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북한문제 독자적 노선 걷겠다?”
상태바
노무현 “북한문제 독자적 노선 걷겠다?”
  • 김명은 기자
  • 승인 2006.05.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군기지이전 반대, 反美 감정 악화…눈 돌리는? 美國
<독도문제 미·일 군사동맹강화로 ‘충돌 위기’ 한·미 관계 어디로?-북한인권법 둘러싸고 한·미 묘한 신경전-박근혜 한·미 한 목소리 내야...>

[매일일보=김명은 기자] 한·미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 들어 겉으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여전히 강조하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부시 대통령은 “두 나라의 연결고리는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며 양국간 동맹이 견고함을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도 이에 “한미동맹은 잘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회답했다.

당시에도 이미 양국은 앞에서 웃고 뒤로는 갈라진 틈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북한 위조지폐 대책, 북한인권법 등을 놓고 보인 양국의 입장차이로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반미감정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과 주일미군 재배치 협상에서 양국간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했다.
그러나 한국과는 이미 김대중 정부 때부터 ‘전략적 유연성’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위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미일 양국은 이번 군사협력방식 전면 개편의 배경에 중국 견제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규모가 큰 한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역학관계는 대처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일본과 독도 문제로 마찰이 계속될 경우 과연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이 어떻게 힘을 받을지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미관계에서 가장 큰 쟁점은 북핵 문제를 양국이 어떻게 조율해 나가는냐이다.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과연 어떠한 입장을 보일런지,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어떻게 패해 나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노 대통령, “언제까지 미국에 기댈 것이냐"

취임 후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독자적인 진로에 대해 언급해왔다.

지난 3일 민주평화통일위원회 미주지역 자문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관계에 대해 “언제까지 미국에 기대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독자적인 진로를 선택해 성공적인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50여 년간 미국에게 신세를 진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도 영원한 친구로 가겠지만 기대서 사는 것과 독자적으로 살면서 다정한 친구로 지내는 것을 별개다”라는 말을 했다.

그 동안의 한미간 불협화음에 대한 해명이 아닌 대통령의 소신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지난 9일 몽골 국빈 방문 중 가진 동포감담회자리에서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 얘기해도 좋으니 만나자”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을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많이 양보하려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민적 동의 없이 일방적 퍼주기는 남북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남북 정상회담 타진을 위해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무조건 추종하는 한 북한에 양보할 것이 없다”며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들어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미간 공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들이 미국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주목된다.

미국, 내정간섭인가?

얼마전 미국이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후 일반 탈북자의 망명을 처음으로 허락했다.

위폐와 마약 문제에 이어 탈북자까지 받아들이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관계자는 “앞으로도 탈북자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할 것”이고 “미 정부의 심사과정에서 거부당한 탈북자를 모두 한국에 수용키로 협의했다”며 한국과의 정책공조를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탈북자 정책이 미국이나 UNHCR의 방침과 관계없다”고 밝혔다.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한 한미간에 미묘한 신경전이다.

또한 얼마전 제이 레프코위츠 미 대북인권특사의 개성공단에 대한 비난 발언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가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제이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은 미 국무부와 조율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련의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관훈클럽 초정 토론회에서 “미국이 망명을 허용하기 전에 정부가 해야 했던 일이며 한·미간 미리 조율했어야”한다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현 정부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응태도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매일일보>의 서면질의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생각하는 통일이 과연 무엇을 위한 통일인지 궁금하다”며 내가 생각하는 통일은 북한 동포들도 같이 자유와 번영, 풍요를 누리게 하는 것.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면 그 어떤 통일 정책도 실체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박준영 교수(정치외교학)도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인권증진은 필연적인 항목. 미국이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세계적인 기준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반면 한국은 북한인권에 대해 발언을 자제, 움츠려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에서도 북인권문제를 환기시킬 필요성이 있으며 한국 정부도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 당국자의 내정간섭 발언에 대해서는 “내정 간섭은 아니다. 의견 개진은 자유롭게 하는 것. 인권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언급했을 때도 내정간섭이라고 대응했다. 항상 내정간섭과 얽힐 수밖에 없는 문제다”며 “인권이란 범세계적인 가치이므로 누구든 언급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결정은 자국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미감정 악화, 눈 돌리는 미국?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철수를 주장하며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저지를 위한 시위가 과열되면서 정부가 긴급 예산 편성을 했다.

그동안 병사들은 “맞더라도 맞대응하지 말라”는 국방부의 지침 때문에 폭력시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4·5일 이틀간의 시위로 경찰, 군인, 시위대에서 30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무더기로 기각되면서 검찰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택순 경찰청장도 이에 대해 “무더기 연행사태로 법원 측이 요구하는 증거를 제대로 제출할 수 없어 그렇다. 그러나 처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 진입하는 시위대에 군형법을 적용, 엄단한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으로도 시위가 예정된 상태며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정부는 100억의 긴급예산을 투입해 현장에 배치할 군·경들의 합숙을 위한 컨테이너를 설치키로 했다.

그동안 커져가던 반미감정이 이번 사태로 극에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넘어선 안될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 되고 있다.

이번 시위에 앞장 선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문정현 신부는 ”80년 광주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범대위는 ”평택 일대가 계엄상황에 빠졌다“며 ’민간인 유혈진압‘, ’무차별적 인간사냥‘이라는 용어를 쓰며 정부의 대응에 비판했다.

하지만 이틀간 연행된 640여 명 중 현지 주민은 10여 명뿐, 대다수가 범대위 간부, 한총련 대학생, 민주노동당원, 민주노총 소속원 등 반미단체 소속이다.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 후 날로 악화되던 한미동맹이 이번 시위 사태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내다봤다. 특히 ”정부의 엄포와 달리, 구속영장이 무더기 기각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이 우리 정부를 동맹으로서 신뢰 할 수 있겠냐“며 정부에 대해 ”적극적이고 엄정한 사법 처리“를 요구했다.

반미감정의 악화와 대북 정책의 한미간 혼선이 미국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있다.

얼마전 미일 양국간 국방장관, 국무장관 대화를 통해 주일미군 재배치 협상을 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가 이와 연장선상에서‘미일공동작전계획’과‘미일 상호 협력계획’을 합쳐 ‘미일 방위협력지침’ 마련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적국이 일본과 주변국을 침공할 경우 미·자위대 합동작전을 강화하겠다는 새로운 방침이다. 한반도 유사 시, 중국·대만 무력충돌 시 부대 운영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겠다는 취지다.

양국은 중국을 겨냥한 군사협력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북핵문제가 일본에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결국 아시아태평양 주변국 군사지위 체계가 일본 중심으로 재편될 것임을 시사한다.

박 교수도 “아태지역의 군사체계가 일본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견제라는 명목적인 이유도 한국 정부에는 부정적이다.
앞으로 5년 내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제1 무역상대국이 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과의 외교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도 “중국도 중요하다. 정부가 중간에서 외교를 잘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미 국민의 정부 때부터 한미간에는 ‘전략적 유연성’ 논의를 했고 지금도 구체적 사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얼마전 그 실천의 하나로 주한 미군 일부가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전략적 유연성은 이미 어느 정도 진척된 상황. 이제는 한미 정부가 사전 조율해 국민에게 밝혀주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어떤 사람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더 큰 두려움이라고 한다. 이에 공감한다”며 작금의 상황을 우려했다.

일본과 독도문제로 민감한 상황에서 미일의 친교가 혹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균형자 외교‘가 사실상 ’외톨이 외교‘로 전락. 때문에 독도 문제가 한·일간 최악의 분쟁으로 치닫을 경우,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과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박 교수는“미일군사동맹강화가 독도문제에 부정적이진 않을 것. 정부가 지금처럼 강경 대응한다면 별 관계없을 것으로 본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은 평화적 해결을 위해 중재할 것이지 판정할 입장은 못 된다”며 전 의원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표했다.

6자회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의 대북정책이 채찍 일변도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특히 표류상태에 있는 6자회담에 북한이 복귀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북한은 6자회담을 처음부터 탐탁해 하지 않았다. 2004~2005년까지 마지못해 참여했고 식량원조, 비료지원 등 혜택이 있다면 그나마 참석하던 입장. 5개국이 작당해서 핵 개발을 저지하려한다고 사보타지의 태도였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도 성공적인 결과가 없었다고 판단, 위폐사건 등으로 자금 동결의 압력, 최근엔 인권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북한은 6자회담을 거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리고 박 교수는“최근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은 중국이 위폐사건 벌금을 대납한다면 나가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북한이 심지어 이제는 핵 보유국가로 흥정을 하겠다는 입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앞으로 6자회담이 불분명한 상태로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표는 6자회담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5개국이 공통된 정책으로 공조해 한목소리로 일관되게 북한을 설득해야한다. 특히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정부의 태도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북핵문제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고 주변국과의 이해관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무관심할 나라는 없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동안 남북의 특수 상황을 이유로 북한을 자극하는 일을 자제해왔다.

그러는 와중에 한미동맹은 조금씩 틈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이 한미간 동맹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미감정이 명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주변국과의 외교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북핵이 문제가 되는 한 그렇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우리 뜻이 그렇지 않더라도 얽힐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정부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mail protected]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 / www.sisaseou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