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문제 생기면 책임? 그냥 위탁에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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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문제 생기면 책임? 그냥 위탁에 맡겨'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6.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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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전가 위해 직영보다 위탁 선호 실태
▲ <구멍난 급식 상태에 우리 학생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매일일보=이재필기자]전국적으로 대형 급식사고가 일어나 급식을 이용하던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걱정과 혼란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번 급식대란은 이미 예고된 것으로 일선 학교 교사와 급식운동 학부모단체들은 그동안 위탁이 아닌 직영으로의 전환을 계속해서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학교 측은 직영으로의 전환을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이번 급식대란의 주인공인 CJ푸드시스템이 그동안 급식을 맡던 93개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중 59.2%가 여전히 위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왜 학교 측은 급식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학부모와 교사들이 요구를 함에도 불구하고 직영이 아닌 위탁을 선호하고 있는 것일까.

학교 측이 위탁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영급식의 경우 사고가 나면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위탁을 맡기면 담당 민간업체가 책임을 지게끔 되어 있다.

직영급식 학교에서 급식사고가 날 경우 해당 학교장에게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끔 식품위생법은 규정하고 있다.

서울 구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직영 전환)많이들 꺼려하시죠. 이제 여름이라 날씨도 덥고 음식물 관리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하잖아요”라며 “이런 날씨에 만에 하나 급식 사고 터져봐요. 누군들 책임을 지고 싶겠어요. 넘기고 싶죠”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고교 학부모는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학부모들은 계속해서 직영을 요구했어요. 그런데 들어주지 않더군요”라며 “책임지기 싫으니까. 일종의 보험으로 계속해서 위탁을 선호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 위탁급식 대형 식중독사고 이후 교육부가 직영전환 지원에 나섰지만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의 ‘직영전환 지원’ 공문이 왔다는 사실이 학부모나 학운위에 전달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던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바다.

이에 대해 최홍이 서울시 교육위원은 “위탁·직영 관계없이 똑같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하며 책임 전가로 인해 직영을 꺼려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학교가 급식을 직영화 했을 경우 떠맡게 되는 부담금 역시 학교 급
식 직영화를 막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시설개선비, 인건비, 운영비 등 전환 비용을 만만치 않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직영으로 학교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2억 원. 학교 측에서는 이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번 CJ푸드시스템이 급식사건으로 업계를 떠나면서 그동안 CJ푸드시스템에 급식을 맡기던 학교들이 위탁이냐 직영이냐 갈림길에 놓인 가운데 여전히 위탁을 선호하는 이유 3위로 ‘직영에 비해 적은 비용이 들어감(5.5%)’을 꼽았다.

CJ푸드시스템이 현재 사용 중인 급식 설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직영전환의 걸림돌인 초기투자 비용이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은비용이 들어감을 이유로 들어 위탁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부모들은 무엇보다도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급식 개선의지가 없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참교육학부모회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금껏 직영급식으로의 전환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항상 이를 묵살하고 회피해오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며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처럼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직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 교육위는 지난 28일 전체회의를 통해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로서 이르면 내년부터 초등학교 뿐 아니라 중학교도 직영급식이 의무화될 전망이다. 또한 고등학교 역시 음식 재료의 선정과 구매, 검수는 남에게 맡기지 않고 학교장 책임 아래 해야 한다. 위탁은 조리와 세척 등 일부분에서만 가능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은 이달 중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이는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처럼 학교 측도 직영을 꺼려하고 있고 또한 여야 모두에서 ‘급식 파문으로 인해 예산 소요나 실효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못해 졸속 입법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어 이 법안이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거둘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직영이냐 위탁이냐’ 학교 측과 학부모, 학생들 사이에 생각이 서로 다른 가운데 끊임없이 논쟁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보다 확실한 것은 한국의 급식에 큰 구멍이 나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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