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능력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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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능력 뒷전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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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이재필 기자]요즘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의 문을 열기 위해 한여름 무더위도 무색할 정도로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좁은 것은 취업의 문이 아니라 구직자의 시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많은 젊은 구직자들이 대기업이 아니면 취업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취업난이 더해지고 있다고 취업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에는 수백 대 일이라는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몰리는 반면 중소기업에는 적합한 인재 한명 구하기 힘들어 애를 먹는 인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에는 넘치고 남을 정도로 몰리면서 중소기업에는 발길을 꺼리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중소기업 채용전문 파인드잡이 구직자 3213명을 대상으로 “취업 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9.7%가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급여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복리후생이 열악해서’라는 답변이 19.6%로 두 번째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비전이 없어 보여서(19.4%)’,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을 것 같아서(12.4%)’, ‘경력이나 이직 시 도움이 안 되어서(5.9%)가 이었다.

이처럼 취업준비생들이 직장을 구할 때 연봉이나, 복리후생 등 삶에 직장이 미치는 현실적인 조건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국대학교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 모군은 현재 대기업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 중에 있다. 그는 취업을 위해 영어는 물론이고 현재 중국어까지 습득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군은 “갈 수 있다면 대기업으로 가야죠. 급여나 복지 시설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하니까 대기업 아니겠어요”라며 “졸업생들은 거의 다 대기업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구직자들도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져 영어나 중국어는 이제 장점도 되지 않아요”라고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구직자들의 높은 경쟁력을 설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을 그렇다고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대기업이 대우도 좋고 미래를 내다 봤을 때 전망이 있기 때문에 그를 우선적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죠”라고 전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3년 째 구직 중인 박 모양은 대기업 취직만이 자신의 지난 세월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전한다.

박 양은 지금까지 삼성을 비롯해 LG, 롯데 등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녀는 “지금껏 남 못지 않게 공부하고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미국 유학도 다녀왔고 영어는 물론 중국어도 할 줄 알아요”라며 “나름대로 이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대기업의 문은 높고 좁기만 하네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대기업이 아니면 취업할 생각은 없어요. 지금까지 공부한건 보다 크고 좋은 여건을 위한 투자였다고 생각해요”라면서 “전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했고 자신감도 있어요. 중소기업으로는 가고 싶지 않아요. 자존심 상해요”라며 실력과 경쟁력을 굳이 대기업에서만 발휘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이처럼 취업을 원하는 많은 구직자들이 높은 보수와 안락한 여건을 위해 대기업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과 같은 수준을 제공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은 반대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 위치하고 있는 한 중소업체 B전자. 이 회사는 회사를 뒷받침 해줄 인재를 구하지 못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난이라 걱정들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인력난도 그에 못지않게 문제다”라며 “많은 인재들이 대기업으로만 몰리면서 우리와 같은 중소기업들은 회사를 이끌어 줄 고급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현재 공장을 책임지고 이끌어줄 관리자는 물론이고 해외 영업을 위해 뛰어줄 젊은 인재들이 없어 해외진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이 주변 중소기업들은 모두 마찬가지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라고 실력 있는 인재들이 대기업만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을 안타까워했다.

관계자는 “물론 대기업만큼의 보수와 복지를 보장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대기업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라면서 “그렇다고 모두다 대기업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요즘 젊은이들은 무조건 대기업만을 선호하고 다른 쪽으로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하소연했다.

이처럼 구직자들이 높은 연봉과 복지후생으로 대기업만을 선호함으로 인해 눈 높은 구직자들의 취업난이라는 문제와 인재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이라는 문제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인드잡의 정재윤 이사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높은 연봉에 근무여건이 좋은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좋은 조건의 직장을 고르기 위해 시간만 허비하는 것보다는 작지만 알찬 중소기업에서 여러 업무를 접해 보고 자신의 능력을 능동적으로 펼칠 수 있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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