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폭리에 비리까지 ‘못 믿을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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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폭리에 비리까지 ‘못 믿을 공공기관’
  • 한종해 기자
  • 승인 2006.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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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비 제조원가 5배 책정 판매, 경찰, 금품수수 16명 내사

[매일일보 한종해기자]“수능시험을 주로 EBS 교재에서 내겠다는데 과연 안사고 버틸 학생과 학부모 있겠습니까?”, “하지만 교재의 종류와 수가 너무 많다보니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부담이 큽니다.” 서울의 모 대형 서점, EBS 수능 교재 코너에서 만난 학부모의 말이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각종 EBS교재가 계속 출간되고 있다. 언어영역 한 과목만 해도 기존에 나온 교재에다 수능을 앞두고 출간된 문제집까지 10권이 넘는다. 수험생들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서점에서 교재를 고르던 양혜란(19. 수험생)학생은 “수능에 반영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사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서점에 한번 오면 1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교재비 때문에 너무나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경기 모 고등학교 황인수(38. 교사)씨는 “EBS에서 나온다고 하니까 이걸 다 봐야 한다는 건데 이건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전했다. 사교육비를 줄이자며 시작된 EBS 수능 방송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오히려 큰 짐이 되고 있다.

2006학년도 수능에서 EBS교재의 수능 반영 비율은 80%를 조금 웃도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2006년 수능 출제위원장인 임종대 서울대 교수(독어독문과)는 “수험생들이 EBS 수능방송과의 연계를 체감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밝힌바 있고 EBS측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EBS 심효무 E-러닝제작팀장은 “수능 출제 위원들이 EBS 교재를 직접 참조하는 만큼 수험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와 관련해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는 11월 16일 치러지며, 지난해처럼 쉽게 출제되고 교육방송(EBS) 수능 강의 내용이 많이 나올 전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같은 내용의 ‘2007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계획’을 7일자로 공고한다고 6일 밝혔다.

정강정 원장은 이와 관련해 “올해 수능시험 문제도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쉽게 출제하고, 전체적으로 지난해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토록 하겠다.”며 “학교 수업을 충실히 받고 EBS 강의를 들은 수험생이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선 비싸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EBS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지나친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EBS(교육방송)가 대입 수험생의 필수 참고서가 되다시피 한 수능 교재 값을 지나치게 높게 매겨 지나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6~7월 EBS를 감사한 결과 수능 교재 가격을 제조원가의 5배 수준으로 책정해 직영 출판 방식으로 시중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 서점에 진열돼 있는 ebs 교재
EBS 수능 교재의 값은 시중에서 팔리는 비슷한 교재의 80% 수준에 불과하지만, EBS가 공공기관이고 수능 교재인 만큼 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EBS가 직영 출판하는 수능 교재 가격을 제조원가의 5배 수준으로 책정해 시중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가격 책정 시 적용되는 자체 회계규정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BS는 정부의 수능 방송과 수능시험 연계 방침이 나온 2004년 한해 수능 교재 출판비로 189억 원을 쓴 반면 2배가 넘는 382억 원을 이익으로 챙겼다.

이창황 사회복지감사국장은 “수능 교재 판매이익은 경영개선이나 경쟁력 강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의한 독점적 지위로 가능했던 반사이익”이라면서 “이익을 낮추거나 공익을 위해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EBS는 수능 교재 판매로 거둬들인 이익을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투자하겠다고 국회와 방송위원회 등에서 공언했음에도 대부분을 직원들의 ‘주머니 불리기’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인프라에 지출한 비용은 13억 7000만원에 그친 반면, 직원 성과급에 43억 원을 지급하고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를 보상금 명목으로 52억 원을 지급할 계획을 세워두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EBS가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정년까지의 손실을 실질적으로 전액 보상키로 노사 간 합의하거나, 다른 정부 투자기관 등에 비해 과도하게 보수를 인상하는 등 예산을 방만하게 운용하거나 운영하려 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2000~2004년 정부 투자기관의 연평균 인건비 인상률이 5.1%인데도 EBS는 연평균 16.6%나 인상했다. 2004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700만원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인터넷 수능 강의 활성화 ▲과다한 인건비 인상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EBS의 정부 투자기관 예산편성 지침 준용을 위한 관련법 개정 등을 개선 방안으로 내놓았다.

▲ 서점에 진열되 있는 ebs 교재
이에 대해 EBS는 ‘교재정가 관련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내고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반박했다. EBS는 “2004년 1학기 교재는 사교육비 경감대책 발표 이전에 이미 발간돼 판매됐으며, 발표 이후 발행된 2학기부터는 교재 값을 1학기 대비 8% 인하했다.”고 밝혔다.

제조원가보다 훨씬 비싸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EBS는 “감사원은 제조원가로 종이 값과 인쇄비 정도만 계산했는데 인건비, 관리비, 물류비 등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며 “감사원의 논리라면 다른 시중 교재의 이익은 제조원가의 10배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EBS는 한국교육개발원이 2월 실시한 수능 교재 가격 관련 수험생 설문조사 결과까지 제시했다. 교재 가격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67%라는 것이다. 실제 EBS 수능 교재 가격은 영역별로 다소 차이가 나지만 다른 수능 책값의 70~80% 수준이다.

한편 논술고사 제2외국어 직업탐구를 제외한 EBS 발행 수능 교재는 TV 방송용 77종류, 인터넷 교재 42종류 등 총 119종이다.

감사원은 또 수능교재 판매를 담당할 총판을 선정, 관리하는 과정에서 EBS 직원 2명이 총판으로부터 각각 1,060만원,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EBS 직원 5명과 총판 직원 등 외부 관련자 16명을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입건된 사람은 없으나 이 중 일부는 지금까지 내사 결과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지적과 경찰청의 내사에도 EBS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EBS가 또 다시 여름방학용 대입 수능 교재비를 인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EBS는 최근 여름 방학용으로 발간한 수능 특강 교재비를 최고 22%까지 올리는 등 총 24종 중 10종을 인상했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높게 일자 EBS가 “2000년과 2006년도 교재비는 동일한 수준”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EBS는 “일부 교재는 문항수가 부족하다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발행면수를 전년보다 30면 이상 증가(134면▶168면)해 발행했기 때문에 정가가 상승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여름교재는 5월 19일 정가가 확정돼 인쇄과정을 거쳤다”며 “감사원의 발표 이전 이미 인쇄가 시작돼 가격 인하를 검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EBS가 수능 교재를 제조원가의 5배 수준으로 책정, 직영 출판방식으로 시중에 판매해 400억 원의 수익을 남긴 데 이어 또 다시 수능 교재비를 인상한 것은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지난 2004년 “EBS 수능 교재를 공부한 사람이 수능을 잘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EBS 수능교재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제2의 교과서’ 지위를 갖게 됐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 정책이 EBS의 ‘폭리 취하기’로 이어져온 것이다.

논란이 일자 EBS는 “감사원 발표 이후 2006년 후반기에 발간되는 교재가격을 15% 인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내년 교재부터는 교육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가칭 ‘EBS교재가격 검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가격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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