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열차타고?' '평양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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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열차타고?' '평양 간다!'
  • 김명은 기자
  • 승인 2006.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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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 “연방제 말고 북핵, 납북자 송환 얘기하라”
<전여옥 의원, “제2의 남북정상회담?” "이방호 의원, “상당한 밀거래 있을 것” "남북관계 개선, 국민 기대에 부흥해야>

[매일일보=김명은 기자] 지난달 24일 남북은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에 합의했다.

구체적인 날짜와 일정, 방북단 규모, 열차이용 여부 및 절차에 대해선 16일 실무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김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 추진은 최초로 북한을 방북,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낸 전직 대통령의 재방문인 점, 모든 과정을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다.

당초 4월 방북설이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여권이 DJ 방북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며 반대하자 6월로 변경된 것. 지난 9일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 4월 방북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후 방문이긴 하지만 DJ 재방북에 대해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DJ 방북이 어떤 조건을 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권의 정략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따졌다.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이 번 방문이 교착상태에 있는 6자회담을 풀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지난 6·15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대북송금이 이루어진 것이 밝혀진 탓에 이번에도 의혹의 눈초리가 거세다.

그리고 DJ 방북의 목적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여당과 정부측에선 6자회담 재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방선거 결과를 대비한 분위기 전환용”, “결국은 대선 전략일 것”이라는 등의 시각도 있다.

얼마전 광주를 방문한 정동영 의장이 “열린우리당이 패퇴하면 민주개혁 평화세력이 패퇴하는 것,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길에 심대한 장애를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발언을 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재방북이 북핵, 위폐 제조, 인권문제 등에 대해 김 위원장의 이성적인 대안을 내놓게 하는 전기가 될 것인지,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이런 문제의 대답을 미루고 시간을 벌게 하는 구실로만 이용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여당과 정부도 이 번 방문을 정권이익 차원에서 이용하려는 유혹을 벗어 던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무현, “만나서 얘기해 보자”

지난 9일 몽골 국빈 방문 중 노무현 대통령은 동포간담회 자리에서 대북관련 발언을 했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으니 만나서 얘기해 보자”, “우리 국민들은 북한체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 등이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일각에선 “청와대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김 위원장에게 어떤 식으로든 정상회담의 뜻을 타진할 것이며 이를 위한 우호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놓고 여야가 거센 공방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남북정상회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라며 “서둘지 말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서 이계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듯. 남북문제를 지방선거에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정병국 의원도 “노 대통령이 의도적인 벼랑 끝 전술을 펴, 좌파세력의 결속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말을 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반발에 대해 “시대착오적 사고. 색깔론을 부추기지 말라”며 역공을 취하고 있다.

정부측에서도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새로운 중대제안은 없다”고 밝혔다. ‘많은 양보’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고 원칙적인 얘기”라고 전했다.

지난달 남북간 DJ 6월 재방북 합의 후 북측의 제안으로 16일 금강산에서 양측은 실무접촉을 가질 예정이다.

합의 내용 발표 후 한명숙 국무총리가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방북 준비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금번 방북은 나의 개인적인 방북인 만큼 방북문제가 지나치게 이슈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신의 방북이 지나치게 정치화 되는 것을 경계했다.


대가 없는 재방북? 무엇을 노리나?

하지만 DJ 재방북이 사실상 확정되자 여야는 이 번 방북이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권은 이번 방북을 지방선거를 위한 언론 플레이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견제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 없는 무리수를 둬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은 국정을 책임질 수 없는 민간인인 만큼 정부가 너무 깊이 개입해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는 남북간 회담시 반드시 북측에서 경제적 기대치를 충족하지 않으면 회담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번 6·15회담 때도 5억불이라는 돈을 주고 북한과 정상회담을 했다”며 “마찬가지로 DJ 방북에 북한이 아무런 조건 없이 응하겠는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상당한 밀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격도 문제”라며 “특사가 아니라 개인자격이라고 하면서도 많은 남북간 현안문제를 들고 간다. 그리고 실제로 남북간의 실질적인 실무단이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DJ 개인의 정치적인 야망으로서 이벤트화 해서도 안되고, 우리 정부도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모든 문제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고 방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이뤄진 대북 송금과 대출에 대해 법원이 부당성을 인정했다.

물론 ‘대가성’에 대한 판단은 없었으나 송금 사실 확인과 송금액으로 사용된 4천억원이 현대상선에 대출될 때 최소한의 유동성 상태도 파악하지 않는 등 적법절차가 무시됐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대북송금이 통치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1심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통치행위와 관련된 대북송금은 그 자체가 통치행위도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대북송금은 분명 실정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방북 대가 여부에 대한 의문제기는 이러한 전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대해 다음날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선물 보따리를 주기로 하거나 이면 합의한 것은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번 DJ 재방북에 다른 목적이 있을지에 대한 <매일일보>의 서면질의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9일 노 대통령이 몽골 발언을 통해 이미 모든 것을 얘기했다. ‘김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 않았냐. 결국 성과조차 불분명한 제2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DJ 재방북을 성사시키고 조건 없는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밝혔다.

또한 전 의원은 “DJ 재방북을 5·31지방선거 이슈로 끌어들여 골수지지자들을 규합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매일일보>과의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이화여대 박준영 교수는 “이 번 방문이 여당과 정부에 차기 대권에 있어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정치적 선전효과는 분명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선물보따리를 들고 갈 것으로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지 않겠냐? 6·15정상회담 때와 같진 안겠지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 그러나 국민들도 다 감지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만약 큰 성과물이 없으면 오히려 역효과 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방북 시점이 6월로 미뤄지자 일각에서는 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패할 가능성이 높아 선거후 분위기 전환 카드로 DJ 방북을 추진한다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 특사론’, ‘남북연방제 합의설’ 등 흘러나와

김 전 대통령의 방북 결정 발표 후 많은 매체에서 사설과 기고, 논평을 통해 다양한 주문이 솟아지고 있다. 그만큼 김 전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다. 2000년 정상회담 후 6년 만에 이루어지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말과 달리 이번 방북추진이 사실상 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점 때문에 항간에는 '대통령 특사론‘, ’남북연방제 합의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 대표도 “이번 방문에서 연방제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핵 문제와 6자회담의 실마리를 풀고, 납북자 송환 문제 진전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시기상 남북간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방북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김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연방제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에 대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남북 통합 논의는 현 정부의 정책 틀 안에 들어있지 않다는 점을 누차 말했고 김 전 대통령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이 부분을 협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 김정일 답방 돌파구 만들까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남북관계의 특성상 양측의 실무협상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작용해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성사가 되면 어떤 형식으로든지 남북관계 개선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북한은 현재 마카오의 중국계은행을 통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철회해야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 일본 남북자 문제 등 대외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김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방문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리고 한번 논의 과정을 거쳤던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재 언급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김 전대통령이 열차편으로 평양으로 갈 수 있는지도 관심 대상이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정상회담에서 합의해 복원한 경의선 철도로 방북하기를 희망하는 의사를 표시한데 대해 정부가 북측에 요청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말에 의하면, “북한 군부가 철도를 통한 방북에 대해 제동을 거는 느낌이어서 설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아직은 미지수다.

한편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선로사용 지속적으로 점검해왔다"며 "철길 이용하는데 전혀 지장없다"고 밝혔다.

DJ 방북에 대한 기대, 염려와 달리 이번 방문이 가져다 줄 성과에 대해서는 예측이 어렵다.

여권는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입장도 있다.

연방제 합의나 통일 분위기 조성이라는 그 이상의 급격한 환경 변화는 없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박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 정권이 붕괴되지 않는 한 갑작스러운 통일을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북 정권의 붕괴로 통일이 된다 해도 그것은 노무현 정부의 공로가 아니다”며 “이번 DJ 재방북은 대통령의 신분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진 않는다. 김 전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국민들도 북한 정권의 개혁, 개방의 물고를 좀 더 트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라는 정도가 아닐까”하고 예측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측이 개인적인 방문임을 강조하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DJ 재방북이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에서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아니면 야당과 일각에서 우려하는 정치 이권 챙기기 수단이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 정세에 비춰 김 전 대통령 방북 의미에 대한 논의는 방북 전후를 통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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