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학교 시장화, 양극화 조장 우려
[매일일보=한종해 기자]지난 6월 9일부터 14일까지 한미FTA 1차 협상을 끝낸 후 노무현 정부는 국정 브리핑을 통해 ‘미국에서는 교육, 의료 서비스 개방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일부에서 제기한 교육과 의료 서비스 개방 우려는 기우임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후 보수언론은 ‘과도한 억측’, ‘헛다리짚기’ 등으로 한미 FTA반대 진영에 대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 P>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9일 논평을 내고 “한미 FTA 1차 협상 결과는 오히려 자발적 규제완화, 철폐를 통한 초, 중등 교육의 완전 개방과 한미 FTA 협상 진전을 위해 학교를 영리법인화 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었다며 최근 교육부와 정부의 입장 발표를 인용해 반박에 나섰다.지난해 ‘외국교육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에는 외국 자본이 초, 중, 고를 설립하고 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제주도에는 외국교육기관을 설립,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학교 규제대선(안0에는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지역에서의 외국인학교에 내국인 입학을 허용하고, 내국인도 외국인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국내 학력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공영형 혁신학교 추진 방안에는 민간 기관이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교육공대위는 지난 달 22일 ‘외국인학교 규제개선 방안 마령을 위한 공청회’ 개최 장소인 대한 상공회의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외국인학교 시장화 방안 중단”을 촉구했다.
이철호 교육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오늘 공청회를 통해 초중등교육 개방을 하지 않을 것이며 교육의 영리화는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정부 핑계는 거짓이 되었다”며 “정부는 국내법 개폐를 통해 동일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석 범국민교육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국무조정실의 규제개혁기획단과 대한상공회의소 공동주최로 진행되는 오늘 공청회가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교육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상공회의소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자리”라고 비판했다.
외국인학교는 외국인들을 위한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내국인 입학자격은 해외 5년 이상 거주한 자로 한정되어 있다.
이번 ‘외국인학교 규제개선 방안’의 내용에는 내국인 입학자격을 3년 이상 또는 아예 내국인 해외거주요건을 폐지하자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학교 설립허가 요건 완화에 대해서도 김정명신 함께 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외국인에 한정했던 내용을 내국 법인 및 공공기관도 설립 가능하도록 한다면 국내의 영어학원들도 설립이 가능한 요건이 되는 상황”리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설립허가 완화 △외국 거주 경험이 없어도 입학 가능 △국내학력 인정 △방학 기간을 이용해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의 내용을 지적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기존의 외국인학교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충돌한다”고 지적하며 “투자자들이 얼마나 한국에 추가 진출할지 아무런 사전 조사가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전문단체인 학벌 없는 사회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학교 자율화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학벌 없 는사회는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공청회를 먼저하고 정책을 발표해야 하지만 , 반대로 정책강행을 먼저 결정하고 공청회를 개최한 것은 국민들 들러리 세우는 요식행위이다”며 성토했다. 22일 재경부가 국회보고에서 외국인학교 자율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날 공청회를 열었기 때문.
학벌 없는 사회는 공청회 토론자 구성 문제점도 제기했다. “국무 조정실 규제 개혁기획단 팀장, 교육 인적 자원부 교육복지정책과장, 부산국제학교 운영이사, 대일외국어고등학교 교감,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회장, 한국 교직원 단체 총 연합회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으로 구성돼 토론자 구성은 사실상 내부 간담회에 불과하갚고 밝혔다.
학벌 없는 사회는 “재경부가 발표하고 규제 개혁단 주최로 상공회의소에서 공청회를 계획했다는 것은 이 정책의 교육적인 배경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이는 시장주의자들이 경제를 앞세워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벌 없는 사회는 “추진하려는 외국인학교는 해당 국가 학력을 인증 받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학력까지 인증해 준다”며 “이는 일류고등학교의 학벌로 군림할 것이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벌 없는 사회는 “1류 귀족고등학교를 만들어 입시경쟁을 더 심화시키고 대다수 서민들에게 절망과 원망만을 안겨주는 교육정핵, 정체성 불명의 모호한 교육체제를 저지할 것”리라고 밝혔다.
한종해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