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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최근 아내가 임신하고 생애 처음으로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아기 심장소리를 들었다. 초음파 동영상 속 1cm 내외의 생명체의 움직임과 동시에 들리는 ‘쿵쾅 쿵쾅’소리는 부부에게 일생에 있어 감동스런 순간 중 한 장면일 것이다.하지만 그런 감동은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가시고 말았다. 수납대에서 수십만원의 진료검사비를 결제하면서 아이의 출산과 육아비용에 대한 계산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국가에서 기본적인 검사 지원과 임신·출산 비용으로 50만원을 주지만 겨우 2개월째에 지원금의 절반 이상을 써버린 것이다.아내가 검사를 하는 시간 동안 수납대를 지켜보니 돈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졌다. 일부 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대부분의 검사가 비보험 처리라는 것이다. 당장 다음번에 받을 기형아 검사의 경우만 해도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극히 일부다. 물론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보험 검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줄 뿐이다.미리 출산을 경험한 인생 선배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모두 이같이 답했다. “평소에는 ‘괜찮아 그거 뭐 안 받아도 되겠지’라고 나도 생각했지. 하지만 막상 부모 입장이 되니까 다 할 수 밖에 없더라고”박근혜 대통령은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을 노동개혁의 지연 때문으로 판단하면서 조속한 노동개혁을 사회에 압박하고 있다.박 대통령은 지난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에서 “만혼화 현상은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소득이 없고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에 결혼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정부는 지금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노동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출산율이 낮다고 지적하는 박 대통령의 상황 판단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현재 정부의 노동개혁이 설사 그대로 이뤄진다 해도 정부가 기대한 출산율 상승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오진은 사고를 낳는다. 출산부터 육아까지 모든 것을 정부가 도맡아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낳고 기를 수 있는 터전은 마련해줘야 하지 않는가. 오늘은 올해부터 사라진 어린이집·유치원 누리예산 지급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