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② 산업성장 막는 ‘빛좋은 개살구’ 규제] ‘피터팬증후군’ 키우는 규제…성장 사다리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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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특별기획 ② 산업성장 막는 ‘빛좋은 개살구’ 규제] ‘피터팬증후군’ 키우는 규제…성장 사다리 위태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6.01.25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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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지원 많지만 중견부터 중단…규제는 증가
기업규모 성장할 수록 규제 늘어…성장생태계 위협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규제 개혁은 현 정부가 역점을 걸고 추진하는 개혁 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기업투자를 가로 막는 규제를 ‘손톱 밑 가시’로 규정하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개혁 속도는 더디다.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매일일보>는 우리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빛좋은 개살구’ 규제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싣는순서>

①현장 무시한 규제법안…유명무실 전락
②피터팬증후군 키우는 규제…성장 사다리 위태
③손톱 밑 가시 여전…엑소더스 부추긴다
④“경제 살리자”더니…지원법 통과 함흥차사

우리나라 산업의 성장 속도가 수년째 정체상태에 놓여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피터팬 증후군’이 꼽힌다.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규모가 증가할 수록 지원은 줄어들고 규제가 증가하면서 성장을 기피, 성장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더 이상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중견기업의 수도 2010년 이후로 200여곳이 넘는다.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중견기업의 중소기업 회귀현황’ 자료를 보면 2010∼2013년 217개 업체가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했다.연도별로 보면 2010∼2011년 91곳, 2011∼2012년 50곳, 2012∼2013년 76곳으로 매년 50곳 이상이다.중견기업이 더 이상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탓에 글로벌 강소기업, 이른바 ‘히든챔피언’을 육성하는 것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독일 사례를 통해 본 히든챔피언 정책 및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63개 기업의 평균 매출액(761억원)은 전세계 히든챔피언의 매출액(약 4000억원, 3억2600만 유로)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히든챔피언 강국인 독일은 중소기업 육성정책 외에 규모별 차별정책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히든챔피언인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진입하게 되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지원제도는 세제 분야 38개, 수출·판로 분야 10개 등 총 80개에 이른다.히든챔피언의 설정 범위를 유독 좁게 규정한데다, 이를 벗어날 경우 혜택이 중단되는 동시에 각종 규제가 늘어나는 까닭에 제대로 된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이에 대해 전경련은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된 한국형 히든챔피언 정책이 오히려 정부 지원책에만 안주하게 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으로의 성장은 더더욱 어렵다. 2003년 이후 매년 2∼8개씩 늘던 대기업 집단의 수는 수년째 정체상태에 놓여있다.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50곳으로 2011년대비 단 한 곳도 늘지 않았고, 2014년엔 오히려 한 곳이 줄어 49개가 되더니 지난해에도 역시 49개로 전년과 동일한 상태를 유지했다.이는 기업들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인 자산 5조원을 넘지 않도록 규모를 유지해 새로운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자산 규모별 기업에 대한 규제 수는 자산 5000억원 이상∼2조원 미만 기업은 21개,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은 44개, 자산 10조원 미만 기업은 49개다.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입법을 논의 중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관련, 10대 기업은 예외로 두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피터팬 증후군 심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초 상의 출입기자들과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원샷법 같은 것도 대기업이 악용할 수 있는 소지는 원천적으로 안된다고 분명히 써놨는데도 명시적으로 10대그룹은 안된다고 제한을 두자고 한다”며 “11대 그룹을 하는 사람이 회사 성장의 기회가 있어도 10대 그룹에 안들어가려 하는 중소기업의 피터팬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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