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싸구려' 해외 패키지... 싼 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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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싸구려' 해외 패키지... 싼 값을 한다?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6.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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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가격 유혹, 현지에 가면 상황 달라진다
<소비자들 '절반은 눈요기 관광, 절반은 쇼핑 실태' 불만>
<여행사 '미리 확보한 좌석 손해보고 판매, 상품 질은 동일'>

▲ <신문광고에 즐비한 저가 패키지 상품
- 기사 내용과는 관련없음>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신문 지면에는 온통 여행업체들의 광고들로 가득하다.

유심히 살펴보면 '파격할인', '단1회 특별판매' 등의 이름이 붙은 저가 해외 패키지 상품들이 유독 많다.

왕복항공료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은 일단 관심을 갖게 되고 실제로 이런 저가 패키지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싼 값으로 유혹하는 이런 상품들로 일단 해외로 나간 여행객들은 각종 옵션관광, 쇼핑, 팁 등 예상치 못했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렇다보니 낭패를 본 소비자들의 민원 또한 급증하는 추세다.

한 때 여행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잠시 수그러드는 듯 했던 '싸구려' 패키지.

그러나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업체들은 또 다시 좀더 '싼 값'의 상품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고, 결국 '저렴하고 기분 좋게' 여행을 다녀오고자 했던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경기 안양에 사는 대학원생 김모씨(여. 26세) 는 지난 4월 친구 2명과 3박4일 일정으로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다.

급하게 가게된 터라 준비하지 못한 것이 많아 차라리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라는 생각에 몇 군데 업체를 알아본 김씨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이 있어 예약을 했다.

김씨가 선택한 A 여행사에서는 왕복항공료와 호텔(조식포함), 전 일정 식사, 필리핀 내 주요 관광지 투어 등을 포함해 29만9천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상품을 내놓고 있었다.

출발 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김씨는, 그러나 4일 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속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김씨가 막상 필리핀에 도착해 맞닥뜨린 현실은 각종 쓸데없는 쇼핑일정과 옵션관광, 가이드 팁 등 생각지도 않았던 추가 비용들이었기 때문.

더욱이 처음에 친절하던 가이드는 김씨와 그 친구들이 돈을 더 내야 하는 관광 코스를 신청하지 않자 태도가 약간 바뀌었다고 한다.

김씨는 "돈을 더 쓰던지, 시간을 버리던지 두 가지 중에 선택해야 했다" 며 "옵션 관광을 선택하지 않아 다른 일행들이 '말타기' 등을 하고 오는 동안 무더운 날씨에서 하릴없이 그냥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었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이 김씨에 따르면 관광을 마치고 데려간 쇼핑센터에서 김씨와 친구들이 값싼 비누 몇 개 외에 별다른 물품을 구입하지 않자, 가이드의 태도는 더욱 냉랭해졌다고.
지난 5월 4박5일 일정으로 19만원대의 태국 방콕, 파타야 패키지를 다녀온 정모씨(남. 24세) 또한 여행사 상술에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씨가 택한 상품 역시 왕복항공료, 전 일정 특급호텔(식사포함)에 방콕 시내의 왕궁을 비롯한 관광지 투어와 파타야의 파인애플 농장 구경 등이 포함된 겉보기에는 그럴 듯한 패키지였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서 정씨를 기다린 것은 예정에도 없던 추가 옵션 관광과 매일 기념품과 보석쇼핑점 등으로 정씨를 인도(?)하던 가이드였다.

정씨는 "하루 중 관광이 절반, 쇼핑점에서 보낸 시간이 절반은 됐다" 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가이드의 말 한마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쇼핑센터로 가야 했다" 고 불만을 쏟아냈다.

왕복항공료에도 못 미치는 저가패키지.. 실제는?

이처럼 저가 패키지 상품을 믿고 동남아 등지로 여행을 갔다 낭패를 본 소비자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곧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사들은 저마다 파격적인 가격의 상품을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일례로 태국, 파타야의 경우 비수기를 기준으로 해도 왕복항공료만 30만원선에 달하는데 4박5일 패키지 가격이 29만원, 심한 곳은 19만원 선이니 도저히 계산이 나오지 않는 가격이다.

▲ <기사와 관련 없음>
결국 원가에도 못 미치는 이런 상품들로 경쟁을 하다 보니 현지에서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쇼핑이나 옵션 관광 등 여행사가 마련해놓은(?) 예고 없는 상황들이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해외여행 관련 소비자 피해 접수는 2003년 2천712건, 2004년 2천910건, 지난해 3천251건에 이어 올해 4월 현재 1천107건에 달하는 등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 또한 '항공권 미확보로 인한 계약 취소', '당초 광고와는 다른 숙박시설 변경', '가이드 팁과 옵션 관광 등 추가요금 요구', '지나친 쇼핑 일정' 등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L 관광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여행사들이 일부로 '저가용'으로 상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면서 "'항공사에서 일단 좌석을 한번 사오면 팔리든 안 팔리든 반납이 안 되는 일명 '하드블록(선납금 제도)' 때문에 가격을 내려서라도 판매를 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미 항공사에 돈을 지불하고 확보한 좌석에 대해서는 정상가격으로 판매해 재고가 생기는 것보다는 손해를 최소한 적게 하기 위해 '동일한 조건' 이지만 싼 가격의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는 얘기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실제로 여행사의 영업정책상 볼륨을 크게 하려면 일단 많은 최대한 많은 물량의 좌석을 확보할 수밖에 없고, 항공사 측에서도 비수기에 좌석을 팔아주지 않으면 성수기 때 좌석 배정을 잘 해 주지 않으려고 한다" 면서 여행사로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다.

L 관광 관계자는 또 "모든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들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면서 "요새는 소비자들도 워낙 정보가 빠르고 안목이 높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영업을 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 고 말했다.

이어 "일부 영세한 업체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질이 낮은 상품을 공급해 물을 흐리는 것이다" 고 덧붙였다.

해외 저가 패키지에 국내 관광도 울상

한편 이해하기 힘든 가격의 해외 패키지 상품에 국내 여행 상품도 타격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도 등의 패키지 가격이면 차라리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여행상품 또한 갈수록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

국내 여행만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업체들의 출혈 경쟁은 국내 관광객들에게 터무니없이 싼 가격의 상품만을 각인시켜버려 결국 사람들은 점점 더 저가의 상품만을 찾게 되고, 이는 여행업 전체의 질을 낮추고 위기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별 다른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소비자 민원이 접수되면, 일반여행업의 경우 관련 협회로 이송을 하고 국외여행업으로 등록이 된 경우는 해당 구청 문화체육과로 처리를 넘기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행업이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 폐업 처리됐어도, 이후 다른 이름으로 재등록하는 데 문제가 없다" 며 별 다른 규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사별 상품을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싼 가격의 상품은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항공, 숙박 등 동일한 조건이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호텔의 등급, 음식 등에 있어 차별이 있는 경우가 많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상품 정보와 계약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 뿐" 이라며 소비자의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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