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를 닮은 이명박 시장
중국 후한 말기 허자장이란 관상가가 있었다. 어느 날 허자장이란 인물에게 날카로운 눈매와 성긴 수염에 얇은 입술을 가진 청년이 찾아와 자신의 관상을 봐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허자장은 그 청년의 관상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치세에는 능신이요. 난세의 간웅이 될 것이다’
청년은 허자장의 말을 듣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이 청년이 바로 삼국지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조조이다.
조조와 이명박
공교롭게도 2007년 한국 대선구도는 삼국지의 그것과 유사하다. 특히 한나라당 대권주자 삼국지는 실제 삼국지의 그것과 똑같다. 손학규 지사를 유비, 박근혜 전 대표를 손권에 비유한다면 이명박 시장은 조조를 연상케한다.
조조도 이명박 시장도 원체 유명한 인물들이어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조조가 어떤 인물인지 좀 살펴보도록 하자. 조조는 원래 환관의 양아들 출신이다. 당시의 신분제도를 생각해 보면 환관의 양아들 출신이라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배경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이는 이명박 시장의 가난했던 젊은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조조는 어릴 때부터 남달리 총명했다고 한다. 다만 청년시절에는 방탕과 나태에 빠져 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바로 세우고 궁전의 위병장교로 일하게 된 뒤 탁월한 능력을 보여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이후 조조는 동탁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고향으로 도망쳐 군대를 일으킨 다음 주변의 경쟁자들을 하나씩 멸망시켜 가며 세력을 기르게 된다. 조조는 이 과정에서 황제를 모시게 되고 거대한 경쟁자 원소를 관도대전의 승리로 멸망시킴으로서 중원 제일의 권력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조조는 이어 손권과 유비까지 제거하고 중원 전체를 통일하려 하지만 적벽대전에서 유비+손권 연합군에 참패함으로서 그 희망을 이루지 못하고 죽게 된다.
위대한 영웅 조조
그러나 중국 역사에서 조조는 위대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조조의 장점은 무엇보다 능력이 탁월했다는 점이다. 조조는 어떻게 보면 자수성가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조조도 처음 출발할 때 세력은 그리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조는 주변의 적들을 쳐부수면서 차근차근 세력을 키워 나갔다.
조조는 능력이란 측면에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을 압도했다. 유비나 손권의 경우 조조 생전에는 위나라의 도읍은 허도 인근에는 접근하지 못할 정도였다. 나관중의 삼국지의 경우 유비 정통론에 근거한 소설이기 때문에 유비와 제갈량이 상당히 대단하게 그려져 있어 조조가 사악하고 다소 하찮은 인물로 보이지만 현실 역사를 냉정히 생각해보면 조조는 사실상 삼국지 시대 최대의 영웅으로 볼 수 있다.
조조의 뛰어난 점은 능력이 대단하다는 점 외에 머리가 비상하다는 점이다. 물론 능력이 대단한 것과 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은 비슷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두뇌가 좀 모자라도 아랫사람을 잘 부리면 두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능력이 대단했다는 것과 머리가 비상했다는 것은 따로 생각해야 한다.
조조의 두뇌에서 높게 평가되는 것은 임기응변력이다. 조조는 위기에 몰릴 때마다 그가 갖고 있는 반짝이는 두뇌를 활용해 위기를 잘 벗어났다. 조조가 원술을 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조조는 무려 30만 대군을 이끌고 갔는데 장기전을 치르게 되어 군량이 부족해 진 사태가 발생했다.
진중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날 지경에 이르자 조조는 군량책임자가 부정으로 군량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덮어 씌워 그를 죽여 버리고는 병사들의 불만을 무마시킨 뒤 전투을 조기에 끝내 버린다. 여기서 죄 없는 군량책임자의 목숨을 뺏는 방법을 이용했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당시 현실에 맞춰 냉정히 생각해보면 윤리적 문제보다 조조의 임기응변력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조의 단점
조조의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은 그가 숨을 거둘 때 남긴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이런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천하는 아직 평정되지 못했다. 이런 시기에 예를 차린다고 거창하게 장례를 치르지는 말아라. 나의 매장이 끝나거든 모두 바로 상복을 벗고 일상업무에 임하라. 입관할 때 금옥진보는 함께 넣지 말고 철따라 갈아입을 옷이나 몇 벌 넣어다오.’
조조는 위대한 인물이었지만 과도한 사치나 향락에 젖지 않았다. 작은 성공에 도취해 쉽게 타락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조조의 일생은 많은 이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웅 조조가 유비나 손권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것은 그의 단점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것이다. 삼국지 인물소프트의 저자 최용현 씨는 조조의 단점으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① 사람의 목숨을 곧잘 수단시했다는 점
② 장수들에게는 후했으나 문관들에게는 가혹했다는 점
사람의 목숨을 곧잘 수단시했다는 점은 젊은 시절 사소한 오해 때문에 부친의 친구인 여백사를 비롯해 그의 일가 모두를 죽인 것과 전장에서 패주할 때 자기 대신 조앙이란 자기 아들을 죽게 하고 달아난 적도 있다는 사실, 앞서 언급한 원술과의 전투 때 군량담당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것 등의 사실 때문에 비판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장수들에게는 후했으나 문관들에게는 가혹했다는 점은 조조의 경우 장수들의 경우 적장이라도 마음에 들면 죽이지 않고 곁에 두려고 노력을 했으나 문관의 경우에는 조금만 비위에 거슬리면 가차없이 제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조조의 문관 숙청 때문에 공융, 예형, 양수, 최염, 순욱 등 당대의 문관들이 죽었다.
조조와 열등감
후세 역사가들은 조조가 문관에게 일종의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공융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융은 공자의 자손이라고 하는 엄청난 가문의 권위를 갖고 있었는데 이것은 환관 양자의 아들인 조조의 열등감을 건드리고 있었다. 거기에다 공융의 뛰어난 문장과 명성은 나름대로 문학적 소양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는 조조의 비위를 심하게 건드리고 있었다. 이러니 조조는 공융을 제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열등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주나 능력, 재산 같은 것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한다. 이는 역설적인 행동이다. 정작 자신은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남이 자신을 자랑하는 것은 못 봐주니 말이다.
그러나 열등감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열등감을 가졌다는 것이 놀림의 대상만도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열등감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완벽한 인간은 없기 때문에 그렇다. 일류대학 출신인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일류대학 출신이면서 외모가 완벽한 사람도 찾기 힘들다. 일류대학 출신이며 외모도 완벽하고 돈도 많은 사람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리고 일류대학 출신이고, 외모도 완벽하며, 돈이 많은 사람을 찾았다 해도 그 사람보다 더 명문대학을 나오고 돈이 훨씬 많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시 정리하면 열등감이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 열등감은 잘 활용하면 출세하는데 중요한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 부족을 메꾸기 위해 더욱 출세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노력의 결과 출세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조와 이명박
이제는 조조와 이명박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자. 현재 이명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약간 지지율 면에서 밀리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시장은 여전히 한나라당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조직이나 자금의 문제에서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시장이 지지율 면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따돌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박 전 대표의 피습 사건 여파
② 이명박 시장에 대한 질투
③ 박 전 대표보다 이미지 면에서 밀리는 점
우선 박 전 대표 피습사건 여파가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조만간 여론조사에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피습사건은 자연스레 잊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이명박 시장에 대한 대중의 질투심이다. 삼국지의 조조가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조조에게 대중들이 반감을 갖기 때문이다. 원래 인간은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불만을 갖는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박 전 대표보다 이미지 면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는 비교적 좋은 이미지로 젊은이들에게까지 지지세를 넓히고 있는 반면 이명박 시장은 안 좋게 말하면 간사해 보이고 차갑게 보인다. 유비를 정통으로 하는 삼국지를 소재를 한 드라마에서 조조 역할을 맡는 배우의 인상과 이명박 시장의 인상은 매우 비슷할 것이다.
<b>이명박, 대통령 되려면 이미지 개선이 시급</b>
지난 5월 지방선거가 이미지 선거였다면 지난 2002년 대선도 결국 이미지 선거의 성격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가 좋았던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고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나빴던 이회창 후보는 패자가 되었다.
이명박 시장은 한나라당 대권후보 결정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전쟁이 대통령 선거 본선이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강대국 미국은 월남전에 말려들면서 월남전이 기존의 전쟁과는 판이하게 다른 형태의 전쟁이란 사실을 감안하지 않았다가 손실만 보고 월남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이는 삼국지의 조조도 마찬가지다. 조조는 병력의 수만 믿고 오나라와 유비 군을 얕잡아 보고 있다가 적벽대전에서 참패해 중원 통일의 기회를 놓쳤다.
이명박 시장의 참모들은 이따금 적의 입장에 서서 자신이 적이라면 어떻게 이명박 시장을 제압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명박 시장의 이미지는 2002년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와 적지 않은 부분이 들어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2년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 캠프는 대결구도를 이렇게 설정함으로서 이회창 후보를 격파했다.
① 노무현 후보 = 젊음, 패기, 참신, 민주, 탈 권위, 원칙, 대중
② 이회창 후보 = 늙음, 낡음, 부패, 권위, 반칙, 소수 엘리트 기득권
지금 2007 대선의 양상은 2002 대선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함으로서 지방권력은 한나라당에게로 거의 넘어갔다. 한나라당 지지 기성세대들은 한나라당의 대권탈환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2002 대선 때의 분위기와 비슷한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2002년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명박 시장이 박근혜 대표보다는 대권후보로 유리하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회창 대세론의 복제품인 ‘이명박 대세론’인 셈이다.
2007 대선, 한나라 견제론 터지면 ‘이명박 대통령’ 없다
현재 열린우리당과 반 한나라 세력 전체가 믿고 있는 가장 큰 카드는 ‘한나라 견제론’이다. 한나라당이 지방권력을 다 쓸어가고, 보수성향인 재벌들이 경제권력을 거의 쥐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이 고향인 유권자들이나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보수-영남 중심 사회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가지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것이야 말로 반 한나라 세력 전체가 2007년 대선 이전에 폭발시키려 하는 ‘한나라 견제론’의 본질이다. 일단 한나라 견제론이 폭발하면 한나라 세력과 반 한나라 세력은 단숨에 1:1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3% 정도의 부동층이 승패를 결정짓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기성세대보다 젊은 유권자들이 많은 부동층들의 경우 주변의 젊은이들이 반 한나라 성향에 가까우므로 그것에 영향을 받아 한나라당을 외면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의 대권 탈환 꿈도, ‘이명박 대통령’의 꿈도 물거품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명박 시장은 현재 적벽대전을 눈 앞에 둔 조조와 비슷한 입장이다. 박 전 대표에게 약간 밀리고 있는 지금은 이명박 시장에게 있어 그동안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