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철홍 기자> 생명보험회사와 시민단체간의 첨예한 견해차로 17년 동안 줄다리기해 오던 상장문제가 이번엔 자문위원 선정과정의 의혹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소비자와 업계의 공통된 이익을 고려해야 할 자문위원 2명이 국내 22개 생보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11개 회사의 회계법인 소속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는 '자문위는 업계와 시민단체로부터 독립된 인사들로 구성하고 보험사와 계약자간의 이해관계에 있어 공정한 상장 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방침을 정면으로 배치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확인한 7명의 상장자문위원 중 대학교수 5명을 제외한 2명의 회계사는 상장자문위가 주장하듯 생보업계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인물인지 의심되는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에 따르면 한영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인 한 자문위원의 경우 소속 회계법인이 동부생명, 동양생명, ING생명의 외부감사로 되어있다.
또한 상장자문위원이 속한 안진회계법인의 경우 대한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 금호생명, LIG생명, 미래에셋생명, 녹십자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무려 8개 생보사의 외부감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하듯 동양생명은 이번 상장방안에 따라 가장 적극적으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금호생명의 경우 2008년 3월, 미래에셋생명은 늦어도 2009년 상장예정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상기 2개의 회계법인이 총 22개 국내 생보사 중 절반인 11개사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객관적으로 회계사 신분의 상장자문위원들의 경우 상장자문위원으로서의 결정이 자신이 소속해 있는 회계법인 고객의 금전적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참여연대는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에 이해충돌 감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로서 상장자문위원들의 명단과 약력, 그리고 이들을 선발하게 된 근거에 대해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 13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개최된 ‘생명보험사 상장 공청회’결과에 대해 가입자의 대변인을 자청하고 나선 시민단체들이 수용할 수 없다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본격적인 대립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이하 보소연),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반대성명에 이어 감독당국이 비공개로 하고 있는 상장자문위원 일부의 자격을 근거로 상장자문위 해체를 주장하는 등 본격적으로 비판여론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이것은 이날 공청회에서 상장 자문위(위원장 나동민 KDI 연구위원)가 ‘생보사는 주식회사고 계약자는 채권자’임을 명시하면서 “생보사들이 상장하더라도 계약자들에게 주식을 배분할 근거는 없다.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에 대한 재평가 차익에 따른 계약자배당은 현행법과 국제적 회계원칙에 비추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놓은 데서 비롯됐다.
‘상장 자문위’에 대응하는 ‘계약자 상장 자문위’ 구성
한 편 보소연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계약자와 합의 없이 무리한 정치적 논리에 따라 상장을 추진한다면 ‘상장 자문위’에 대응하는 ‘계약자 상장 자문위’를 구성하고 2000만 명 이상의 모든 가입자와 힘을 합쳐 정당한 보험계약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며 계약자 이익확보 관철 의지를 밝혔다.
1999년, 2003년 상장자문위에 참여하여 "계약자 기여를 인정하고 최소한 30% 이상 주식을 배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 나동민 위원장이 이번에는 생보사의 주장대로 "계약자 몫은 한푼도 없다"는 결론을 제시한 이유와 근거를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 보고서 공개 요구
또 참여연대 역시 2003년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2003년 보고서 원문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는 상장자문위원회가 이미 예정된 결론을 지지하는 자료만을 선별적으로 공개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지적했다.
이에 앞서 공청회의 토론자로 선정된 경실련 권영준 교수(경희대)와 참여연대 김상조 교수(한성대)는 이번 공청회가 올바른 생보사 상장 안 마련을 위한 진지한 논의의 장이 아니라 감독기구로서 금감원이 주문하는 결론을 추인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유로 참석을 거부한 바 있다.
생보사의 발생 이익이 누구의 몫인가를 판단하면 된다
보소연의 조연행 사무국장은 “해묵은 생보사 상장문제의 해법은 생보사의 발생 이익이 누구의 몫인가를 판단하면 된다”는 간단하고 명쾌한 논리를 전개했다.
조 국장은 첫 번째 ‘신의 성실의 원칙’을 주장했다. 즉 계약 전 “회사는 계약자 자산의 관리자로서 회사의 자산은 후에 계약자 몫이라는 주장을 해왔으니 그 약속을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법률상 계약자에게 이익의 90% 이상을 돌려주도록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보험사는 배당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100분의 10 이하는 주주지분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계약자 지분으로 한다(보험업법 제121조,시행령64조,시행규칙30-2조)’라고 정해져 있다. “따라서 회사는 회사의 이익이 주식가치에 반영되기 전에 이익 중 계약자 몫은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이 법을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 “보험료산출원칙에 따르면 된다“고 주장한다. 즉 ”수지상등의 원칙(= 보험사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수입과 지출이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그 동안 보험료를 더 받았거나 투자를 통해 이익이 발생했다면 당연히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조 국장은“이렇게 간단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익을 취해야 할 당사자인 계약자에게 돌려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장기간 지체하며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정부는 무리수를 둬가며 생보사 편을 들다 보니 우스운 형국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한 전문가도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 모든 사실이 투명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꼼수를 사용해 업계를 대변할 것이 아니라 2000만에 이르는 전체 가입자의 이익이 제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업계의 발전을 위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이것은 이해 관계자는 물론 보험가입자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한 정의를 무시한다면 엄청난 반대급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같은 맥락의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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