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에 뒷통수 맞은 신일건업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
상태바
유한양행에 뒷통수 맞은 신일건업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7.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일, 유한 공장부지 매입 알고 보니 개발제한구역

[매일일보= 이재필기자] 수 십 년간 신뢰로 협력해오던 유한양행과 신일건업이 땅 문제로 인해 관계에 금이 가게 생겼다. 특히 이 문제가 법정다툼으로 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이들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20일, 신일건업은 유한양행으로부터 군포시 유한양행 군포공장과 유한메디카 부지를 매입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신일건업은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유한양행이 이를 속이고 계약했으므로 계약금 및 이미 지불한 중도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한양행은 지난달 13일 공시를 통해 이 부지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을 해지했다.

유한양행이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한 이유는 간단했다. 신일건업이 유한양행에게 지불할 땅 값에 대한 잔금이 남아 있는데 계약서상에 나와 있는 잔금 만기일(2006년 6월 12일)이 다 되도록 돈이 들어오지 않아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이 둘의 마찰이 시작됐다. 신일건업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는 것이니 만큼 중도금(345억)은 돌려줘도 계약금(85억 8천만 원)은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 유한양행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일건업은 개발제한구역인 사실을 숨기고 땅을 판 유한양행의 행동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계약금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일건업은 지난 2월 유한양행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이다.

반면 유한양행은 신일건업 측 전직퇴직임원인 장 모 이사에게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다는 사실을 전달했다고 밝히며 자신들은 신일건업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일건업의 한 관계자는 “어떤 방법을 써서든 최대한의 수단을 동원해 유한에 대응할 것이다. 그것이 민사소송이 됐건 형사소송이 됐건 상관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 역시 “모든 계약서류가 완벽하고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맞소송을 할 태세다.

유한양행의 한 관계자는 “모든 사항은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 유한양행은 앞으로 모든 것을 법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수 십 년간 쌓아온 두 기업 간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진 지금 이들의 운명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그런데 두 기업이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논점이 몇 가지 제시되고 있다.

‘유한양행’ 신일 측에 개발제한 알렸나

첫 번째 논점은 ‘유한양행이 신일건업에게 개발제한 사실을 알렸나’ 하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신일건업과의 토지매매 계약을 며칠 앞둔 2004년 2월 17일 군포시로부터 유한메디카 공장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일 예정이라는 공문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공문내용을 유한양행이 신일건업에게 공지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일건업은 ‘통보 받은 적 없다’, 유한양행은 ‘알렸다’라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당시 유한메디카 공장부지 계약 건을 추진했던 신일 측 임원 3명은 현재 퇴사한 상태다. 유한양행은 퇴사한 3명의 임원 중 장 이사에게 유한메디카 공장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일 예정이라는 군포시의 공문내용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일건업측이 장 이사가 회사를 떠난 사람이라는 이유로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며 “매매계약 체결과정에서 속인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신일건업 관계자는 “군포 공장부지가 개발할 수 없는 땅이라는 사실을 알고 매입할 건설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이 문제로 인해 안 좋은 감정을 갖고 회사를 떠난 사람이 우리 측에 유리한 증언을 해주겠는갚라고 전했다.

이어 신일건업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이서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35년 간 쌓아온 두 기업의 우정은 어디로?

두 번째 논점은 깊은 신뢰관계를 유지하던 두 기업이 이번 김포부지 건으로 인해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것이다. 신일건업은 35년간 믿고 신뢰하던 유한양행이 자신들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신일건업의 관계자는 “지금껏 유한과 쌓아온 신뢰의 기간이 35년이다.

지금까지 신일은 유한양행 공사의 70% 이상을 수주했고 이를 바탕으로 쌓아온 신뢰로 유한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라왔다”라며 “유한메디카 공장부지 매매 계약도 유한이 ‘준공업 용지로 개발이 가능하다’라는 말만 굳게 믿고 있었고 건설컨설팅업체까지 소개해주며 나서는 유한의 행동에 의심은 일체 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자신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입장임을 전했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신일건업이 생각하는 ‘신뢰관계’는 애초에 없었다고 전했다. 유한양행의 관계자는 “언론에 우리 유한과 신일이 깊은 관계를 맺고 지내온 것처럼 표현되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신일이 주장하는 70%이상의 공사를 발주했다는 것은 허위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가 2004년 3월에 지구단위계획상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한 사실을 고시했음에도 신일은 같은 해 6월 공장부지에 대한 개발 입안서를 군포시에 제출하겠다고 알리기까지 하며 건설컨설팅회사 물색에 한창이었다”며 “이는 자체적으로 군포공장부지의 개발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자신들이 앞장서 추진한 것이지 우리 유한만 믿고 추진했다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신일이 말하는 우리(유한)가 건설컨설팅회사를 소개시켜줬다는 것은 우리와 상관없이 신일이 7개 업체를 사업설명회를 거쳐 공개경쟁을 통해 직접 선정한 것이다”라며 자신들은 전혀 개입한 사항이 없음을 주장했다.

이에 신일건업은 “유한이 추진했던 업체 중의 하나였던 D업체는 입찰에 참여한 7개 업체 중 가장 자격이 미달이었지만 유한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선정했다”며 “유한이 소개시켜 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갚라고 반문했다.

유한양행은 “신일의 요청으로 4개 업체를 추천했을 뿐 D업체를 밀어준 적은 없다”라며 “그럴꺼면 애초에 무엇 때문에 4개 업체를 추천하겠는가. D업체 하나를 추천하지”라며 신일건업의 사실을 부인했다.

이들의 이러한 상황은 서로 간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아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짐작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의 35년 신뢰 관계에 타격을 주었고 이는 두 기업 모두에게 득이 될 건 없다는 것이다.

왜 지금 와서 이의를 제기하나

마지막 논점은 이미 한참 전에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왜 신일건업이 이제 와서야 문제를 제기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신일건업이 군포 공장 부지를 계약한 이후 9일이 지난 2004년 3월 29일, 이 지역은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고시됐다. 그럼 왜 신일건업은 그때 이를 문제 삼지 않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1~4차까지 낸 지금 거론하는 것일까.

신일건업이 유한양행으로부터 토지매매 계약을 맺고 1년 2개월이 지난 2005년 5월, 유한과 신일이 작성한 합의서에 의하면 신일은 2005년 4월까지 지급하기로 한 3차 중도금을 9월까지로 유예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신일건업의 관계자는 “1년간 지구단위개발계획에 민간업체로 참여하려고 노력해봤지만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어 수립하지 못했다”며 “이런 힘든 상황을 이유로 2005년 4월에 유한에게 계약의 무효화를 주장했지만 유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중도금 유예로 협상이 마무리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한양행의 주장은 달랐다. 유한양행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납입기일 유예를 요청한 것은 신일건업이라는 것. 특히 당시 중도금 납일 기한을 유예해 준 것에 대해 감사 메시지도 받았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의 관계자는 “군포 공장부지가 당시 비록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었지만 신일이 향후 이 지역에 대한 개발 가능성을 타진해 놓은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일건업이 유한으로부터 사들인 공장부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지만 현재도 지구단위계획으로는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공장부지 2만여 평이 아닌 소유주가 각기 다른 그 일대 10만여 평을 일괄하는 지구단위개발은 민간업체인 신일건업으로서는 추진하기에 힘이 부치다는 것.

이러한 이유로 신일건업의 관계자는 “현재 유한메디카 공장부지의 공시지가는 1천억 원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1백억에도 살 사람이 없는 땅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한양행은 “땅 사놓고 땅값 떨어지자 손해 보상하라는 격”이라며 “계약금과 중도금도 4차까지 낸 마당에 이를 거론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