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독자신당’, ‘우리-민주 합당’, ‘한나라 대권주자 탈당‘?
<매일일보 변희재 칼럼니스트> 여의도 정가는 지자체 이후, 물밑에서 정계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고건 전 총리는 희망연대라는 사실 상의 대권조직을 띄우고 있으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에서는 늘 합당론이 오가고 있다. 또한 전당대회 이후 한나라당 역시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으면서, 언제라도 탈락한 대권 주자가 탈당하는 사태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여야 정치인 대부분 2007년도 대선이 현재의 구도로 그대로 치러질 것이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50%대 육박하고 여당 지지율이 한자리 수에 머물러 있다 해도, 내년 대권을 함부로 예단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상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 하나하나를 분석해보면,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이론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실제로 정계개편이 진행되기에는 선거법, 정당법 등의 개정으로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첫째,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고건의 독자신당 정계개편론이다. 8월에 발족하기로 한 ‘희망연대’라는 조직이 장차 하나의 정당이 되어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게 과연 말처럼 쉬울까? DJ와 YS 시절에는 1인 보스가 모든 조직과 자금을 장악했다. 더구나 선거법과 정당법의 적용도 허술하여, 이들은 얼마든지 정치적 비자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1주일 만에 새로운 정당을 뚝딱 창당하곤 했다. 87년의 평화민주당과 통일민주당 창당, 90년의 민자당, 95년의 새정치국민회의, 2000년의 새천년 민주당 등이 바로 이들이 만든 정당이다. 그 대가로 이들의 측근은 거의 대부분 정치자금법 등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고연 고건 전 총리는 DJ나 YS 수준의 조직과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가? 아니면 고건의 대권을 위해서 감옥까지 갈 각오를 하고 돕는 가신은 있는가? 이것이 없으면 신당창당 자체가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신당을 창당했다 한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이에 흡수될 것이란 전망도 쉽지 않다. 어찌되었든 이들은 현역 국회의원과 수십만 명의 당원을 지니고 있는 정당이다. 단지 대권을 잡아주겠다는 플랜 하나만 믿고 이들 당원들이 자신들의 정당을 해체하고 고건 신당에 모여들 수는 없는 일이다. 최선의 경우라 하더라도, 이들은 우선 독자후보를 내고, 막판에 단일화를 추진하려 할 것이다. 과연 고건 신당은 그때까지 제 모습을 갖추며 유지될 수 있을까? 만약 고건의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추락하는 순간 신당의 힘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결정적으로 여당과 원내 제 3정당 모두를 해체시킬 수 ! 있을 만큼 고건 총리가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지가 불확실하다. 두 번째로 이야기되는 것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이다. 한나라당 등 보수 세력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통합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찌되었든 한 뿌리이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뭉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 말처럼 쉽지 않다. 통합과 합당이란 말이 좋아 보이지만, 통합과 합당을 한다는 것은 사실 상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해체하여 신당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2003년도 열린우리당이 창당될 때, 유시민 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혁당을 이끌고 있었다. 개혁당은 김원웅과 유시민 등 2명의 현역 의원만을 보유한 초미니 정당이었지만, 진성당원 4만 명과 강경 노무현 지지 세력으로 구성되어 꽤나 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DJ-YS식 1인 보스 정치판 시각은 구태 “정계개편 없다”
민주주의 원칙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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