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몰래카메라에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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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몰래카메라에 ‘벌벌’
  • 한종해 기자
  • 승인 2006.07.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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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에 감시카메라가 있는 기분”
지난 5월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검색어는 ‘박계동’이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카페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는 ‘술자리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전국이 떠들썩했다.

박 의원 사태가 인터넷을 한바탕 휩쓸고 간 후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연예인 등 소위 ‘공인’들 사이에서 ‘박계동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바로 ‘도촬(도둑촬영)공포증’이다, 언제, 어디서인지도 모르게 자신의 은밀한 모습이 누군가에게 찍힐 수 있다는 공포는 최근 들어 신종 사회 병리 현상으로까지 떠올랐다.

‘도촬 공포증’에서 나온 ‘폰카 공포증’이 학교에서 까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책을 집어던지고 뺨을 때리는 교사의 동영상이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또 여고생 40여 명을 죽도로 때린 교사의 동영상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은폐돼 있던 체벌의 실상을 고발하는 데 휴대전화에 달린 ‘폰카’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일선 학교의 교사들이 요즘 ‘폰카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 모 고등학교의 교사 A씨는 최근 등교시간에 자꾸 지각을 하는 학생이 계속 말을 듣지 않자 회초리를 들었다. 학생을 체벌하던 중, 학생들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회초리를 내렸다고 한다. A씨는 “학교 안에 감시카메라가 있는 기분”이라고 하소연 했다. 서울 Y고 교사 B씨는 중간고사 직 후 성적이 떨어진 학생에게 꾸중을 했다가 학부모에게 고발당할 뻔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학생이 핸드폰으로 교사의 말을 녹음했던 것이다.

체벌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몰카’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체벌의 현장에서 찍은 ‘폰카’사진들이 실시간으로 개인 미니홈피, 학교 홈페이지, 교육청 심지어 청와대까지 올라오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고교 교사 C씨는 “매를 들지 않는 교사들에게도 폰카는 공포의 대상”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러다 보니 수업 중 특이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교사의 순간 포착 사진 들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교직원들끼리 서로 제보까지 해주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부 학교는 등교 직후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못쓰게 하는 학교도 있다.

과도한 체벌을 하는 교사들은 분명 교단에서 사라져야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내용을 무조건 인터넷에 띄워 놓고 보는 풍토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2004년 ‘왕따 동영상’이다.

인터넷에 유포된 왕따 동영상은 왕따를 당하는 학생을 같은 반 친구들이 집요하게 괴롭히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것처럼 비쳐졌지만 사실은 학생들이 재미로 찍은 자작극이었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고,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견디지 못해 이 학교 교장이 자책감으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도촬이나 몰카에 대한 각성론이 있었지만 같은 해 6월 ‘개똥녀’동영상은 다시 인터넷을 달궜다. 20대 여성으로 보이는 ‘개똥녀’는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죄로 얼굴이 공개됐고, ‘몹쓸 사람’이란 낙인이 찍혔다. 성폭행범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는데도 한바탕 진통을 겪어야 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손쉬운 ‘인민재판’이었다. 이 사건은 외국 언론에 ‘인터넷의 폐해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조선일보 모 기자가 만취한 상태로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동영상이나 지난 2월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찍은 ‘지하철 결혼식’ 연극 동영상은 이런 학교에서의 ‘폰카 공포증’과 연속선상에 있는 셈이다.

물론 공교육의 현장인 학교에서의 억울한 체벌이나 인신모독성 욕설 등은 없어져야 할 폐단이다. 그렇지만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촬영을 하는 행위는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 측면에서 명백한 범죄 행위다. 하지만 몰래 촬영한 화면일수록 충격적인 내용을 담기 마련이어서, 도촬 동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도촬 행위 자체 보다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여론의 질타를 받곤 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은 도촬 행위의 위법성에 대해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수사대가 적발한 몰래카메라폰 이용범죄는 36건. 2004년 10건에 비해 3.6배나 늘었다. 한 인터넷포털업체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카메라 폰으로 몰카를 찍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10명 중 3.9명(39%)이 지하철에서 찍었다고 답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유포하는 것 역시 명백한 범죄인데도, 타인의 인격권을 훼손한다는 문제의식에 너무 둔감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종해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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