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실탄 장전... 현대, 쌍용건설 인수 물밑작업할까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레미콘, 시멘트 등 건설자재 전문기업인 유진기업이 최근 서울증권 지분을 연달아 취득하면서 총 10%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유진은 이달 초 서울증권 주식 141만주(0.5%)를 장내 취득한데 이어 지난 18일 서울증권 최대주주인 강찬수 회장의 보유주식 1282(4.87%)만주를 금융감독위원회의 '지배주주변경 승인'을 전제로 사들였다.
금감위의 승인이 나게 되면 유진기업은 서울증권의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되는 것.
한편 21일에는 다시 해외펀드와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1000만주(3.8%)를 추가 취득하면서 유진기업의 서울증권 보유 주식은 총 2594만주(9.85%)로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금감위의 지배주주 변경 승인 이후 강 회장의 미행사 스톡옵션 물량 중 539만주(2.05%)를 추가로 인수하기로 계약한 상태여서 이를 인수할 경우 유진기업의 전체 보유 주식은 3133만주(11.9%)로 확대된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최대 주주가 된 후에도 기존 경영진과 인력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며 "서울증권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나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진은 그룹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금융업 진출을 추진해왔다" 며 "기존 건설사업과 함께 향후 그룹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서울증권 인수 자금원 마련... 실탄 어디에 쏘나?
한편 업계에서는 유진그룹이 서울증권 최대주주로 급부상함에 따라 그 배경과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반기 최고의 매물로 꼽혔던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서울증권 경영권 확보를 통해 처음으로 기지개를 펴는 것이기 때문.
더욱이 지난 4월 대우건설 인수전을 앞두고 드림씨티방송 등 알짜 자회사들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바 있던 유진으로서는 서울증권 인수를 통해 확실한 캐시카우(현금창출)이 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통해 유진이 현대, 쌍용건설, 대한통운 등 하반기 대형 M&A 전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유경선 그룹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업 진출을 토대로 건설사 및 건설소재, 물류기업의 인수, 합병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8조원의 자금 동원 능력이 있다고 밝힌 유 회장은 현대, 동아, 쌍용건설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고 일축했다.
현대그룹 입질 심한 현대건설 인수 검토 안 해?
실제로 그룹 홍보실의 관계자 또한 "대우건설 인수 실패 이후 실망이 컸지만, 그렇다고 현대, 쌍용건설 등에 대한 인수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고 단정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지나치게 높은 인수가 경쟁으로 인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면서 "현대, 쌍용 인수전도 대우 못지않게 거품가가 심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인수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고 말했다.
이어 "레미콘 전문 회사라는 특성상 건설사 인수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면서 "게다가 현대건설 같은 경우는 현대그룹의 입질이 워낙 심하다고 알고 있어 섣불리 나서지 않는 것이다" 설명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유진 측은 대외적인 홍보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며 "서울증권 지분 매입을 두고 예상치 않게 대대적인 기사가 나오면서 회사 측이 오히려 당황스럽다" 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러나 그룹의 모기업인 유진기업은 자산이 8천억원대에 이르고, 연매출이 6천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레미콘 전문 회사이고, 그룹 총자산 역시 1조원, 매출 9천억원에 이를만큼 탄탄하다.
일각에 따르면 지난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도 1조5천억원을 마련, 자금동원능력 또한 상당하다.
때문에 업계는 건설전문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유진이 대외적으로는 현대건설 등에 관심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건설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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