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 악몽 재연되나...업계 과열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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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란 악몽 재연되나...업계 과열 징후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6.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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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카드 '5년 간 사용 전무, 우수회원으로?'
<전문가 '복수카드 소지 증가 개인파산, 부실화 우려'>
<금융당국 '현대, 신한, LG 등 카드사 실태조사 나서'>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최근 카드사들의 고객 수 늘리기가 또 다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긴축경영에 주력하던 카드사들이 연회비 면제, 무이자 할부 및 포인트 적립 등을 조건으로 소비자를 확보하는 등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선 것.

더욱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사들은 부가 서비스를 강조한 신규 회원 유치 뿐 만 아니라 만기 고객의 카드 재발급 유도와 복수 카드 발급을 위한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별반 필요도 없는 카드를 3~4개 이상 소유하는 복수카드 소지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혈, 과당 경쟁으로 카드 대란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인 파산과 카드사 부실 등의 후유증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회사들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대카드에 대한 점검에 이어 신한카드, LG, 삼성 등에 대한 검사를 최근 마무리했고 시중은행의 카드 부문에 대한 조사 또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 김모씨(29)는 최근 LG 카드로부터 만기가 다 된 카드를 연회비 없이 새로 발급받으라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 2002년 LG 카드를 발급한 이후 5년 간 단 한번도 쓴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온 LG 카드의 상담직원은 대뜸 "'재발급'을 해주겠다"며 "1년에 1만2천 원인 연회비를 전액 면제해 주는 것은 물론 전국 모든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 주겠다" 고 유혹했다.

김씨의 직업이나 재발급 조건, 카드 사용 내역, 수령 요건 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거듭되는 상담직원의 권유에 결국 김씨는 카드를 재발급 받기로 했고 3일 뒤 김씨의 앞으로 날아온 카드 발급 확인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LG 카드의 우수회원이신 고객님을 이제부터 당사의 'GOLD'회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실제로 LG카드는 김씨와 같은 경우 외에도 유효기간 내 연회비 전액 면제를 내세우며 각종 카드 상품을 개발해 전화마케팅을 통한 카드 발급을 권유하고 있다.

LG카드측은 이에 대해 "휴면회원 등 일부 특정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라며 "이용실적이 없는 고객들에게도 더 좋은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 이런 경우 고객이 카드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LG 카드 고객센터에 따르면 "재발급을 권유할 때는 카드사에서 정해놓은 몇몇 카드에 대해서만 발급을 유도하고 있고, 고객이 따로 선택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는 것.

5년 간 카드 사용 한번 없이도 우수회원으로?

그런가하면 롯데카드의 경우 아멕스 카드 발급을 유도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이미 롯데카드를 가진 고객에게 전화마케팅을 통해 신용이 우수하니 연회비를 전액 면제해주겠다며 아멕스 카드를 발급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롯데 카드와 아멕스 블루 카드는 부가 서비스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고객센터의 한 상담직원은 "롯데카드와 아멕스 카드는 똑같다" 며 "국내 서비스상 별 차이는 없지만 우수회원에 한해서 추가발급을 유도하는 것이다" 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두 카드가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굳이 두 개를 발급할 필요는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재차 발급을 유도하는 전화에 고객들은 불필요한 카드만 한 장 더 발급받게 되는 셈이다.

▲ 금감원
이처럼 지난 2003년 카드대란을 겪으며 부실 회원 퇴출 작업에 나섰던 카드사들이 최근 들어 다시 무분별하게 회원 수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신용카드 회원 수는 6천484만명으로 지난해 말 6천301명에 비해 183만명(2.9%)이 증가했다.

신용카드 회원 수는 2001년 말 8천933만명으로 최고치에 달한 이후 2003년 카드대란과 함께 줄어들기 시작해 2004년 말에는 6천961만명, 2005년 말에는 6천301만명으로 감소세를 보여 왔다.

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카드사들의 신규회원수는 443만명에 달해 지난해 신규회원 수 1천98만명의 40%를 넘어섰고,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신규회원 수는 1천700만명을 넘어서 지난해 보다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카드 모집인 수 역시 급격히 증가했는데,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업계와 은행계를 합쳐 2만2천7백77명으로 전년도 1만6천7백38명보다 35.6% 증가했다.

5개 전업계 카드사(LG, 삼성, 현대, 신한, 롯데)가 지난해 카드 회원 모집에 쓴 비용은 1천6백60억원으로 전년도 1천1백74억원 보다 5백억원 가량 늘어 2003년 카드 대란 당시의 1천6백71억원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카드사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과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LG 카드 한 관계자는 "많은 카드사들이 부실을 털어 냈고, 현재의 카드 시장 또한 과열 경쟁이라고 할 만한 징후가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 면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연체 등 신용거래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설사 복수로 카드를 소지한다고 해도 어쨌든 갖고 있게 되면 조금이라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발급을 유도하는 것이다" 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재발급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통상 카드사들이 '연체' 가 없는 고객일 경우 굳이 신용조회를 다시 하지는 않는다" 고 덧붙였다.

카드 복수 소유 개인파산, 카드사 부실 원인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카드업계의 회원 수 늘리기가 자칫 부실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서비스 자체 보다는 연회비 면제 등을 들어 발급을 유도하는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영업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카드를 여러 장 소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문제 또한 지적했다.

실제로 4개 이상의 카드를 소유한 복수 카드 소지자가 최근 들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말 현재 '복수 소유자'는 755만2천790명으로 작년 말의 749만4천950명보다 5만 7천840명이 늘었다.

이는 지난 2003년 가계부채 증가와 수많은 신용불량자 양산, 금융위기로 이어진 일련의 충격들이 길거리 카드 발급, 무소득자 회원 유입, 무분별한 신용한도 등 카사들의 과열 경쟁에서 일정 부분 기인했음을 볼 때 간과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당국, 제대로 된 현장 조사 못하는 실정

한편 카드 대란 당시의 악몽을 익히 경험한 금융당국 또한 최근의 양상이 과열 조짐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실태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현대, 신한 카드 및 LG, 삼성 등 전업 카드사를 비롯 시중은행의 카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의 마케팅이 과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어 사태 파악을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면서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특검' 형식은 아니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금융당국의 조사가 제대로 된 현장 체크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력과 시간 등의 부족으로 인해 일일이 현장조사까지 하지는 못했다" 면서 "회사 측에 대한 조사만을 했을 뿐, 카드사들의 영업 행태 부분은 회사 내부적으로 감사를 통해 알아서 규제를 하리라고 믿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많은 카드사들이 연회비 면제, 포인트 적립 등을 내세우며 회원을 유치하고 있다" 면서 "하지만 이는 회사의 마케팅의 일환일 뿐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오히려 금융 당국의 규제가 지나쳐 완화될 시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즉 과거 신용불량자 양산에 놀란 나머지 지나치게 시행한 각종 규제가 오히려 금융산업 활성화 및 건전한 소비문화 확산의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많은 카드사들이 올 들어 영업확대에 주력하면서 신규 회원 수, 복수 카드 소지자 증가 등 이미 몇몇 지표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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