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정부가 입법예고한 테러방지법 시행령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될 양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일 테러방지법 시행령과 관련, “(위헌이 소지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권은 이날 시행령에 독소조항이 있다며 페기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9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시행령에 대한 의견표명의 건’에 대해서 논의했었다.
인권위 상임위는 “장·차관급에 불과한 대책본부장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승인을 받지 않고 군을 움직이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에 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내기로 결정했다.
테러방지법 시행령 제18조가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가 군사시설 이외 지역에 출동해 대테러 진압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시행령은 국내외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항공·해양 등 테러 성격에 따라 외교부·국토교통부·국민안전처 장관 등이 테러사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대책본부장을 맡아 이를 지휘·통제하도록 정했다.
이성호 위원장과 김영혜·이경숙·정상환 위원 등 참석한 상임위원 4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경숙 상임위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고 국회에 보고하는 등 적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식의 문구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의 규모와 역할 등 모법이 시행령에 위임한 내용을 다시 대통령령으로 넘긴 부분 등도 문제라면서 '권한 남용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야권에서는 테러방지법 시행령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해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 전횡과 인권침해, 헌법 위반의 테러방지법 시행령(안)의 독소조항은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달 15일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법률의 범위를 넘어서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한 반면, 국정원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물론 인권침해방지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또한 테러를 명분으로 민간시설에 군부대 투입을 허용하는 등 독소조항마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테러방지법 제6조제2항은 ‘대테러센터의 조직·정원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번 시행령은 이 같은 사항을 전혀 명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8조에는 단지 ‘전담조직’이라는 문언 하나만을 정해 두고 있을 뿐인데, 이를 근거로 시행령에서 무려 10개의 세부적인 전문조직을 구성하고 그 직무범위를 창설한 것은 결국 국정원이 자신의 기구에 수권규정을 두고 입법을 하는 것으로 헌법상의 포괄위임금지원칙과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서영교·신경민·안민석·오제세·유승희·이언주·이학영, 진선미·홍익표 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권은희·주승용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14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