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국내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동아제약그룹이 또 다시 후계구도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강신호 회장의 차남 강문석 수석무역(동아제약 계열사) 대표가 최근 동아제약 주식 15만주를 매집하면서 지난 2004년 불거졌던 '부자의 난'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동아제약은 강회장을 중심으로 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15.34%. 이 가운데 강 회장 개인지분은 5.2%에 불과하다.
반면 이번 지분 매집으로 강 대표의 지분율은 3.73%로 늘어났고, 수석무역 지분율 역시 1.67%가 돼 둘을 합치면 강 회장 지분율을 넘어서게 된다.
강 회장과 강 대표는 2년 전에도 부자간 지분 경쟁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당시 강회장은 3.8%였던 자신의 지분율을 5%까지 끌어올렸고, 당시 동아제약 사장으로 후계가 확실시됐던 아들 강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후계구도를 둘러싼 부자간 갈등에 강 회장의 '이혼'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 때문.
지난 5월 강 회장의 부인이자 강 대표의 어머니인 박정재 여사가 강 회장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회장을 맡고 있는 강 회장의 위치와 더불어 이혼문제가 동아제약의 후계구도와 직결된다는 점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아제약 후계구도... '황혼이혼이 최대 변수?'
이에 대해 동아제약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회장님 개인적인 일이라 아는 바가 없다" "사생활까지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며 이혼을 단순히 강 회장 일신에 관한 문제에 국한시키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만약 이혼이 성립되면 강 회장이 박 여사에게 줘야 할 위자료만 수백억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부부간 재산분할 소송에서 부인에게 여성에게 돌아가는 몫이 40%에 달하기 때문.
결국 이혼여부에 따라 그룹 주력사인 동아제약은 물론, 동아오츠카, 용마로지스 등 10개 계열사들의 소유권이 좌우되는 셈이다.바로 여기서 강 회장의 이혼 문제가 동아제약의 후계구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이다.
현재 강 회장과 박 여사 슬하에는 5남 4녀가 있다. 이 가운데 장남 의석(53)씨와 차남 강문석(45) 수석무역 대표만이 박 여사의 아들이고 나머지는 이복이다.
의석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회사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으니 일찌감치 후계문제와는 동떨어져 있다.
강 대표의 이복동생들인 우석(43)씨는 주식회사 선연의 사장을 맡고 있고, 4남인 정석(42)씨는 동아제약 전무로 경영일선에 나와 있다. 이 가운데 동아제약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사람은 강 대표와 강 전무.
따라서 후계구도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박 여사를 중심으로 차남 강 대표와 강 회장을 중심으로 한 4남 강 전무(3남 우석씨 포함)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동아제약 사장을 맡고 있던 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가 확실해 보였지만 그 해 말 강 대표가 갑작스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이듬해 등기이사직마저 박탈당하면서 후계구도는 안개 속이 돼 버렸다.
후계구도, 이복형제 강문석vs 강정석 2라운드 돌입
당시 강 대표의 퇴진과 관련해 동아제약 측에서는 박카스 매출 부진에 따른 문책 등을 내세웠지만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강 대표가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를 통해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선 것이 강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관측이 많았다.
더욱이 강 대표가 강 회장과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고 인사이동에 나선 것이 화근이 돼 오해가 쌓여 갈등으로 확대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그런 와중에 부자간의 지분 매입이 눈에 띄게 가속화되며 강 회장과 강 대표의 갈등은 더욱 깊어갔다.
강 대표는 사장에 취임한 2003년 1월 이후 장내매수를 통해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 2004년 7월에 지분율을 2.83%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강 회장 또한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2004년 7월 3.85%였던 지분율을 단숨에 4.54%까지 끌어올렸고 계속해서 그해 10월까지 5.03%로 높이면서 경쟁이 가열됐다.
한편 강 대표가 회사를 떠나자 강 회장의 4남 강 전무가 동아제약의 실세 파트라고 할 수 있는 영업본부장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급부상했다.
게다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상근 이사로 선임되면서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이 때문에 동아제약 안팎에서는 강 전무를 중심으로 차기 경영권 구도가 짜여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파다했던 것.
박 여사 위자료 그룹 소유권 좌우, 강 대표에 힘 실어주나
이런 상황에서 지난 해 8월 강 대표가 수석무역의 대표이사로 경영에 전격 복귀하면서 동아제약의 후계구도는 또 다시 혼전양상을 띄게 됐다.
일각에 따르면 강 회장은 동아제약만큼이나 수석무역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강 대표가 맡게 되면서 결국 강 대표와 강 전무의 한판승부가 또 한번 벌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동아제약 지분율은 강 대표가 3.73%를 보유, 강 전무는 아직 0.47%에 불과하다. 강 대표는 수석무역 법인 명의 지분 1.67%를 합하면 강 회장 지분 5.2%까지도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우호지분만으로 따진다면 아직 강 전무 측이 조금 뒤지는 상황이다. 강 전무는 아버지 강 회장 지분과 삼남 우석씨 지분을 포함 12.86%, 강 대표 측은 형 의석씨 지분을 합쳐 7.27%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변수는 다시 강 회장의 이혼 문제로 돌아온다.
수석무역 측에 따르면 강 대표는 이혼 소송을 무척 안타까워하며 어머니 박 여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여사가 위자료로 얼마를 받는냐에 따라 동아제약 그룹 전반의 소유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게다가 오늘날 동아제약을 업계 1위로 만든 1등공신인 '박카스' 라는 이름도 사실은 박 여사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박 여사가 강 회장에게 작명 아이디어를 줬는데, 남성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는 제약 업계의 특성상 이것이 자연스레 강 회장의 작품이 됐다는 것.
법원이 재산분할 소송에서 여성에게 돌아가는 부분을 40%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는 점과 박카스 상품명을 지은 장본인이 박 여사라는 이 두 가지 점 때문에 동아제약그룹에 대한 박 여사의 몫이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박 여사가 회사의 지분을 위자료로 받게 되면 자연히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바로 이런 상황들로 인해 강 회장의 '황혼 이혼'을 둘러싼 동아제약 후계구도에 제약업계 뿐만이 아닌 재계 전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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