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밀레니엄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 밥상은 외국 농식품에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높은 소득 수준과 더불어 빠른 서구식 문화의 유입으로 주식은 쌀 대신 빵이 됐다. 과거 신토불이를 외치며 국내산 농식품 소비 증진을 위해 국민애에 호소한 범정부적 전략도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게 된 한국밥상. 이러한 찬밥 신세로 전락해오던 한국 밥상이 최근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가 해외로 나간 한국밥상에 대해 4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피자, 햄버거, 파스타 등 외국산 밥상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한국 밥상이 ‘K푸드’로 거듭나며 세계 속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K푸드란 전세계 일반인이라면 누구든지 현지에서 손쉽게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국내 유통기업들은 올해 내수 시장의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외식업뿐만 아니라 제빵제과, 식음료 등 다양한 한식 먹거리 개발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자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자연별곡’으로 해외에 최초로 한식뷔페를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6일 중국 상해 와이탄 지역에 1호점인 정따광창점을 오픈한데 이어, 지난 15일에 상해 창닌 지구 팍슨뉴코아에 2호점을 오픈했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연별곡은 앞으로 자사 유통 매장 외에도 중국 유통그룹의 백화점과 쇼핑몰을 활용해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200여개의 매장을 오픈하고 홍콩과 대만 등 아시아 전역에 확장 진출할 목표를 갖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CJ푸드빌은 2010년 미국, 중국, 싱가포르에 한식레스토랑 비비고를 출점해 글로벌 거점을 확보한 이후 영국과 일본,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미슐랭' 가이드에 3년 연속 등재됐으며 이탈리아 밀라노엑스포에서는 정부와 손잡고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며 한류전파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CJ푸드빌 뚜레쥬르는 지난 한 해 동안 해외에서 40여개 이상의 매장을 개점하고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에 매장을 열며 해외 214호점을 돌파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카페와 빵집을 결합한 한국식 베이커리에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동남아 지역 최대 베이커리 체인인 싱가포르 브레드톡에 비해 점당 매출이 30% 높게 나올 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질세라 CJ의 최대경쟁사인 SPC그룹도 해외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SPC 파리바게뜨는 2004년 처음 해외 매장을 오픈한지 11년만에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에 링원광참점을 열며 해외 200호점을 돌파했다.
또한 라스베가스의 초대형 호텔 베네시안과 팔라조라를 잇는 쇼핑몰인 그랜드 커널 숍에 입점한 이후 끝없는 인기를 보이고 있다. 파리바게뜨에 따르면 하루 평균 매출이 약 8000달러에서 최대 1만6000달러(약 1900만원)에 이른다. 한국 직영점의 하루 평균 매출인 600만원에 비하면 꽤 높은 수준인 것.
SPC 관계자는 "올해 중국, 미국 등에서 출점을 강화시키고 특히 예정된 100여개 해외 매장 대부분을 가맹점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과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올해 오리온, 롯데제과 등 국내 주요 제과업체들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 대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지난해 3분기 20억3000만위안(약 37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6%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오감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매출 2125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영업망을 확충해 중국에서 연 10%대의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롯데제과의 해외 누적 매출은 해외 법인을 설립한 2004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5조원을 돌파했다. 롯데제과는 현재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 카자흐스탄, 벨기에, 파키스탄,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다.
인도에서는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빼빼로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올해 초코파이의 매출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30%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40%수준으로 끌어올려 누적 매출 5조원을 넘어설 것이다"고 말했다.
'유통기한'에 큰 애로를 가지고 있던 식음료업체 및 유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부쩍 늘어났다.
롯데칠성음료, 빙그레와 매일유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들 기업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중동지역으로 수출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할랄시장은 잠재적 소비자가 약 17억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기에 업계는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유통기업들이 침체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하지만 리딩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 실패를 거울 삼아 진출에 앞선 면밀한 현지 시장 조사와 현지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 개발 등의 노력으로 위험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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