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삼국지를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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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삼국지를 읽었을까
  • 곽호성 기자
  • 승인 2006.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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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의 여름 필독서는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는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이다. 인기 소설가 이문열 씨는 자신이 평역한 ‘삼국지 시리즈’만 갖고도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고 장정일,황석영 등 많은 국내 소설가들이 너도 나도 삼국지 평역에 뛰어든 바 있다.

다만 삼국지는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삼국지의 내용이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더 많은 매력을 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하지만 여성도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사회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여성들도 삼국지를 열심히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표에게 삼국지를 권하며

삼국지를 읽어야 할 여성들 가운데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포함된다.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삼국지를 반드시 한번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박 대표가 삼국지를 읽어봤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설령 읽어 봤다고 해도 꼭 시간을 내서 한번쯤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말이다.

삼국지를 한낱 무협소설 정도로 깎아내리는 이들도 존재하고, 삼국지 자체가 70%는 허구요, 30%만이 진실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삼국지는 읽으면 큰 도움이 된다. 중국의 삼국시대에 엄청나게 많은 인간군상들이 나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과정을 적은 삼국지는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임에 틀림없다.

삼국지를 꼼꼼히 읽어보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과 닮은 인간형들이 삼국지 안에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지난번 글에서 정동영 의장은 공손찬에게, 손학규 경기지사를 유비에게, 고건 전 총리를 유표에게 비유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표의 인간형을 닮은 인물이 삼국지 안에 있을까? 있다. 나는 박 대표의 인간형을 닮은 인물이 삼국지에 나오는 ‘손권’이라고 본다.

‘손권’은 누구인가

삼국지를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손권이 누구인지 쉽게 알 것이다. 그러나 삼국지를 미처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이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독자들을 위해 손권이란 인물에 대해 소개하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손권이란 인물은 오나라의 주인이 된 인물이다. 손권은 네모진 턱과 큰 입, 푸른 빛 광채가 도는 눈을 가진 붉은 수염이 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삼국지 앞부분에 등장하는 손견의 아들이며, 손책의 동생이다.

손견에 대해서 먼저 설명하면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전술가 손무의 후손으로 중국 양자강 이남지역에서 할거하던 토호이다. 이 손견은 무예와 두뇌가 뛰어나 한나라 말기 혼란이 극심하던 시절에 지역 청년들과 함께 황건적을 소탕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던 동탁을 토벌하기 위한 연합군에 참여하여 이름을 날리기도 한다.

그러던 중 손견은 우연한 기회에 한나라 황제가 사용하던 옥새를 손에 넣게 된다. 옥새는 황제가 사용하는 도장인데 이 옥새를 손에 넣게 된 손견은 뭔가 하늘이 자신에게 큰 일을 맡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손견은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유표의 군대과 전쟁을 벌이게 되고 불운하게도 전사하고 만다.

이로 인해 손견의 세력이 몰락하자 손견의 큰 아들 손책과 둘째 아들 손권을 포함한 손견의 일가는 원술이란 토호를 찾아가 몸을 의탁하게 된다. 물론 손책은 손견이 갖고 있던 옥새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수성의 교과서적인 인물 손권

손책이 장성한 이후 아버지 손견의 영토를 되찾으러 고향으로 가고 싶어하나 병사들이 없었다. 그래서 손책은 대책을 궁리하다 갖고 있던 옥새를 생각해 냈다. 손책은 옥새를 갖고 원술을 만나 원술에게 군대를 빌리는 대신 옥새를 주겠다고 말하고 옥새와 군대를 맞바꾸게 된다. 손책은 원술에게 받은 군대로 양자강 이남 지역을 평정하고 오나라의 토대를 닦는다.

그러나 손책은 정적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많은 원한을 사게 되고 그로 인해 자객에게 공격을 당해 죽게 된다. 이때 손책은 손권을 불러 오나라의 주인이 되어 오나라를 잘 지킬 것을 당부하게 된다. 19세의 손권은 오나라의 주인이 되고 71세까지 장수하며 오나라를 지켜내게 된다.

이런 손권에 대해 삼국지 인물소프트의 저자 최용현 씨는 ‘수성의 교과서적 인물’이라고 평하고 있다. 창업 못지 않게 어려운 것이 수성인데 손권은 신중과 남보다 무리하게 앞서려 하지 않고 행동에 있어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모습으로 오랜 기간 오나라를 잘 지켰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손권의 말로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는 말기에 후계자 선택을 잘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는 장남 손등이 죽자 왕 부인 소생의 장남인 손화를 태자로 세웠다가 차남 손패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 결국 그는 손화도 아니고 손패도 아닌 번 부인 소생의 어린 손량을 후계자로 내세우게 되었다.

손량, 손휴에 이어 집권한 손호가 오나라 경영에 실패하게 되자 오나라는 진나라의 사마 염의 군대의 공격을 받고 멸망하게 된다. 오나라 멸망에는 손호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으나 적당한 후계자를 세우지 못하고 국가적 혼란을 가중시킨 채 사망한 손권의 책임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손권을 닮은 박근혜

박근혜 대표와 손권은 닮은 점이 의외로 많다.

① 박근혜 대표와 손권 모두 명문가의 후예다

② 박 대표와 손권 모두 슬픈 가족사를 갖고 있다

③ 신중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보수적이다

④ 손권은 신중함과 부드러움 외에도 적벽대전과 같은 중요한 전쟁에는 과감히 나서는 결단력을 보여줬는데 박근혜 대표 역시 그런 점이 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손권이 다스렸던 오나라와 박근혜 대표의 정치적 본거지인 영남이 서로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오나라가 더 큰 힘을 가진 조조의 위협에서 비교적 안전할 수 있었던 까닭은 양자강이란 큰 강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지상세력이었던 조조는 거대한 수군을 만들어 오나라를 격파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힘이 모자랐다.

오나라는 튼튼한 수군만 있으면 육군 병력 수가 적어도 조조군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기 때문에 조조의 압력에 굽히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열린우리당-민주당-민주노동당과 같은 반 한나라 연합세력과 한나라 세력은 상당한 정치적 시각의 격차와 이해관계의 차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한국 정치는 영남과 호남의 대결구도라는 지역주의 대립구도를 여전히 갖고 있다. 이런 독특한 한국 정치 지형은 마치 오나라가 양자강을 사이에 끼고 조조와 맞서고 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오나라가 양자강을 사이에 끼고 조조와 맞서고 있었다는 것은 수비면에서는 상당한 이점이지만 반대로 단점이 되기도 했다. 삼국지를 보면 오나라가 적극적으로 조조의 영토를 공략한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양자강 때문에 중원과 격리되어 있다는 점이 중원으로 뻗어나가지 않고 중국 강남 지역에 안주하도록 하는 단점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박근혜와 손권은 단점도 닮았다

후세 역사가들은 손권의 단점으로 후계자 선택 실수 문제외에 오나라를 보수적인 지방정권으로 고착시킨 것을 꼽는 경우가 많다. 중원을 공격하지 않고 수성에만 급급했다는 점이다. 이런 손권과 박근혜 대표는 단점도 서로 닮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박근혜 대표는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이념적으로는 중도를, 세대로 볼 때는 2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이들을 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노력은 손권의 중원 공략 노력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박근혜 대표 지지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의 성과를 보고 박 대표가 중도층, 젊은 세대 공략에 성공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만 놓고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낮았다. 보통 대선의 경우 투표율이 70% 상에 이르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50%를 약간 넘었을 따름이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에는 보수성향 표들의 결집이 이뤄졌고 박근혜 대표 피습사태의 여파로 동정표들이 많이 한나라당에 모였을 뿐이다. 피습사태 관련 동정표는 이번 한번이지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공략해야 할 부동층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60만 표 차이로 패배했다. 지난 대선의 표 차이가 2007년 대선에서 그대로 유지된다고 봤을 때 한나라당은 30만 표 이상만 더 얻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노동당의 일부 표가 반 한나라 연합정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계산해도 한나라당은 대략 50만표 이상만 더 얻으면 대권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50만 표를 얻으려면 원래 한나라당이 갖고 있던 세력들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20대부터 30대까지의 부동층을 공략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공략해야 할 부동층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부동층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다

② 부동층은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보다는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 많다

③ 부동층은 부유하기 보다는 서민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 있다

④ 부동층은 보수성향보다는 진보성향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⑤ 부동층은 한나라당과 보수사회,기성세대에 대해 비판적일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져와야 할 50만 표를 갖고 있는 부동층의 성향은 대략 이러하다. 이런 부동층이 한나라당 지지성향으로 돌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힘들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지방선거는 보수층의 결집과 약간의 박근혜 동정표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

<b>공격적인 행보가 ‘박근혜 대통령’ 만든다</b>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이 되려면 공격적으로 부동층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박 대표가 끌어들어야 할 부동층은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대략 50만 정도의 20대부터 40대까지의 젊은이들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박사모와 같은 박근혜 대표 팬클럽의 열성 지지자들이 수 천여명 이상이므로 이들에게 한 사람 당 10명씩 박 대표 지지자들을 만들어 내라고 하면 된다. 가령 5만명의 박근혜 지지자가 새로 생긴다고 하면 역시 이 사람들이 주변의 사람들을 박근혜 대표 지지자로 만들 것이므로 박 대표는 손쉽게 50만 부동층을 새로운 지지자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 대표는 당내 경선이나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부동층을 공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동층과의 많은 대화이다. 부동층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많고 연령대는 19세부터 40대 초반까지, 성별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다. 박근혜 대표 진영은 부동층들과 박 대표 팬클럽 열성 회원들이 많은 대화를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 주변의 인사들은 실제 선거에서 투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무슨 거창한 이슈 선점이나 번지르르한 공약보다 열성적으로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과 자주 대화를 나눠 봤거나 주변으로부터 많은 추천을 받은 사람을 선거에서 선택한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2002 대선의 사례를 보면,특히 20대부터 30대까지 젊은이들은 주변의 젊은이들 가운데 노사모이거나 노무현 후보에게 우호적인 많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노무현 후보를 많이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부동층 50만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더욱 열심히 전개해야 한다.

박근혜는 오나라의 망국을 잊지 말아야

삼국지에 등장하는 오나라는 중원 이남의 양자강 이남 지역을 차지하고 중원 공략에는 무관심한 채 편안하게만 있다가 결국 멸망했다. 오나라를 수성한 손권시대부터 공격적으로 중원 공격에 임했다면 오나라 전체에 적당한 긴장이 유지되었을 것이고 이렇게 되었다면 오나라가 쉽게 패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박근혜 대표가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때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이명박 시장은 지금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시장이 꺼내 들 뚜렷한 카드가 없는 지금이야 말로 박 대표에게는 중요한 시점이다.

박 대표가 끌어 들여야 할 부동층들은 박 대표나 한나라당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 물론 특별히 적대적일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우호적일 가능성도 적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부동층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더욱 많이 해야 하고,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 가운데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대표를 선택해 줄만한 이들과 더욱 살가워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선거에서는 조직과 자금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을 상대방과 잇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방선거 결과를 냉정히 보면, 그리고 한나라당 당내 사정을 냉정히 보면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 지지자들, 그리고 부동층들의 마음은 완전히 이어져 있지 못하다. 박근혜 대표는 자신의 권역에서 안주하다가 결국 망해버린 오나라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영남-보수-기성세대’라는 자신의 권역에서 과감히 뛰쳐나와 새로운 유권자들과 마음을 잇고 눈높이를 맞추는 등의 공격적인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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