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한종해기자>한 해 평균 청소년 범죄 건수는 약 10만 건. 특히 방학을 맞이한 요즘 유흥비를 마련하고자 어린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거나 절도, 사기행각을 벌이는 등 10대들의 도를 넘어선 일탈행위가 더욱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어린 10대 여성의 경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유흥주점이나 노래방, 티켓 다방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경우 미성년자 고용에 따르는 처벌은 벌금형이 아닌 실형으로 더욱 강력해졌지만 계속되는 단속에도 유흥업소의 미성년자 고용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부모님의 엄격한 단속을 피해 핸드폰도 집전화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인터넷 쪽지나 채팅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대 비행 청소년들의 범행 수위가 성인 범죄를 뺨칠 정도로 막나가고 있다. 유흥비나 가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가벼운 절도 수준이 아니라 여럿이 치밀한 계획을 짜고 강도상해, 특수강도 등 간 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얼마 전 가출한 후 강도와 갈취 폭력을 일삼던 ‘무서운 10대’들이 잇달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7일 상습적으로 돈을 훔치고 사람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특수강도)로 김모(18)군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군 등은 6일 오후 9시 45분께 부산 동구 초량동 모 가정집에 침입 돼지저금통을 훔쳐 나온 뒤 이를 지폐로 교환하기 위해 인근 슈퍼에 들렀다가 고등학생 이모(18)군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미리 소지한 흉기로 이군의 배와 허벅지 등을 찌르고 계산대에서 현금 40여만원을 훔쳐 달아나는 등 전후 5차례에 걸쳐 200여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 등은 지난달 초 고향인 전남 여수에서 함께 가출해 광주 등지에서 절도행각을 일삼다 지난달 30일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부산역 인근 여관에서 지내며 이 일대 가정집을 중심으로 현금과 귀금속 등을 훔쳐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 슈퍼 내 CCTV에 찍힌 김군 등의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주변 기동순찰을 벌이다 자정께 부산역 인근 분식점에서 이들을 발견, 검거했다.
인터넷 채팅 통한 '10대 꽃뱀' 극성
그런가 하면, ‘성매매’를 구실로 돈만 갈취하고 도망가는 일명 ‘10대 꽃뱀’도 난리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은 최근 삐딱한 10대들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한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JK8990'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20대 남성은 “15만원을 선불로 치르고 만났는데 여관을 들어가기도 전에 도망갔다”고 털어놨다.
또 “여성이 여관에서 ’먼저 샤워하라‘며 등을 떠밀거나 인터넷에 ’2대 1원함‘과 같이 적극적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 십중팔구 청소년 혼성강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성의 지갑을 털더라도 신고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지갑을 털리고도 신고하기를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6일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고 경찰에 신고할 것처럼 협박해 산습적으로 돈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로 (18)양을 불구속 입건하고 김양과 짜고 폭력을 휘두른 박모(19)군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날아난 이모(18)양을 같은 혐의로 뒤쫓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김양 등은 지난해 8월 30일 오후 8시께 채팅을 통해 성과계를 맺기로 한 김모(28)씨를 부산 부산진구 A모텔 앞으로 불러낸 뒤, 김씨에게 원조교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120만원을 빼앗는 등 같은 수법으로 5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빼앗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과 경남에서 각각 가출한 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된 김양과 박군 등은 빼앗은 돈을 유흥비와 숙박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달에는 친구가 PC방에서 폭행당한 것을 보복하기 위해 상대방을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10대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지난 30일 살인 등의 혐의로 유모(18)군과 조모(18)양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모두 가출청소년으로 단칸방을 엊어 함께 어울려 지내던 이들은 지난 4월 조양이 부산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김모(18)군 일행에게 폭행당하자 다음날 김군을 자취방으로 납치, 감금해두고 6명이 번갈아 가며 폭행해 4일 만에 김군을 숨지게 했다.
이들은 “1주일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며 김군을 밧줄로 묶어놓고 PVC 파리트와 주먹, 발 등으로 온몸을 마구 때렸다.
정신을 잃으면 깨워서 다시 때렸고 3일 만에 김군은 좌측 대퇴부가 골절되고 의식불명에 빠졌다. 김군의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으나 이들의 집단 구타는 계속됐다.
김군이 결국 구타를 못이겨 4일 만에 숨지자 이들은 시신 유기계획을 세웠다.
신신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등 조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유기방법을 연구하던 이들은 김군의 시신을 이불로 싼 뒤 바로 자신들이 사는 자취방 담벽 틈에 버렸다.
이들은 시신을 옮기다 이웃 사람에게 들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게다가 시신을 버리고도 두달여 동안 자취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했다.
돈을ㄷ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린 소녀들조차 ‘성매매’는 기본이고 ‘빈집털이’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위험한 요즘 아이들. 그러나 이들의 위험한 일탈은 대부분 부모님과의 불화나 가정 내 문제에서 비롯된 가출에서부터 시작된다.
건축현장이나, 폐차에서의 집단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고 혼숙도 마다하지 않는다. 돈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아무 죄책감 없이 불법 아르바이트나 절도, 사기 심지어는 살인에 사채유기까지 저지르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 종합 지원 센터 정미혜 소장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가출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으로 보아야 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더 많이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