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업체 중 두 번째 많은 피해자인데 기소에서 제외”
[매일일보] 사망 226명을 포함해 총 1500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낳아 우리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로 꼽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제조·판매업체의 하나인 애경의 전·현직 임원 19명을 처벌하라고 관련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환경보건시민센터는 7일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낸 애경 임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이날 기자회견에는 애경 제품만 사용한 뒤 정부 조사에서 '관련성 확실' 판정을 받은 쌍둥이 자매 박나원-박다원(5·여)양 중 목에 구멍을 내고 산소호흡기를 단 나원양이 참석했다.나원양의 아버지인 박영철씨는 "아이들이 2012년 당시 13, 14개월부터 증상이 나타났고 중환자실에서 48일 동안 입원한 후 계속 목에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다"며 "아이들을 돌보느라 제대로 생활이 안 됐고, 온갖 치료기구들을 사느라 돈도 많이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중 가장 먼저 출시 애경 제품 '가습기메이트' 관련 피해 신고는 이날 현재까지 사망 39명을 포함해 293명에 달하지만 2011년 정부 조사에서 실험쥐에서 폐섬유화 소견이 나타나지 않아 독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돼 강제 리콜 대상에서 제외됐다.이후 업무상 과실치상·치사 혐의를 두고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들을 수사한 경찰은 옥시레킷벤키저·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8곳을 작년 9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정부 조사를 근거로 애경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이에 대해 정부 1차 위해성 조사 때부터 참여한 김용화 안전성평가연구소 전 연구원은 "초기엔 애경 제품에 들어간 성분의 인체위해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으나 독성이 적은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라며 "위해성을 추가 조사하고 평가 결과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센터는 "지난해 정부가 피해 추가 신청을 받으면서 애경 제품만 사용했음에도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겪은 환자들과 사망자들이 접수됐다"며 "정부 2차 조사에서 '가능성 높음' 판정을 받은 환자가 지난해 8월 사망했는데 그는 애경 제품만 사용했다"고 설명했다.한편 센터는 가습기 메이트를 비롯해 90% 이상의 가습기살균제에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의 전현직 임원들도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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