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보수적·폐쇄적 조직문화 탈피 역량 집중
대내외 소통 강화…선진 기업 이미지 제고 노력
[매일일보 이한듬·최수진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저성장 고착화는 기업 문화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기존의 낡은 조직문화에서는 현재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역량을 끄집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최근 수직적·보수적·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과감히 탈피하기 위한 혁신 작업에 나서고 있다.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 관행을 과감히 떨쳐내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일하는 문화를 혁신하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을 선언했다.조직문화 혁신을 새로 시작해 스타트업 기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의 문화를 지향하면서 지속적으로 혁신하기 위함이다.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의 ‘3대 컬처혁신 전략’을 추진한다.아울러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의 4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6월 발표할 예정이다.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의 근간이 되는 ‘연공서열’을 과감히 타파해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선진 기업문화를 새로운 성장의 내부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현대차그룹은 전통적으로 남성성이 강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여성인재 채용을 늘리고 있다.지난해 현대차는 여성인력 확대를 목표로 여성 인력 비중을 전년 2746명에서 3132명으로 13% 늘렸다. 기아차도 신입사원 143명의 18.1%를 여성으로 뽑는 등 관행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최근에는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성과 위주로 인사제도 개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일찌감치 연공서열에서 벗어나 수평적 조직문화를 안착시켰다.대표적인 것이 ‘직급 파괴’인데, 지난 2006년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연공서열 중심의 직급을 팀장과 매니저로 줄여 생산성과 인력 운영의 효율화를 이뤘다.서열에 따라 선임이 후임에게 업무를 떠넘기는 관행을 벗어나 개개인에게 업무의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SK뿐만 아니라 포스코 등도 사원, 대리 등의 직급을 세분화 하는 것 대신 ‘매니저’로 단순화 해 효율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LG그룹은 비효율적 인력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야근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전사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LG전자,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 각 계열사별로 야근없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임직원 개인의 여가를 보장해 재충전 등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도모하고 있다.각 기업들은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각 기업의 총수들은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직접 사업현황을 둘러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챙기는데 집중하고 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불필요한 시무식 대신 계열사들의 사업장을 돌며 현장 임직원들과 사업을 논의했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도 연초부터 글로벌 현장을 돌며 직접 새로운 사업 챙기기에 나서고 있으며,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 이후 가장 활발하게 현장경영을 펼치며 소통을 극대화하고 있다.폐쇄성이 짙은 B2B 기업의 특성을 과감히 떨쳐내고 외부와 적극소통하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효성그룹이다.효성그룹은 기업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의 사업을 쉽게 설명하는 한편, 유통기업 등과 연계해 각종 사회공헌 참여형 이벤트를 펼치는 식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추진하는 수평적·진보적·개방적 조직문화 도입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러며 “관행적이고 낡은 조직문화를 고집하는 것은 기업의 발전에 저해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만큼 과감한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