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대한민국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맹위를 떨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 IT국의 파상공세 속에 대기업 중심의 IT산업이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마저 각종 규제와 부실한 IT벤처 육성·지원책으로 방관하고 있어 IT강국의 위상은 갈수록 힘을 잃을 전망이다. 이에 <매일일보>는 IT강국 부흥을 위한 좌(정부)·우(기업)의 역할과 향후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주>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일류 국가 경쟁력을 만든건 다름 아닌 IT 전문 인력과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현대에 들어서 통신을 빼놓고는 IT를 논하기 어려워져, 흔히들 정보통신기술(ICT)으로 확대해 언급하기도 한다.이와 관련 ICT는 크게 △유·무선 통신 △정보통신 기기 및 솔루션 △네트워크 서비스 및 솔루션 △시스템 개발 및 통합 △IT 인프라(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인터넷 서비스 △전자기기 및 반도체 등으로 나뉜다.ICT는 현대인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 건축, 교육, 국방, 헬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스마트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국내 ICT는 지난 1885년 한성전보총국이 설립되고, 1898년 덕수궁에 전화가 처음으로 개통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지난 1959년 11월 금성에서 국내 최초 라디오를 개발하고, 1969년 1월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가 탄생했다.1970년대는 우리나라 IT 산업의 태동기라고 불린다. 금성사와 삼성전자가 가전산업으로 IT 발전을 이끌었고, 정부 및 금융권의 전산화가 이뤄져 이와 관련된 수요가 증가하면서 IT·컴퓨터 관련 직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1980년대는 일반기업의 전산화가 시작되면서 시스템통합(SI) 산업이 각광받았다. 삼보엔지니어링이 설립됐고,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됐고 일반 사용자를 위한 각종 워드프로세서, V3 백신 등 소프트웨어도 등장했다. 반도체와 LCD 기술의 초석을 다지게 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983년에는 전길남 교수 연구팀이 한국 최초의 인터넷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명예교수인 전 교수는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현재까지도 KT, 넥슨, 안랩 등 ICT 기업들과 연구개발(R&D) 및 특강 등을 진행하고 있다.1990년대는 ICT 산업의 격동기이자 변혁기로, 우리나라가 ICT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ICT 강국으로 올라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등 PC 통신이 유행하며 90년대 말 절정을 맞았고 게임 산업에서도 국산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또 CDMA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등장하고 인터넷·전자 산업과 연계되면서 ‘IT 코리아’ 위상에 한 몫 하게 된다. 더불어 256MB D램을 세계 최초 개발하며 ‘반도체 코리아’로 도약하게 된다. 이외에도 지난 1995년 케이블TV가 개국하며 다매체·대채널 시대가 도래한다.2000년대 들어서는 벤처 창업 붐이 일었다. 정부에서도 ICT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대규모 인터넷 포털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전신인 ‘싸이월드’도 인기를 끌었다.지난 2009년 아이폰이 국내 도입되면서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됐고,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했다.전체 이통 가입자는 지난 2010년 5000만명을 돌파했으며, 2011년에는 1000만 스마트폰 가입자를 넘어섰다. 3G에 이어 4G 롱텀에볼루션(LTE)가 전국 상용화됐고, 이통 3사가 오는 2020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우리나라 ICT 산업은 단기간 내 세계 1위에 오를만큼 크게 성장했다”며 “제3차 산업혁명에서 제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중대한 시점을 맞아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를 이끄는 ICT 트랜드를 잘 이해하며 능동적으로 준비해 미래를 선도하는 국가로 우뚝 서야한다”고 말했다.한편,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올해 국내 IT서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 증가한 11조9800억원을 기록할 것이고 전망했다.신기술 관련 공공 정보화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가 허용된 것을 비롯해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보호에 대한 법률(클라우드 발전법)’이 시행된 공공 시장, 차세대 전산 시스템 프로젝트로 본격화될 금융 시장 등이 IT서비스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