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대표,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차지”>
<한나라당, “국회의장 야권에서 나와야...”>
[매일일보=김명은 기자] 지방선거라는 큰 정치 이벤트가 버티고 있어 여야가 17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법정기일까지 완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대 전반에서 이미 봐왔지만 원구성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공전으로 국정 파행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갖5월 중 국회 원구성 협상을 완료’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야의 주장이 엇갈려 전망이 밝지 않다.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의장과 문광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지난 전반기와 같이 예결특위를 상임위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여당의 요구 사항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법사위를 한나라당에게 빼앗긴 것이 지난 2년 동안 여당이 국정운영 차질을 빚어온 원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의장과 문광위원장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원구성을 놓고 여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17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방선거 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대선 정국에서 여야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기싸움의 일환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당이 잡느냐 와도 관련 있다.
지난 16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수석부대표가 회담을 가져 ‘법정기일내 원구성을 마쳐 6월 임시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당은 이날 각당 의원수 변동이 있기 때문에 각 상임위별 정수조정을 한다는 것에만 합의하였을 뿐 나머지 협의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나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의장과 관련 전반기 국회에 비해 하반기 의석수 변동이 있어 야대여소의 상황이므로 국회의장이 야권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역시 전반기와 달라진 의석수를 감안해 여당이 최소 상임위원장 1석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야당에게 돌아가야 하며 추가되는 위원회에는 문광위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전반기 주장과 마찬가지로 예결특위를 상임위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당은 다음과 같은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야당이 의장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
지금까지 의장은 제1당이 맡는 것이 관례였고 이런 요구는 야당이 전략적 협상용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한길 원내대표도 5월초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아동급식법, 전자팔찌법 등까지 통과시키지 않았다”며“하반기 원구성 때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석수가 바뀌었으니 상임위원장 수도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는 상임위원회 19개, 의원정수 299명을 평균 내면 의원수 15명이 변동이 있을 때 상임위원장 하나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나라당이 보궐선거나 각종 선거에 의해 바뀐 의석수는 단 두석뿐이다. 두석 늘었다고 상임위원장 하나를 더 달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는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가 못마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측에 한나라당이 의장, 민주당이 부의장을 차지하고 민주노동당에게 상임위원장 한자리를 주겠다며 교섭단체 요건 완화 운운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한 진위여부를 물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당은 한나라당의 의장직 요구를 협상용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이 그와 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와 양당 수석부대표 회담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어본 사안”이라며 “한나라당이 관례에 벗어나 의장직을 요구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담 중 그런 물음을 받았으나 사실을 부인했으며 그 자리에서 논할 문제가 아님을 밝혔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원구성 협상은 야당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 협상이 지연돼 국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여당에게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13대 국회 이후 원구성 협상을 분석해 보면 야당은 항상 여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새로운 의제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협상 타결이 이루어지기까지 평균 38일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후반 원구성은 현재 양당이 주장하는 내용으로만 봤을 때 별다른 협상의제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현재 사학법 재개정과 주민소환법 개정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원구성의 협상카드로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후반기 원구성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원구성 협상이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지면 여야 모두 여론의 비난을 빗겨갈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당이 어떠한 자세로 임하는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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