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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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한국?
  • 매일일보
  • 승인 2006.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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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한 안전보장, 쌀 50만t과 자재 지원해야” 망발
장관급회담 조기결렬... 잘못된 대북정책 현주소 확인

[매일일보 정치부 종합]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와 관련, 부산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은 “선군(先軍)정치 때문에 남한이 덕을 본다.”는 북측대표단의 망발만 전해 듣고 아무런 성과 없이 조기결렬 되고 말았다.

북측의 망발을 정리해보면 ‘김정일이 남측의 안전도 보장해주고, 남조선 인민들에게 은덕을 베풀어 주고 있으니 응분 대가를 치러야 되지 않겠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잘못된 대북정책이 어디까지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한을 사정권 안에 넣는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한마디 사과는커녕, 미사일 도발이 오히려 한국의 안전을 보장했으니 북측에 감사하라는 내용인데, ‘한국이 김정일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항간의 낭설이 북측관리의 입을 통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 제19차 남북장관급정상회담 기자회견
지난 5일 북한의 단. 중.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첫 남북 간 공식회담인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내외의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끝나 사실상 결렬됐다. 이번 회담은 시작 전부터 개최 여부 자체가 논란이 될 정도로 내외의 정세가 좋지 않은 조건에서 출발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남측 정부는 공식적으로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했으며, 장관급회담 당사자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따지고 북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미리 공언했다. 뿐만 아니라 회담에서 미사일 문제와 6자회담 복귀에 진전이 없으면 북에 대한 추가적인 쌀과 비료지원 등 인도적 지원마저 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남북, "할 말 하는 장"으로서 회담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은 서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아 회담은 예정대로 11일에 열렸다. 남과 북 모두 예정된 회담을 거부하여 회담 무산의 책임을 지는 것보다 회담을 열어 따질 것은 따지고 할 말을 하는 회담장을 선택한 셈이다.물론 회담 당일 북측 대표단을 태운 고려항공 전세기가 평양공항을 이륙할 때까지도 남측은 과연 북측이 회담에 참석할지 확신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남북 대표단은 시종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고, 주최 측인 남측은 환영만찬을 총리가 아닌 회담 수석대표인 장관이 주최하고 초빙 인사도 대폭 축소하는 등 간소한 회담운영을 이어갔다. 통상 회담기간 중 진행하던 참관 행사도 이 같은 맥락에서 생략됐으며, 예전과 달리 공식 회의나 연회 외에는 북측 대표단의 얼굴을 회담장 주변에서 보기도 힘든 상황이 계속됐다.이 같은 냉각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회담 첫날인 11일 환담과 환영만찬 등에서는 구체적으로 미사일 문제 등이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이틀째인 12일 첫 전체회의에서의 수석대표(단장) 기조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남북 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남북 기조발언, 뚜렷한 시각차

남측은 예고한 대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과 추가발사 만류의 입장을 전달하고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광주 6.15민족대축전시 안경호 6.15북측위원장의 한나라당 관련 발언에 대해서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북측 역시 예상대로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문제들'인 정치. 군사적 장벽들을 거론했다. 북측 단장은 참관지 제한 해제와 내년부터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 국가보안법 폐지, 인도주의적 협조 진전 등을 거론했으며, 선군정치에 대해서도 "선군이 남측의 안전도 도모해 주고 남측의 광범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남측은 회담 대변인을 통해 이례적으로 북측의 선군정치 관련 발언에 대한 남측 수석대표의 반박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며 단호한 태도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한때 회담이 정회된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기도 했다.북측도 당일 곧바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측 단장의 기조발언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같은 남북 간 뚜렷한 시각차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극명해진 북미간의 대결 상황에 대한 남북 간의 해석 차이로 보인다.북측은 북미간 대결 상황 속에서 미국의 대북공세에 맞서 자위적 조치로서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북한의 선군정치가 결국 한반도의 평화를 지킨다는 인식하에 남북 간에는 장관급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한 단계 높게 이루기 위한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문제들'에서 진전을 이루려는 입장에서 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남측은 북미간의 대결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군사적 대응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따름이며, 유일한 해결책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방법이라는 인식하에 장관급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으로 북측을 설득하고 남측과 유관국의 입장을 북측 지도부에 전달하려 했다.

성과 못 낸 수석대표(단장) 접촉

12일 오전의 전체회의에 이어 오후 첫 남북 수석대표(단장) 접촉이 이어졌으나 "기조발언에서 내놓았던 쌍방의 입장과 주장, 요구 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의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커 통상 수석대표(단장) 접촉 이후 진행되어야할 실무대표 접촉이 진행되지 않은 채 회담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했으며, 회담 3일째인 13일 오전 다시 수석대표(단장) 접촉이 진행됐다. 13일 오전 10시 40분부터 남측의 이종석 수석대표와 북측의 권호웅 단장 등이 참석한 2차 수석대표(단장) 접촉이 이뤄졌으나 결국 회담 조기 종결이 결정됐고, 남북 대표단은 일정을 앞당겨 이날 오후 종결회의를 갖고 북측 대표단은 북으로 귀환하게 됐다.북측의 제안으로 진행된 2차 수석대표(단장) 접촉에서 북측은 "추가적인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남측도 이에 동의해 종결회의가 앞당겨지게 됐다.  결국 두 차례의 수석대표(단장) 접촉에서 남북은 기조발언에서 나타난 뚜렷한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으며, 추후의 협의를 통해서도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결렬 후유증 클 듯

▲ 열린우리당 김근태당의장과 이종석통일부장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내외의 정세가 복잡한 가운데 어렵사리 마련된 대화의 장이 결국 결실을 내지 못하고 조기에 마무리됨으로써 남북 관계의 앞날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남측은 "결과적으로 북측에 우리가 전달하고자 했던 얘기는 기조발언, 수석대표 접촉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여러 차원에서 명확하게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측의 메시지도 전달했다며 이번 회담이 실패로 귀결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당장 이후 남북 간 장관급회담을 포함한 공식대화의 창구가 막힐 수 있으며, 참관 지 제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민간단체인 6.15민족공동위원회가 주최하는 평양 8.15민족공동행사 역시 개최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측에서 8월 14일경부터 진행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아리랑'에 남측 관람 단이 참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뿐만 아니라 6자회담을 둘러싼 국제정치 역학 구도 속에서 남북 간 민족공조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당장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 문제 등에 대해서 남측의 '균형감 있는' 선택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측의 경우 보수 세력의 대 북한, 대 정부 공세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을 발사한 북측이 쌀과 원자재를 요구하기만 했다는 식의 공세와 우리 정부가 협상의 상대가 될 수 없는 북한을 대상으로 협상에 나섰다가 실패했다는 식의 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측도 남측과의 공존과 협조보다는 북미 간 대결을 기본 축으로 유지하며 당분간 남북관계를 제쳐두자는 분위기가 더 우세해질 것으로 예상해볼 수도 있다.어렵사리 마련된 남북 간 대화의 장이 결국 '엄혹한 정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조기 유산됨으로써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전반의 정세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새로운 차원의 노력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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