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실 알고도 처벌 안 해 논란 확대
또 공정위는 삼성의 다른 부당 납품단가 인하 사건을 적발하고도 1년이 지나도록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신문 단독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04년 11월 삼성 계열사로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세메스가 36개 중소 부품업체들을 상대로 정상적인 협의 없이 부당한 방법으로 납품단가를 평균 14.7%나 깎아 원가상승 부담을 떠넘긴 사실을 적발했다.
일부 부품업체들은 납품단가가 65.2%나 깎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메스는 공정위 조사 당시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짜고 납품단가 인하 사실을 숨기고자 장부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조사방해 행위가 공정위에 적발돼 삼성전자와 세메스 직원 3명이 지난해 말과 올해 2월에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부당 납품단가 인하 사건의 처리를 1년4개월이나 끌다가 올 2월에 위원회에 상정했다.
그리고 아무런 제재 없이 '심의절차 종료' 조처를 내려, 사실상 '없던 일'로 끝냈다.
삼성의 이런 납품가 부당 인하 사실은 하루 전날인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를 직접 주재했고, 26일에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현장 직권조사를 통해 제재를 강화하겠다" 고 밝힌 터라 더욱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 운동본부는 "참여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각종 '립 서비스'를 남발했지만 실상은 대 재벌의 불법 하도급 행태를 외면하고 있다" 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은 "공정위는 '증거 부족',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 검토 중' 이라며 이른바 '물 타기' 를 시도하고 있지만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직원은 '(삼성의 위법사실에 대해) 지난해 말 보고서 초안까지 작성했으나, 윗선에서 미루고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서 "공정위의 삼성에 대한 처벌 의지가 의심스럽다" 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면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불공정 관계를 하소연할 구조가 불충분하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가 적발되어도 실효성 있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또 "대·중소기업 간의 공정거래 확립을 위해 정부가 '불공정 하도급 거래 처벌 강화' 와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같은 관련 법률의 전면 개정 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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