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권레이스에 제동이 걸렸다. 지방선거의 대승에 이어 전당대회에서 ‘친박’세력을 당내에 대거 포진시키는데 성공한 박 전 대표가 ‘수해골프’ 파문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7.26 재 보궐선거 결과가 말해주 듯 급격한 민심이반현상으로 50%에 육박하던 정당지지율이 하루아침에 30%대로 떨어졌고, 이런 빌미를 제공한 사건에 ‘친박’세력의 핵심인물들이 연루됐다는 건 박 전 대표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의 3일천하’라는 말도 나돌 지경이다.
즉, 지난 7월 11일 당내 2강 구도를 유지하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맞대결(전당대회)에서 압승, 독주채비에 나섰던 박 전 대표가 3일 만에 터져 나온 ‘수해골프’ 파문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 ‘친박’세력의 핵심인물인 강재섭 대표마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등 연루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도덕성시비’에 따른 분당사태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매일일보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수해골프’ 파문의 진상과 이로 인한 한나라당 내의 대권구도를 전망해 보았다.
‘親朴’세력 핵심 ‘수해골프’ 연루돼... 박근혜 ‘대권플랜’ 균열 ‘음모론’, ‘도덕성 시비’ 등 당 내분조짐... 분당사태 확산되나
전국이 집중호우로 이재민과 사망자가 속출하던 지난 7월 20일 오후, 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과 김용수-김철기 도당 부위원장, 홍영기 용인갑 당원협의회장, 이재영 평택을 당원협의회장 등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강원 정선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도내 사업가들과 2개 팀으로 나눠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정선은 도내에서도 수해가 가장 큰 지역.이들은 이어 인근 유명 식당에서 술자리까지 가진 뒤 강원랜드 골프텔내 스위트룸에 숙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을 제명 처리하는 선에서 사태를 무마하려했지만, 분개한 민심을 등에 업은 여야 정당들은 이때를 틈타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진상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징계를 내린 것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면서 “한나라당에서는 골프비용을 라운딩 참가자들이 20만원씩 걷어서 냈다고 하는데 정가에서는 동반했던 기업인이 냈다는 게 정설”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해지역 골프와 호남비하 발언이 알려지면서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당에는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애매모호한 조치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는데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민노당 박용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은 징계기준조차 없는 미온적 처벌로 국민을 우롱했다.”면서 “더욱이 반성의 기미는커녕 당내에서 '친박(親朴) 죽이기' 음모론이 나돌고 있는 것은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이에 대해 한나라당 황우여 사무총장은 “수해 때 골프를 친 사람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는데도 정치권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등의 설전이 오가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면서 “열린우리당의 경우 이해찬 전 총리가 올 봄 수해와 대형 산불 때 골프를 쳐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도 하지 않았지 않냐”며 오히려 반박했다.
홍문종 일행, 수해로 12명 숨진 14·15일에도 골프 당내 ‘음모론’... ‘朴-李’ 대권주자 대리전 양상 전개
여야 정치권의 비난을 맞받아쳐온 한나라당은 수해로 12명이 숨진 14·15일에도 이들이 ‘수해골프’를 즐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 정치권 공세에 대한 대응에는 소극적인 자세로 돌변했다.대신 이번 사태가 친 이명박측 인사가 친 박근혜측 인사인 홍 전 위원장을 옭아매기 위해 수해지역 골프를 주선하고 자신은 라운딩에서 빠졌다는 ‘음모론’으로 급변하면서 심각한 내분양상을 보이고 있다. ‘親朴-親李’ 세력들이 맞붙은 대표 경선 전당대회 이후 대권주자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골프 회동을 보도한 언론이 홍 전 위원장 일행의 티 오프 시간 등을 정확하게 알지 않고서는 사진까지 찍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내부 제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위원장 또는 그가 속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 반감을 가진 당내 인사가 언론에 시간, 장소를 흘려주었을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누가 제보자인가를 두고 추측이 난무한다. 정보기관의 개입설도 나오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당내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은 ‘당초 모임을 제안한 ‘친 이재오-친 이명박계’ 인사가 시간 장소를 제보한 뒤 자신은 라운딩에 빠졌다’는 내용이다.이 인사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된다. 홍 전 위원장은 당내서 친 박근혜 전 대표쪽 인사로 분류되고 7ㆍ11 전당대회에선 강재섭 대표를 도왔다. 결국 이번 파문은 친 이재오, 친 이명박 계의 복수전이란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7월 24일 열린 당 윤리위 직후엔 “친 이명박으로 분류되는 윤리위원이 홍 전 위원장에 대해서만 가혹한 징계를 주장했고, 친 박근혜측은 홍 전 위원장을 적극 감쌌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강재섭 경제특보인 기업인도 골프회동 참여했을 것” 의혹 제기 기업인, “강 대표와 몇 차례 골프 친 사이”... ‘수해골프’는 부인
게다가 이번 ‘수해골프’에는 강재섭 대표의 이름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강 대표는 이 자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대표경선 당시 경제특보를 맡은 경기지역 한 기업인이 홍 전 위원장 일행과 함께 ‘수해골프’를 즐겼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홍 전 위원장을 제명조치 하는 선에서 서둘러 마무리하고, 이 기업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연막을 쳐 불똥이 강 대표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이 기업인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제보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홍 전 위원장 일행이 ‘수해골프’를 쳤던 14·15일 이틀 전인 12일쯤 이 기업인이 자신도 이 자리에 함께 갈 것이라고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이 제보자는 또 “이 기업인이 평소 홍 전 위원장과는 절친한 관계로 자주 골프를 치러가는 사이”라고 전제한 뒤, “당시 전화통화 내용에서 밝혔듯이 이날 이 기업인도 함께 ‘수해골프’를 즐겼을 것”이라고 단정했다.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실에서는 ‘사실무근’이며, 이마저도 ‘음모론’의 일부로 일축했다.대표실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경제특보 가운데 그런 이름을 가진 기업인은 없다.”면서 “더욱이 강 대표와 골프를 나눌 사이라면 비서실에서 모를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그러나 대표실의 이 같은 변명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가 있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이 기업인은 대표실과의 취재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고, 심지어 동생(조직폭력배)을 운운하며,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이 기업인은 “대표 경선 당시 경제특보로 활동하면서 강 대표를 도왔으며, 대표가 되기 전에 몇 차례 골프를 친 적은 있다.”고 말했다.그는 “홍문종 전 위원장과도 골프를 친 적은 있으나, ‘수해골프’로 말썽을 빚던 14·15일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허위사실이 보도될 경우 동생(조폭)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선후보 선호도 1위... 박근혜 3위 李‘, 수해골프’ 속내는 ‘나이스 샷’ 쾌재 불러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수해골프’ 파문으로 인해 싹쓸이를 기대했던 7.26 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조순형 후보에게 일격을 맞고, 성북 을 지역을 내주고 말았다.또 50%를 육박하던 정당지지율도 30%대로 급락하면서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창출’도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앞서 몇 차례의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다 보니, 스스로 자만과 오만에 빠져 있다.”며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아직 1년이 남은 대선에서 어떤 변수로 인해 민심이 돌아설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너무 일찍 축배를 들었던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그러나 이번 사태를 내심 반기(?)는 이들도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이른바 ‘親李’세력에게는 지난 대표 경선에서의 패배를 앙갚음 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는 5.31 지방선거에 이어 7.11 대표 경선대회에서도 압승을 거둔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후보 선호도에서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사태로 인해 상황이 역전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수해골프’ 파문 이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전주 대비 3% 가량 상승해 27.2%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고, 박 전 대표는 전주에 비해 2.5% 빠지면서 23.3%를 기록해, 고건 전 총리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수해골프 파문의 진원지가 한나라당이었지만 수해골프 당사자들에게 비난을 보낸 이 전 시장은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고, 반면 ‘親朴’세력이 연루된 박 전 대표는 당지지율과 함께 동반 하락했다.민심이 이반하고, 정당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지만 이 전 시장에게는 ‘수해골프’ 파문이 ‘나이스 샷'이 되고 만 것이다. ‘수해골프’라는 악재를 밟은 박 전 대표와 이를 빌미로 당내 입지를 새롭게 굳히게 된 이 전 시장과의 대권 2차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