 다퉈 자신의 업체를 차리기 시작했다.

김 회장을 믿고 전 재산을 펜션부지에 투자한 사람들은 땅값이 폭락해 투자액 대부분을 날리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들은 김 회장을 고소했으나 김 회장은 “문제가 되면 토지 가격이 떨어진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며 설득했고 대부분 피해자들이 고소를 취하하게 하거나 합의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 경기도지부 국정자문위원을 맡았으며 지난해 3월에는 열린우리당 재정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또 호남향우회 부회장 민주평통 전남지부 부회장, 지역 언론사 회장 등을 지냈거나 겸임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소년교도소 수형 청소년 등은 위한 장학사업에 뛰어들어 수차례 거약의 장학금을 쾌척하고 2003년에는 김상현 전 의원의 호를 딴 후농청소년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또 수형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이들이 천안소년교도소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경우 삼흥그룹 계열사로 취업시키기도 했다. 그는 법무부의 교정사업에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면서 법무무의 각종 행사에도 꾸준히 등장했다.

지난 3월 16일 오전 11시 천안소년교도소에서 열린 ‘2006년도 백석문화대학 신월캠퍼스 입학식 및 후농청소년문화재단 장학금 전달식’행사장. 백석문화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소년 수형자 장모(23)씨는 대학생황 소감문 발표를 통해 “용기를 내고 새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이런 기회를 주신 대학측과 교도소, 후농청소년문화재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날 입학식에는 김기만 백석문화대학장과 김상현 후농청소년문화재단 상임고문, 김현재 재단 이사장, 종종윤 대전지방교정청장등이 참석해 대학생이 된 21명의 소년 수형자를 축하했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매주 23시간씩의 강의를 듣고 80학점을 이수하면 전문학사학위와 함께 사회 복지사 2급자격증을 받게 된다. 지난해 개설된 이 대학에는 입학생까지 포함해 모두 49명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들의 학비와 교재비 등은 후농청소년문화재단에서 전액 지원한다. 재단은 이날 입학식에서 1학기 장학금으로 8800만원을 전달했다.

전달식에서 김현재 이사장은 “결코 실패한 인생이 아닌 만큼 꿈과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새 삶을 개척해 나가질 빈다”고 격려했다.

재단은 지난해에도 이곳에1억15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야누스의 얼굴’이 생각난다. 앞에서는 사회복지다 뭐다 해서 생색내고 뒤에서는 횡령과 탈세, 사기로 검은돈 끌어 모으고, 다시 그 돈으로 생색내고, 후농청소년문화재단은 삼흥그룹 김현재 회장의 불법행위를 철저하게 가리기 위한 거짓된 장막이었다.

강우석 감독에 설경구 ∙ 정준호 주연의 공공의적2 라는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현실에 적용된 것이다.

새하얀 양털의 뒤집어 쓴 새까만 늑대, 삼흥그룹 김현재 회장의 처벌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사기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피해를 입은 사
실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땅값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김씨는 오히려 이런 피해자들의 심리를 이용했다. 김씨는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계열사 직원을 통해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땅값이 떨어진다”고 반(半) 협박조의 설득 작전을 벌였다. 혹은 “임직원이 처벌 받으면 토지의 소유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의 불안을 부추기기도 했다.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 땅값은 오르기 마련’이란 ‘왜곡된 부동산 가격신화’도 피해자들의 이 같은 반응에 일조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기행각에 대한 처벌이 어려워지고 있다.

사업관련 뇌물과 정치자금 부분 처벌도 어렵다.

김씨가 대규모 기획부동산 사업을 벌이면서 비자금을 만들어 정 ∙ 관계에 뿌렸다면 뇌물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액수가 5천만원 이상이면 공소시효도 7년이다.

하지만 김씨가 지자체와 관계 부처를 상대로 개발 인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공을 들였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빠른 시일 내 사들였던 땅을 고가에 처분하면 그만이지 굳이 오랜 시간 로비를 하며 실제로 개발 호재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불법 정치자금에 쓰였다면 정치자금법은 공소시효가 3년 이하 상당 부분이 처벌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전 정부 여원 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경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검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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