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지도자들 '국군통수권자 부재 상황'에 격노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있냐", "통일부장관에게 국가안보 맡겨놓고 대통령이 초연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위헌", "진보와 보수에게 각각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국론분열을 초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 지도자들의 격정적인 비판이 이어졌다.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이세중 전 변협회장, 이명현 전 교육부장관,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이석연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및 원로들이 참여한 집담회에서 각계 인사들은 김대중-노무현 집권 10년간 진행되어온 대북정책이 '총체적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대북관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선진화국민회의-기독교사회책임 등 시민단체들이 20일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은 "김구 선생이 북한에게 속았듯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모두 김정일에게 속았다"며 "지금은 정부가 북한에게 할 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미사일 발사 후 노무현 정권이 보여준 모습은 국가안보의 한정치산 상황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통일부장관이 NSC 의장을 맡는 것은 대통령에게 영토, 독립 및 헌법 수호책임을 부여한 헌법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위헌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누적되어 총체적 실패를 불렀다"고 지적하면서 "남북관계의 정치화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접근 및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은 "국군통수권자가 대북문제에 있어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임으로써 우리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었다"고 평가하는 가운데 "대북문제에 있어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정치권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초당적 국가안보자문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명현 전 교육부장관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남북문제를 특정 정치집단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결정하도록 놓아 두어서는 안된다"고 전제, "대북정책에 대한 기본방향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제도화하여야 하며, 그 집행도 관련부처간 합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은 필요하지만 대북 '선제공격'을 배격하는 가운데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 "지난 10년간의 남북관계를 냉정한 관점에서 재점검하여 대북관계에 있어서의 전반적인 잘못을 바로잡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에서 집담회 토론내용 전문을 소개한다.사회-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이 대북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를 놓고 우리는 지금 여러가지로 어려운 난제에 부닥쳐 있습니다.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지지할 것인가? 선제공격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인가? 인도적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과제들은 쉽게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이슈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와같은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는 말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우리 사회 여론의 중심에 서있는 시민사회 지도자 및 원로들을 모시고 앞서 언급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고, 이들 이슈들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중론을 모으기 위한 것입니다. 상호간에 폭 넓게 의견 개진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현재 남북관계는 예측 불가능 상태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 남북정상회담 및 6.15 공동선언문으로 인해 남북간 긴장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로인해 화해와 교류협력이 큰 물꼬를 텄음에도 불구, 북한과 미국간 북핵 해결방법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6자회담이 장기 표류하였고, 결국, 북한 미사일 발사 및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채택이라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무력제재를 배제한 가운데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우리 정부 역시 이에 대한 환영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10번 이상 방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국민여론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와같은 국민여론의 악화는 우리 정부와 NGO들의 지속적인 대북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에 부응하려는 북한측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을 뿐아니라 미사일 발사로 인한 한반도 긴장으로 인해 도리어 일본이 재무장하는 빌미를 준 데에 따른 당연한 결과입니다. 결과적으로, 해방후 김구 선생이 북한에게 속았던 전철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고스란히 밟았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햇볕정책을 추진한지 10년째가 되는 현 시점에서의 대북관계에 대한 냉정한 평가입니다. 결국, 이번 미사일 사태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줄 것은 주되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할 말을 확실히 해야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한미 우호관계 회복을 통해 북한의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대북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노무현 정권에 들어와서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만 갖고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와같은 대북관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 노무현 정부만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역대 정권들 모두가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왔으며, 그로인한 국민들의 불신이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결과가 현재의 부정적 여론 속에 압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다만, 노무현 정권이 과거 정권과 비교해서 전략 및 철학이 두드러지게 빈약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어떻게 남북문제의 정치화를 막을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통일부장관에 유력 정치인을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또한 통일부장관이 NSC의장을 겸임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다른 나라에 비해 대북관계를 특별대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등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기본적으로 남북관계는 이중성, 양면성, 대극성의 세가지 특수성을 갖고 있습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세습 독재체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비판을 하면서도 북한 동포들에 대해서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중성) 또한, 북한은 대한민국에 대한 안보 위협요인인 동시에 포용해야 할 같은 민족이기도 합니다.(양면성)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와 지구상에서 민주화 발전이 가장 빠른 국가가 휴전선을 놓고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것 역시 아이러니라 할 수 있습니다. (대극성) 그러나, 이와같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대해 모든 정치집단 및 국민들이 인식을 공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심지어는 특정 권력집단의 사유화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이와같은 악순환을 과감하게 끊기 위해 이제라도 남북관계의 정치화를 배제할 수 있는 제도적 접근이 검토되어야하며, 이에 대한 국민 전체의 사회적 대합의가 필요합니다. 이세중 전 변협회장)적지않은 국민들이 북한의 '자위권' 주장에 수긍하는 것을 보고 얼마전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과연 자위권의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생깁니다. 자위권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주변국가로부터의 침략 위협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과 오랜 혈맹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위협할 가능성은 없으며, 미국의 안보우산 속에 들어가있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략미사일을 배치해왔으며, 그 방향은 모두 남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같은 사실을 정부와 언론이 부각시키지 않았으며, 국민들 역시 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합니다. 그야말로 정부, 언론, 국민 모두가 완벽한 '안보 불감증'에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의 긴장요인을 조성해온 것은 항상 북한이었습니다. 주변 어느 국가도 북한에게 침략 위협을 준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자위권 발동' 운운하는 것은 사태의 진실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미사일을 배치해왔고, 그 방향이 모두 남쪽을 향해있다면 이는 명백한 침략 의도인 동시에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입니다. 그러한 집단들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이는 전쟁에 준하는 급박한 사태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 두다리 뻗고 잠 잘 수 없어야 정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규모 납북자 및 탈북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을 지킬 뿐 아니라 자신들의 내부 문제라며 공론화 자체를 거부하는 북한 정권이 무슨 낯으로 인도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습니까? 이는 사실상의 강탈행위입니다. 자신들 스스로는 인도주의를 거리낌없이 어기면서 남한에 대해서는 인도주의 원칙을 계속 고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경우에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할 말을 분명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혼란에 빠져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대응이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북한 미사일이 그 누구도 겨냥하지 않았다", "일본은 왜 새벽부터 호들갑이냐"며 다소 미온적이거나 도리어 북한측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가도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는 "북한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도발행위"라며 한미간 인식의 차이가 없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 정부의 입장입니까? 이 쪽에서는 이 말 하고, 저 쪽에서는 저 말 하는 것이야말로 김빼기 작전의 전형입니다.국가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가장 단호하고 정확해야 할 국군통수권자가 일관되고도 분명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미사일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이 아닌 정치적 이해득실의 수준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진보주의에도 영합하고 보수주의에도 영합하는 발언이 동시에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빠른 시간내에 노대통령의 포괄적이고도 일관성있는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는 '대포동 2호' 등 중장거리 마시일에 신경이 더 쓰이겠지만 우리에게는 '노동 1호' 등 수백기에 달하는 단거리 미사일이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참모들은 '대포동 2호'가 발사되고 나서야 비로소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했다고 합니다. 통일부장관이 대북정책을 진두지휘하고, 그 자리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 임명되다보니 이와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통일부 자체를 다른 곳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인권과 인도주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즉, 바라보는 관점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인권과 인도주의를 분리하여 대북관계에 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습니다. 인권을 외면하는 인도주의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성립 가능합니까? 또한, 인도주의 원칙을 빗겨갈 수 있는 인권 문제가 존재할 수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북한측의 억지에 따라 인권문제는 외면된 채 인도주의적 지원만 부각되어 왔습니다.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가 인도주의적 지원과 인권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해야 합니다.한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우리 언론들이 북한측이 사용하는 '先軍정치'라는 용어를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의미를 안다면 소름이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선군정치'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이며, 1998년 헌법개정을 통해 '선군정치'가 북한 헌법에 정식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즉, 軍이 당과 인민에 우선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군부쿠데타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공산주의 이론에도 반하는 것이며,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헌정체제입니다. '선군정치'라는 말 속에는 북한정권이 군사정부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민족공조 파트너가 군부쿠데타에 의해 수립된 군사정부라는 것을 알고 있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북한의 '선군정치'는 인도주의 및 인권의 차원에서 볼 때 우리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체제입니다. 이제라도 그것을 바르게 인식해야 합니다.이명현 선진화국민회의 상임위원장)북한이 말하는 '선군정치'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며, 일반 국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체제입니다. 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스스로를 '군국주의 국가'로 내세우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바로 북한입니다. 현재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군국주의 국가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특히, 약자인 한국에게는 '선군정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강자인 미국에 대해서는 평화적인 대화로 풀자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기만입니다. 이미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러한 기만적 주장에 대해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만 여기에 휩쓸려가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었냐 하는 문제입니다. 결과적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는 일본에게 평화헌법 개정 및 재무장의 빌미만 주었고, 결국 이로인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작동되는 상황이라면 결코 내릴 수 없는 결정에 해당됩니다.남북관계는 크게 두가지 측면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외교적인 문제이고, 둘째는 국가정체성 문제입니다. 따라서 일반 외교를 다루듯이 해도 안되며, 남북관계의 특수성만 지나치게 강조해서도 안됩니다. 이와같은 남북관계의 본질적 특성으로 인해 대북관계 만큼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국민적 합의 도출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남북문제를 특정 권력집단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결정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은 헌법과 국가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해서 뽑는 것이며, 국민은 대통령에게 국가정체성을 좌지우지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대북정책에 대한 기본방향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며, 그 집행 역시 통일부장관 독단이 아닌 관련부처간 포괄적인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종훈 전 중앙대 총장)이번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에 중국과 러시아도 함께 참여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북한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는데에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및 6.15 공동선언문 채택으로 통일문제를 낙관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는데 이번 미사일 발사로 인해 그 흐름이 막힐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10년간 주변국들의 비판을 무릅쓰며 민족공조에 매달려왔는데 이번 북측 대응으로 인해 한가지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즉, 북한이 우리를 민족공조의 파트너가 아닌 전략전술의 대상으로 여겨왔다는 점입니다. '불바다' 발언과 '선군정치' 발언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와같은 발언 어디에서도 민족공조 파트너에 대한 존중과 예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지난 10년간 우리들만 혼자서 착각하고 환상을 품으며 살아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현재까지 노무현 대통령은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미국과는 어떻게 할 것인지, 중국 및 러시아와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청와대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오락가락 발언만 일삼고 있고, 앞으로의 방향에 있어서도 국제공조로 갈 것인지 민족공조로 갈 것인지에 대해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관계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이와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남북관계 역시 국제공조와 민족공조를 놓고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빚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선진화국민회의를 비롯한 중도적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대북관계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합니다. 정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동시에 어떻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것이냐에 대한 구체적 해법 제시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결집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석연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현행 헌법을 놓고 볼 때에 통일부장관의 NSC 의장 겸직은 명백한 위헌입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헌법, 영토, 독립, 국가정체성을 수호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입장 표명도 미루고 있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보고만 받고 있습니다. 최근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에 마치 대통령은 국가안보에 초연해있고, 통일부장관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격입니다. 노정권은 국가안보의 '한정치산' 상황에 돌입해있습니다. 이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임무를 명백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며, 통일부장관이 NSC의장을 겸임하는 것이야말로 이를 제도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NSC 의장은 당연히 헌법상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맡아야 합니다.북한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에 해당됩니다. 그런 집단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안보위협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안보위협이라는 것입니까? "북한에 대한 지나친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통령이 발언했는데 무엇이 지나친 대응입니까? 오히려 우리 정부는 아무 대응도 안했습니다. 북한이 제기한 안보위협에 비하면 도리어 국제사회와 한국이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대통령의 '안보 불감증'을 치유하기 위해 이제 국민이 행동에 나서야합니다. 이각범 한미관계비전21 회장)북한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특수주의'와 국제사회의 '보편주의'가 충돌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지난 10년간 북한의 '특수주의'를 일방적으로 편들면서 전세계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로부터 멀어져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민족, 평화, 인권, 한미공조 등 단어 역시 모두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같은 양면성 속에서 민주평화세력의 허구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전략전술적인 면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한반도 적화통일 정책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즉, 북한은 변한 것이 없는데 남한 스스로가 착각과 혼란에 빠져서 모순적 대응을 한 것이 어려움을 자초한 형국이 되었습니다. 이로인해 무조건 당근만을 제시해온 10년간의 햇볕정책도 총체적 파탄에 직면해있습니다. 이제라도 세계적 보편가치인 '자유민주주의'의 테두리 속에서 민족의 가치를 찾는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과연 김정일 정권을 돕는 것이 진정으로 민족을 위하는 길인지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구본태 서울여대 객원교수)지난 10년간 남북관계는 외형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얼마전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때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금강산 관광구역내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한 것도 매우 큰 진전입니다. 지난 1999년 NGO의 대북지원 창구를 다원화한 이후 현재까지 NGO들의 총 지원규모는 3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우리 정부와 NGO들이 지출한 규모도 13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 결여, 국제적 지지 상실, 북한의 변화 거부라는 세가지 요인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최대의 위기국면에 돌입해있습니다. 결국, 10년에 걸친 엄청난 외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햇볕정책'은 총체적 실패에 직면해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북한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열린 통일'을 표방했던 통일부는 과연 국민 속으로 얼마나 들어갔습니까? 이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입니까? 국민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과연 얼마만큼 노력을 했습니까? 결국,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시도조차 안하다보니 대북정책에 있어서 추진력과 일관성을 갖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 정국은 '국민적 합의' 없는 대북정책이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결국 '국민적 합의' 없이 무리하게 대북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추진력과 일관성을 갖지 못했으며, 이로인해 도리어 북한으로 하여금 기존 '대남혁명전술'에 대한 확신을 갖게끔 만들어준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자기확신이 "선군정치가 南 지켜줘" 발언으로 표면화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번 발언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닌 자신들의 진정한 확신을 표현했다고 보아야 합니다.따라서, 앞으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입각하여 대북압박을 전개해나가되, '선제공격'에 대한 명확한 반대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우리 국민들의 단합된 목소리를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다만, 남북경협에 있어서 금강산 관광은 잠정적으로 중단해도 무방하지만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공동의 이익 모델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지속하여 반드시 성공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만 실질적인 남북경협의 진전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나성린 안민포럼 회장)고은 시인이 "북한과의 통일은 100년쯤의 기간을 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들었습니다. 민족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고은이 통일지상주의에서 벗어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며,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 지나치게 빠른 통일은 한민족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북한을 개혁과 개방의 길로 인도하여 충분한 기간을 두고 준비시켜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남북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작업 역시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미동맹 관계를 회복시켜 주변국들의 우려와 불안을 불식시켜줘야 합니다. 노무현 정권에 들어와서 '동북아 균형자'와 '자주국방'을 부르짖고 있는데 이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그야말로 '공상과학' 수준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세계에서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이외에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및 6.15 공동선언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방예산은 매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긴장이 완화되었다면 당연히 국방예산은 줄어들어야하는데 도리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의 남북 교류 및 협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북한 미사일 발사로 최악의 안보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볼 때 남북협력은 국지전을 예방하는 수준의 긴장완화 효과 밖에는 없었다고 냉적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경제협력의 방법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에도 정치적, 안보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의 타당성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합니다. 정부가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부실기업을 이용하는 측면도 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시장경제 논리에 부합되지도 않을 뿐더러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특히, 남북경협으로 인해 어떻게 북한 주민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것이냐에 대해 냉정하고도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지난 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에 평양을 방문했는데 북한 TV에서 1시간 동안 인공위성 '광명성' 발사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물론, 국제사회를 향해 이토록 뻔뻔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집단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선제공격'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지만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북한을 압박하는데에 있어서 한국도 국제공조에 적극 가담해야 합니다. 또한, 인도주의적 지원, 경제협력, 인권문제 등에 대해 포괄적인 견지에서 입장을 정리해야 합니다. 인권은 본래 진보주의자들의 몫인데 우리는 도리어 보수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인도주의는 본래 보수주의자들의 몫인데 우리는 도리어 진보진영에서 대북관계의 근거 논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NSC를 대체할 수 있는 초당적 국가안보자문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통일부가 대북관계를 진두지휘하는 상태에서는 남북관계의 정치적 이용을 막을 수 없습니다. 가능하면 여야 정치권, 시민단체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오늘 논의에 참석하신 분들 대다수가 '대북정책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계신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을 충실히 준수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는데에도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북 '선제공격'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가운데 북한을 '6자회담'이라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이같은 입장이 대북문제 논의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고 봅니다. 남북경협 문제 역시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경우 대북 압박을 위해 일시적으로 유보할 필요성도 제기되었으며, 개성공단 역시 현재 상태에서 功過를 냉정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식량 및 비료 지원 등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역시 차분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규모 아사 상태를 막으려는 우리의 의도가 충실히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엄격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퍼주기' 논란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지금의 타이밍을 대북관계에 있어서의 전반적인 잘못을 바로잡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 많이 개진해주신 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정리 / 이진우 기자[중도와 균형을 표방하는 신문-업코리아(upkorea.net)]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