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KBS, MBC, SBS는 국제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 확보 경쟁에 각 방송사들의 과다출혈 경쟁으로 중계권료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는 폐해를 막기 위해 방송협회 차원에서 방송 3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코리안풀(KOREA POOL)’을 만들었다.
그러나 SBS가 이를 어기고 중계권을 따내자 MBC와 KBS는 서울방송(SBS)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코리아풀에서 이탈했음을 연일 보도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BC '억지 변명에 이은 국부 유출'
지난 9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SBS가 ‘시청자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 억지 변명에 불과할 뿐이라고 전했다.
MBC는 대기업과 스포츠 마케팅 업체가 중계권 협상에 뛰어들었다는 정보에 공중파로서는 시청자의 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서둘러 계약을 맺었다는 SBS의 주장에 대해 ‘시청자 보호를 위해 방송 3사가 맺은 코리아풀까지 깨가며 조급하게 계약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95%이상의 시청자 경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상 이를 충족시키는 공중파 3사의 공동대처야 말로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MBC는 SBS가 ‘IOC가 낮은 금액만을 고수하는 코리아풀과의 협상에 반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IOC는 이미 코리아풀에 협상에 참여해 달라는 입찰요청서를 보낸 상태로 우리가 나서서 코리아풀을 해체하는 악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고 반론을 펼쳤다.
KBS ‘최종 피해자는 국민’
MBC와 마찬가지로 KBS 역시 SBS를 강하게 힐난했다. 지난 5일 KBS는 뉴스를 통해 ‘SBS의 독점 방송 계약은 단순 국부유출을 넘어 상업성에 찌든 IOC에 국내방송시장을 무방비 상태로 내 준 격이 됐다’고 전했다.
KBS는 ‘IOC는 최대시장인 미국에 더 많은 돈을 빼내기 위해 88 서울올림픽 등 대회 때마다 주요 경기를 미국의 프라임 타임에 끼워 맞춰 주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최근 지상파 점유율이 낮아지고 인터넷의 인구가 늘어 인터넷 방송권을 별도로 파는 등 수입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OC 스스로가 밝혔듯 인터넷 TV, DMB 등 뉴미디어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갖가지 방송권을 팔아 재미를 볼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눈독 들이고 있다’고 전하며 ‘이런 상황에서 SBS는 국익과 국민의 볼 권리를 지키려는 코리아 풀을 담합함으로 깎아 내리며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고 강하게 비판,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임을 지적했다.
SBS ‘MBC, KBS가 먼저 뒤통수 쳤다’
이처럼 MBC와 KBS가 SBS에 대한 비난을 연일 높이고 있는 가운데 SBS 역시 자신들은 정당하다고 표명하고 있다. 지난 9일 SBS <8뉴스>에서는 KBS와 MBC가 이미 먼저 합의를 파기한 전력이 수없이 많음을 전했다.
SBS는 ‘지난 96년 KBS는 아시안컵 축구를 단독 중계했고 97년엔 MBC가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단독으로 방송했다. 2000년 MBC는 코리아풀을 파기하고 거액을 들여 박찬호 선수가 뛰는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단독으로 따내는 반칙을 저질렀다’며 ‘올해 2월엔 KBS가 IB스포츠가 확보한 중계권을 터무니없는 거액을 단독으로 사들였다’고 전하며 이미 KBS와 MBC가 코리아풀을 지키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정부 ‘돈에 눈 먼 언론 비난 자격 없다’
이처럼 방송 3사가 서로 날을 세우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방송사들이 서로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언론인 국정브리핑은 지난 8일 기사를 통해 방송사들은 ‘역지사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정브리핑은 담합을 깨면서 국부유출을 했다며 SBS에 비난을 퍼붓고 있는 타 방송사들에 대해 ‘일견 일리가 있는 보도이기는 하나, 과연 방송사들이 비난할 자격여부를 먼저 따져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정브리핑은 ‘국부유출이라는 대의명분보다 자신들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속내를 왜 드러내지 않는가’라고 전하며 ‘지난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메인 방송 주체였던 X-sports보다 공중파 3사가 더 많은 중계수입을 올린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자신들은 국민들의 볼 권리를 내세우면서 높은 광고수입을 올렸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 위해 방안 모색되어야
지난 독일월드컵 때 방송 3사 사이에 중복방송이 많이 편성됐다. 이는 거액의 중계권료를 만회하기 위해 광고를 늘리려는 방송사의 횡포였다.
방송사에게 있어 광고는 막대한 수입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스포츠 중계권은 방송사들 간 서로 차지하고 싶은 양질의 먹이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를 차지하기 위한 방송사들의 과도한 경쟁과 출혈은 광고료 시청료 등을 거쳐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국민들의 무료 보편 시청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직접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독일 월드컵처럼 중계권료 만회를 위해 방송 3사가 시청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여러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재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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