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누리꾼 보수화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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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누리꾼 보수화 경향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6.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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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성향의 누리꾼들 보수 성향으로 'GO~ GO~'
▲ <개혁적 성향을 띄던 누리꾼들이 최근 보수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매일일보=이재필기자]진보개혁 성향을 보이던 인터넷 누리꾼들이 갈수록 보수화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초기시절 개혁을 지지하던 20~30대 층이 인터넷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집단임을 감안하면 이 개혁 누리꾼들이 보이는 보수화 물결은 기존의 정치, 문화와 관련해 젊은 개혁지지층의 인식이 많이 변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인터넷이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매체로 자리 잡은 지금. 현 여당 집권의 가장 큰 일등 공신이었던 개혁 누리꾼들이 점차 보수화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가 붉어지면서 누리꾼들의 보수화 성향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면서 여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인터넷에 북한 미사일 관련 보도기사가 오르자 북측 대표단의 거만한 발언에도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온 햇볕정책을 비롯해 대북정책 전반을 수정해야 한다는 누리꾼들의 요구가 거셌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탈북자 13~14명 남짓이 미국 공관에 들어가 미국행을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만 보더라도 보수화된 그들의 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이디 'kojiyyc'의 누리꾼은 “넘 많아 탈북자가... 이들 중에 간첩이 없으라는 법도 없고 탈북자가 넘 많으니까 불길한 생각만 드네. 자유롭게 탈북자를 가장하여 자유롭게 미국에 간첩 보낼지 어떻게 알아”라고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7777km’의 누리꾼은 “북의 인민들은 어버이 수령, 김정일 압제가 싫어 떠나는 터에 이곳 한국은 어버이 수령을 못 불러서 안달이 났다...(중략) 통일 감상주의 선전에 이용당하는 줄 모른다”라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정부기관장을 상대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 뒤집히고 다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말한 기사에 대해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은 달라진 넷심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디 ‘로야님’은 ‘백성등골 빼 먹은 놈들 모조리 감방 간다’란 제목으로 “당연하지. 내년 대선에서 대권만 잡으면 된다는 좌파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좌파정권 바꾸라. 그때까지 우리 국민은 잠안 자고 두 눈 뜨고 기다리고 있다”라고 현 누리꾼들이 현 정부의 개혁성향에 반해 보수적인 성향을 많이 나타내고 있음을 내비췄다.

네이버가 발표한 (2006/6/17 ~ 2006/6/23) 주간 최다 댓글 뉴스 “北, 미사일 연료 주입했을 수도” [연합뉴스 2006-06-18]기사에 달린 1,250 여개에 달하는 댓글 중 추천수 100위 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의 태도를 비난하는 내용이 80%의 비율이었다.

예전 주요 보수인터넷 언론에서만 보여 지던 누리꾼들의 보수화가 현재는 기타 포털 사이트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네티즌들이 보수로 돌아서는 이유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묻지마 거액지원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데다 대북 퍼주기 논란이 줄곳 야기되면서 친북정권의 이미지를 떨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20~30대 누리꾼 상당수가 이미 현 정부의 이 같은 모습에 회의를 느끼고 지지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인터넷 공간이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인터넷은 어디까지나 현실세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의 보수화 성향은 현실 사회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라고 응답한 국민의 비율이 2002년에는 25.8%로 집계된 반면 2004년에는 23.5%로, 결국 2006년에는 16.4%로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즉 누리꾼들의 보수화 성향은 여당의 사회 개혁 지지층들의 이탈 현상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 된다.

5.31 지방선거를 정점으로 개혁을 외치던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바닥을 헤매고 있다. 현 정당의 버팀목이자 인터넷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20~30대 개혁 누리꾼들이 점점 진보개혁 성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요즘 인터넷에서 그들이 행하는 언행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누리꾼들의 보수화 성향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큰 변수가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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