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장들 '이헌재 친분 좌불안석~'
<재경부 출신 '모피아' 전방위 공습에 잔뜩 긴장><이헌재 라인 인사들 출금, 고발 등 수사망 좁혀져>
<일각 '청와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철저히 밝혀라'>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전, 현직 재경부 관료들로 좁혀지고 있다.
대검 중수부(박영수 검사장)는 지난 16일 이 전 재경부총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전날 이 전 부총리의 외환은행 계좌와 관련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계좌추적을 벌였던 검찰은 이날 BIS 조작과 외환은행 매각에 이 전 부총리의 영향력이 행사된 단서를 포착하고 출국 금지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검찰은 이 전 부총리를 정점으로 14일 구속된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비롯한 '이헌재 사단'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경부 출신 경제관료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모피아'(재경부 약자; MOF+마피아(Mafia)의 합성어) 전체에 대한 전 방위 공습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금융계 전반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선상에 올려둔 이헌재 사단 내지는 모피아 인사로는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현 한국투자공사 사장), 이달용 전 부행장 등을 비롯해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법무법인 율촌 고문), 김진표 교육부총리(당시 경제부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평화방송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 감사결과 발표와 관련 "이번 감사는 깃털만 붙들고 허송세월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심 의원은 "이번 사건은 특정부처 고위 관료들, 소위 '이헌재 사단'과 론스타가 불법적으로 조직적으로 공모한 결과" 라며 "공모의 몸통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즉 지난 99년 이 전 부총리가 금감위원장을 맡아 부실기업 정리를 주도하면서 금융구조조정계획 마스터플랜을 짰고, 바로 이어서 경제부총리가 되면서 공적자금 조성에 대한 마스터플랜도 짰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그런 이 전 부총리가 상대방인 론스타의 법률자문사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수임료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매각 승인을 내렸던 김진표 교육부총리나 삼정회계법인(론스타 재정자문사)의 고문역이었던 진념 전 장관, 실무를 맡았던 변양호 국장, 김석동 당시 금감원 국장 등이 다 재경부 금감위 인맥들이고,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이라든지 부행장은 학교 선후배 사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 또한 지난 16일 '외국 투기자본의 폐해실태와 해결방안'이라는 정책 자료집을 통해 "외환은행 헐값 매각 배경에는 금융권 곳곳에 포진된 '이헌재 사단'의 역할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정태인 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외환은행 매각은 불법으로 이뤄졌고,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김석동(현 재경부 차관보) 당시 감독정책1 국장 등 '이헌재 사단'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검찰 정조준 '이헌재 사단' 금융계 두루 포진
이처럼 정치권에서도 외환은행 불법 매각에 대한 '이헌재 사단'과의 연관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칼끝 또한 이 전 부총리를 중심으로 금융계 고위 인사들을 향하고 있다.
이 전 부총리와 학연 또는 지연 등으로 얽힌 인물들이 중요 경제정책 결정 분야에 두루 포진돼 있기 때문에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계 고위 인사 가운데 외환은행 매각 주역 3인방인 김석동 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과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현 한국투자공사사장) 등이 대표적 이헌재 사단 인물로 꼽힌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3인은 모두 외환은행 매각 협상 당시 BIS 비율을 낮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김 차관보와 변 전 국장은 이 전 부총리의 경기고 후배로, 특히 변 전 국장은 이 전 부총리가 2003년 설립을 추진한 '이헌재 펀드'의 계승자 역할을 했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전 은행장은 이 전 부총리와 광주서중 동문으로 이 전 부총리가 10억원의 대출을 받던 2003년 초 외환은행장을 지냈다.
현재 변 전 국장은 이미 현대차 로비 사건으로 구속됐고, 이 전 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은 출국 금지조치가 내려졌다.
김 차관보는 지난해 9월 투기자본감시센터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5대 은행 수장들 '이헌재 친분에 바짝 긴장'
한편 이 전 부총리를 중심으로 관련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덩달아 시중은행장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등 5대 시중은행 수장들이 이 전 부총리나 변 전 국장과 친분이 있었던 터라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
특히 지난 5월 19일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에 대한 본 계약을 맺으며 인수에 성공한 국민은행은 기쁨도 잠시 현재 론스타의 불법매각 의혹과 관련해 가장 자주 도마 위에 오르 내리고 있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론스타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도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지 않겠다" 고 밝혔지만, 론스타의 명백한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인수 작업은 직, 간접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이 전 부총리가 2002년 말부터 2004년 2월까지 국민은행의 고문을 맡은 바 있어 의혹을 더하고 있다.
또 강 행장은 이 전 부총리의 고교 후배로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장에서 이 전 부총리와 함께 일한 적이 있고, 이번 외환은행 인수를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김기홍 수석부행장도 이 전 부총리의 사설 싱크탱크로 알려진 '코레이(KorEI)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갖가지 연관성으로 인해 이 전 부총리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한, 우리, 하나은행은 외환 헐값 매각 의혹과는 직접적 연관은 없다.
그러나 이 전 부총리 및 변 전 국장과 행장들의 친분 때문에 역시나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금융브로커 김재록과의 친분으로 이미 한 차례 세간에 오르내린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이헌재 사단'의 대표적 멤버로 알려져 있다.
또 우리은행은 구속된 변 전 국장이 대표로 있던 보고펀드에 1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정한 것이 알려져 의혹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 또한 옛 조흥은행 약정분까지 합쳐 1천억원을 보고펀드에 투자하기로 계약한 상태고 하나은행 역시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서근우 하나은행 부행장은 1998년 당시 '이헌재 사단'에 속한 것으로 거론되는데, 이 전 부총리가 한국신용평가 사장이던 지난 1985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 '청와대 개입 여부 정확히 밝혀라'
일각에서는 또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어디까지 개입됐는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즉 외환은행과 같은 거대은행의 매각에는 청와대와 경제부처 수장들이 정책결정을 해 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청와대 및 재경부, 금감위 최고 책임자의 관련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것.
민주노동당은 "매각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때 실무를 맡았던 청와대 행정관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해 매각 진행상황을 보고한 사실 등을 명백히 파악해야 한다" 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현 교육부총리)는 2003년 7월 22일 외환은행의 론스타로의 매각을 공식화했으며, 이정재 당시 금감위원장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승인한 금융당국의 수장이었다.
이들 또한 감사원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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