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출산 그리고 유기. 반인륜 부모들의 비극적 서사
[매일일보 이재필 기자] 모들에 의한 신생아 유기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학생 신분에 아이를 출산해 방치하고 도망가는 사례뿐만 아니라 성인 신분임에도 자신의 부정을 숨기기 위해 아이를 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9일 대구남부경찰서는 공중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유기한 혐의로 주부 윤 모씨(36)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 씨는 지난 8일 오전 9시 10분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성당시장 공중화장실에서 여아를 분만한 뒤 갖고 있던 담요로 싸서 화장실에 버리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남편과의 사이에 11개월 된 딸을 두고 있는 윤 씨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관계를 맺어 임신을 하게 됐고 남편에게는 ‘헛배가 부르다’며 임신 사실을 속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씨는 “생활고 때문에 바깥일을 하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알게 돼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며 “아기의 친부에게 ‘아이를 가졌다’고 사정했지만 아기의 아버지는 연락을 끊어 버렸다”고 밝혔다.
한편 윤 씨가 버리고 달아난 여아는 다행스럽게도 한 시장 상인에 의해 태어난 지 10여분 만에 발견,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생아실의 담당 간호사는 “2.8kg으로 태어난 아이는 현재 황달이 조금 있을 뿐 건강한 상태”라며 “앞으로 좀 더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건강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낳은 뒤 살해하는 끔찍한 행동을 저지른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달 14일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 모씨(24). 이 씨는 지난 4월 중순쯤 양천구 신정동의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여자 아이를 낳은 뒤 물에 익사시키고 시신을 근처 야산 풀숲에 50일 가량 방치해 뒀다가 지난 6일 근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다 재차 버렸다.
경찰 조사결과 이 씨는 지난해 3월쯤 영등포구의 한 호프집에서 알게 된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임신하게 되자 이를 가족에게 숨기기 위해 이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당시 경찰에서 “임신 사실을 알게 돼 헤어진 남자친구를 다시 찾아 갔지만 그가 자신의 아이임을 부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진술했었다.
같은 달 7일에는 한 아파트 재활용 수거함에서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재활용 봉지에 담겨 져 있던 이 아기는 탯줄조차 떼지 않은 남자 신생아로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빛도 제대로 못보고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졌다. 당시 아기와 함께 피 묻은 치마와 여성 속옷도 함께 발견돼 출산 직후 버려진 것으로 추정,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의하면 올 들어 부모에게 버림받아 사망한 신생아는 10명이 넘는다. 축복받지 못한 아이라는 이유로 부모가 자식을 유기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말도 안 돼는 사건들이 어림잡아 2달에 3건씩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이와 같은 반인륜적인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미혼모 여성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움의 손길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홀트아동복지회 최안여 상담과장은 “미혼 혹은 불륜인 상황에서 아이를 출산했을 때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신생아를 유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이들이 임신을 하여 출산할 경우 두려움에 빠져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못한다”며 “남들의 이목과 가족들의 질시를 생각하니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며 숨기려고만 애를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사회기관이나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라며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니 이를 숨기기 위해 공포심에 질려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유기하거나 해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녀는 “요즘 인터넷이 많이 발달했다. 검색창에 미혼모만 쳐도 많은 도움기관들이 나온다”라며 “자신이 키울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고 현 상황이 어렵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라면서 “고민하는 미혼모들을 도와줄 수 있는 재원들이 많이 있다”고 무엇보다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치부를 감추기 위해 자신의 자식을 유기하는 비정한 부모들. 사회의 시선이 무섭고 가족들의 질타가 두려워 자신도 모르게 어린 생명을 무책임하게 내다버리고 있다.
축복받으며 태어나야할 신생아들이 부모의 반대 속에 차디찬 시멘트 바닥을 병원 시트 삼아, 쓰레기봉투를 담요삼아 몇 분 채 사회를 맛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아기를 위해서라도 사회에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며 한 번 더 생각하는 부모들의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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