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를 노린다’ 주택가 주변으로 파고드는 성인도박장
<매일일보 이재필기자> 사행성 성인도박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지금. 일반주택가를 중심으로 사행성 성인 오락실이 늘어나고 있어 주부들의 탈선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특히 가정에 깊숙이 침투한 도박열풍으로 인해 경제력과 신뢰를 동시에 상실해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파는 주부들까지 생겨나 사회적으로 충격을 전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행성도박에 빠져 가정을 뒷전으로 미뤄버린 주부들. 그들에게 있어 도박은 마약과 같이 가정과 일상생활을 버릴 정도로 중독성 있는 쾌락과 고통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었다.
“아유 요즘 말도 마세요. 정신 나간 아줌마들 많아요”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홍경자(가명. 43)주부는 도박에 빠진 주부들이 많음을 설명했다.
홍 씨는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에는 일반주택단지 근처에 성인오락실이 많이 늘어났거든요. 집을 나서면 눈앞에 바로 띌 정도로요”라며 “주부들이 집안일 하다 시간이 남아 여가거리 삼아 찾기 시작했었는데... 이게 무서운 거더라고요. 도박이란 게”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 “우리 아파트에서도 지금 도박에 빠져 돈 날리고 이혼당하고, 여간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니에요”라고 밝혔다.
그럼 홍 씨가 밝힌 대로 도박에 빠진 주부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기자의 취재결과 불법사행성 성인게임장에 노출된 주부들의 일탈은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었다.
홍 씨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김기숙 씨(가명. 35). 김 씨는 호기심에 성인오락실을 찾은 것은 인생 최고의 실수라고 전했다.
그는 “정말 내가 왜 그랬는지 정말 미친것 같았어요. 그때는 제정신이 거의 아니었죠”라며 “제가 저지른 실수도 실수지만 왜 그런 것들(불법성인도박장)이 유흥가가 아닌 집 근처에 생기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한숨 쉬었다.
그는 “처음엔 그냥 집안일이 한가해 심심할 때 잠깐 들르는 정도였어요. 친한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고스톱 친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근데 이게 무서운 거더라고요”라며 “한 번 두 번 찾다 보면 중독이 되는 거예요. 이건 게임장이 아닌 도박장이에요. 돈 내고 돈 먹는 도박 말이에요”라면서 “처음엔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조금씩 즐기던 것이 어느새 천만 원, 이천 만원 늘어나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이어 “헤어 나오질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무슨 덫에 걸린 것 같아요. 잃은 돈을 채우고 가야지 가야지하면서 더 투자하면 더 잃기만 하고,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에 계속 찾게 되고”라며 “이렇게 날린 돈이 3개월 동안 3천만 원이에요. 남편은 ‘정신 나간 XXX’라고 욕하고 아이들은 ‘엄마 우리 급식비 낼 돈 없어? 우리 거지야?’라고 말하고,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었어요”라고 도박에 빠져 집안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음을 설명하며 흐느꼈다.
이처럼 도박에 의한 주부들의 일탈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김 씨가 마지막으로 전한 말은 더욱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부 주부들이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성매매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진짜 도박이란 게 무서운 거예요. 저는 그래도 지금 정신 차렸잖아요. 그런데 제가 아는 아줌마 중 몇 명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도박에 미쳐있어요”라며 “심지어 도박 자금마련을 위해 성매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말 미쳤죠”라고 전했다.
사행성 성인게임장에 빠진 주부들. 그들은 도박 자금을 위해 성매매도 마다하지 않는 등 가정을 망가뜨리는 그들의 탈선 수위는 한계에 다다라있었다.
부천에 사는 이지숙(가명. 41)씨 역시 집 앞에 생긴 성인PC방에 선뜻 발을 들여놓았다가 순식간에 가정이 망가졌다. 돈을 날린 것은 물론이고 남편이 이혼마저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정말 이런 상황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드라마에서나 보아오던 상황이라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정말 저는 집 앞에 생긴 PC방이라기에 주변 아줌마들과 ‘집안일 끝마치고 놀이나 좀 할까’ 하는 생각으로 그곳을 찾았어요. 처음엔 그냥 ‘에이 별거 없구만’이라고 생각했어요”라며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그곳에 적금 통장을 깨서 돈을 갖다 붇고 있더라고요.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머릿속에는 포커 생각만 나고... 미치겠더라고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제가 적금 통장을 깬 걸 남편이 알고는 다그치더라고요. ‘다시는 그런 곳 다니지 마라. 지금까지 일은 용서해주겠다’하고요. 그런데 남편에게 혼나고도 중독된 것 마냥 하루라도 PC방을 가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은 거예요”라며 “결국 오락실에 2천만 원가량을 더 날렸어요. 그때는 남편도 참지 못하고 이혼을 요구하더군요. ‘도박에 빠진 사람이랑은 살수 없다’고 하면서요”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처럼 일반 가정 깊숙이 침투한 불법 성인도박장으로 인해 가정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등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망이 강화되었음에도 사행성오락실은 반대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의 업소들이 경찰의 단속을 대비해 ‘바지 사장’을 내세워 장사를 하고 있어 경찰에 단속된다 하더라도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업소들도 많이 늘어나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그 수는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성인PC방의 경우에는 PC전체를 압수한다 해도 프로그램이 남아 있어 다시 장사를 시작하는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체인점들로 연결이 되어 있어 본사의 서버자체를 끊지 않고 개개인의 업소만을 단속하는 한 불법영업을 막을 수 없다.
사회전반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사행성 성인도박장. 이제는 유흥가 주변이 아닌 일반 주택가 깊숙이 침투해 많은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놀이에 가정으로부터 버림받은 주부들. 어찌 보면 그들은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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